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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엉군 Dec 18. 2022

보름달 땅콩 귤


#보름달


달과 화성이 100년에 한두번 가까워진다던 그 날 밤, 우리는 쇼핑을 나섰다. 만월에 밤은 밝았다. 하나의 극락조가 셋으로 부활한 탓에 하루 늦었지만,

늦은 덕분에 보름달을 만났다.

늦은 덕분에 가장 가까운 화성을 만났다.

늦은 덕분에 특별한 밤 쇼핑을 나섰다.



#땅콩


귤 사자. 또 뭐 살까?

땅콩. 땅콩도 살까?

어제까지는 곶감이 있었던 자리에 땅콩이 데굴데굴 착. 그 때는 몰랐다. 너의 1년 학교 생활에 땅콩이 그렇게 큰 의미가 있는줄은. 한 봉지에 3천원. 그득하고 가벼운 재잘거림을 빙빙 돌리며 집으로 돌아갔다.

땅콩 덕분에 보름은 정월대보름이 되었다.

땅콩 덕분에 너의 1년을 이해할 수 있었다.

모두 땅콩 덕분!



#귤


하지만 집에서 대장은 귤이었다. 겨울은 귤! 어찌나 달고 시원하던지. 손가락에 껴서도 먹고, 땅콩 껍질로도 퍼먹고 소란스럽게 한참을 먹었다. 몇 개나 먹었을까? 하나만 더 하나만 더 하다가 우리는 그만 절반이나 먹어버렸다.

겨울엔 역시 귤이지 하며 먹었다.

땅콩 먹다 목이 멕혀 귤을 또 먹었다.

귤을 먹는데 너무 맛있어서 자꾸 귤을 먹었다.

보름달이 떠서 귤을 절반이나 먹어버렸다.



라이클리 호수에서 꽃에게 견과와 열매를 요구하는 자세로, 우리는 보름달에게 땅콩과 귤을 요구했고,

우리는 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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