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우중 의료인상 수상후보자 인터뷰
토요일, 김우중 의료인상 수상후보자 인터뷰 출장을 다녀왔습니다. 이 달의 네 번째 출장이었는데도 어느 때보다도 긴장이 됐습니다. 공적조서상으로는 가장 이해가 어려운 분이었거든요. 쉽게 말하면 좀 평이했달까요? 엣지가 느껴지지 않았달까요?
오전 무료진료를 마친 후 인터뷰를 시작했습니다. 3분 내외의 짧은 수상자 소개 영상을 제작하는거라 보통은 30~40분 인터뷰를 목표로 시작합니다. 하지만 예상을 깨고 60분을 해버리고 말았죠.
그게 제 임무니까요. 간호사의 소임은 주변이나 지역사회의 건강을 위한 조력자가 되어주는 거라고 생각합니다. 아마도 평생을요.
빗방울이 떨어지기 시작하고 버스 소리가 섞여들어올 즈음, 선생님께서는 담담하게 그것이 자신의 소명이었다고 말해주셨습니다. 짧게 아무렇지 않은듯 툭 말씀하셨는데 그 말씀이 으찌나 심심하던지요. 촬영을 마치고 돌아오는 길에도 길게 여운이 이어졌습니다.
다음 날, 그러니까 글을 쓰고 있는 지금 일요일 오후에 문든 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어떻게 하면 이분들의 이야기를 좀더 잘 나눌 수 있을까. 언론 보도나 영상도 좋지만 좀더 개인적이고 친근하게, 저 먼 곳의 이야기가 아닌 우리 동네 이야기처럼, 그래서 우리가 딴 세상에서 사는게 아니라 같은 세상에서 살고 있다는 안도감을 줄 수 있는 그런 이야기를 쓸 수는 없을까.
생각은 꼬리에 꼬리를 물고 그것이 수상후보자들인 의료인분들뿐만 아니라, 함께 고민하고 실험하는 파트너들, 그리고 함께 일하는 동료들의 이야기까지도 포함되면 좋겠다는 마음이 자라났습니다. 그러니까 제 일터에서 벌어지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기록해볼까 합니다.
제 일터는 대우재단입니다. 이미 상명에서 눈치는 채셨겠지만요. 재단에 합류한지는 2년이 조금 넘었습니다.보통은 저희를 기업재단으로 바라보시지만 저희 스스로는 '기업가재단'이라고 말합니다. 김우중 회장께서 세 차례의 재산 출연으로 설립되었고 성장했기 때문입니다. 워낙 긴 이야기라 그건 차차 조금씩.
저희는 3년전 큰 결정을 내렸습니다. 이사회에서 서울역에 있었던 대우재단빌딩을 매각해 그 재원으로 다섯 개 목적사업에 다시 숨을 불어넣기로 결정한 거죠. 그 결정 이후에 재단에 많은 변화가 시작되었습니다. 저희 규모에 맞게 통의동에 사옥을 마련하고 각 사업장 리노베이션에 들어간 겁니다. 첫 번째 리노베이션은 완도대우병원을 운영했던 노화도 행복나눔섬지역센터에서 시작됐습니다.
동시에 사무국 내에서도 많은 변화가 진행되고 있습니다. 대우그룹 해체 이후 기업 기부금 없이 20년 이상 목적사업을 중단없이 잘 운영해왔지만 공익사업들이 시대적 요청에 제대로 부응하기위해서는 더 큰 협력과 도전이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비전과 미션을 다시 조정하는 작업을 시작으로 비영리에 대해서도 더 진지하게 공부하고 있습니다. 한편으로는 저희 재단과 대우에 대한 경제사회적 의미를 아카이브의 차원에서 어떻게 기록할 것인가도 고민하고 있습니다.
글이 길었네요. 간호사 선생님 덕분에 저도 제 소임을 해볼까 합니다. 굳이 타이틀을 단다면 "우리는 기업가재단에서 일합니다" 정도가 되지 않을까 싶네요. 또 소식 전할께요. 우엉우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