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우엉군 Oct 03. 2023

놀이터 영웅셋


#놀이터


추석 날 점심을 먹고 너와 사촌들이게 끌려 놀이터에 갔다. 할머니와 고모의 반달눈 배웅을 뒤로하고. 도착하자마자 네가 달려들었다.


아빠, 상어 해주라

싫어. 사촌들 있으니까 같이 놀아

아빠가 상어해줘야 재밌단 말야. 부~~이예요

..요. 셋이 같이 놀아요


그네를 타던 사촌 동생과 오빠가 후다닥 날아왔다.


삼촌, 삼촌이 상.어.해주세요. 삼촌이 해야 재.밌.어요

삼촌~~~~~

그럼 딱 한번만이다


고수들... 못 이기는 척 술래를 맡았고 상어 게임이 시작됐다. 두 게임 정도 하고 있을 무렵 아이들이 놀이터를 찾기 시작했다. 그 중 두 자매의 언니가 너에게 다가왔다.


언니, 우리 함께 놀아도 돼요?

그래! 따라와. 같이 놀자

(와아)

포카 줄까?



#영웅셋


너는 아이들을 데리고 미끄럼들과 사다리를 뛰어다니기 시작했다. 상어인 나를 피해서.


이리와, 언니가 지켜줄께

(크아아악 ㅠㅠ)


분명 셋을 데리고 왔는데, 방심한 사이에 다섯, 곧 이어 일곱까지 늘었다. 중간에는 '저 사람'으로 둔갑, 음료수 삥도 뜯겼다.


2시간이 넘어가니 사촌들도 힘들어하는게 보였다. 앞머리가 이마에 붙은지 오래였고, 입가엔 미소가 사라졌다. 어쩔수 없이 나쁜 어른 역할을 맡았다.


얘들아, 이제 가자

(모두 초점없는 눈으로) 네에


인사하고 몇 걸음 갔을 때, 자매 중 동생이 네게 달려왔다.


언니, 우리 언니가 없어졌어

언니가 찾아줄께


너는 달려가 언니를 찾아주고는 아무 일 없었다는 듯 시크하게 돌아왔다.

 

할머니집에서 우리는 스파이 패밀리 세 편을 더 보고 헤어졌다.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네가 말했다.


아빠, 나 새로운 별명 생겼다

무슨 별명?

영웅. 아까 놀이터 얘들이 언니는 영웅이래

정말? 멋지당~~~(신통방통)

다른 별명은 새우가 있고 또 ~ (주저리 주저리)


너는 들떠서 한참을 떠들었다.


사실 나도 깜짝 놀랐다. 네가 놀이터를 좋아해서 친구들끼리 가는 건 알았지만, 모르는 동생들까지도 그렇게 챙겨서 놀 줄이야. 놀이터 대장 모드로 돌변했을 땐 말투도 변해서 너무나 신기했다.


포카를 능숙하게 날리며 핸번을 따내는 언니 대장. 멋진 놀이터 리더로 성장해주어 고마워요.


(아빠는 이제 놀이터 같이 안가도 되겠다. ㅎㅎㅎ)



매거진의 이전글 해체노동 이과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