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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엉군 Feb 26. 2020

기근, 그 짧은 역사  #001

번역운동 1. Famine, a short history

대학원을 갔던 이유 중 하나는 번역이었다. 국내에 소개되지 않은 좋은 책을 번역하고자 하는 마음이 있었고 석사는 기본 자격이라 생각했다. 똘똘한 명분이었다. 휴학을 신청하며 그 마음을 심어준 책을 다시 펼쳤다. 내 심장을 후려친 책이었지만 과연 번역해도 출간해줄 출판사가 있을까... 싶었다. 그리고는 더는 기다리지 않고 지르기로 했다. 매일 2쪽씩 번역할 셈이다. 1년이면 한 권, 번역할 수 있지 않을까. 시작한다.




기근, 그 짧은 역사 Famine, a short history

코맥 그라다 Cormac O Grada

2009년

프린스턴 출판



Chapter I. 묵시록의 세 번째 기수 (The Third Horseman)



#1


선진국에서 기근(famine)이란 단어는 더는 뉴스 헤드라인에 오르지 못한다. 배가 부풀어오른 아프리카 영유아의 광고이미지는 찾기 어려워졌다. 국제적인 자선활동의 초점은 재난 구호에서 제3세계 부채 경감, 경제 발전, 민주적 책무성 등 더 구조적인 이슈로 이동했다. 이오시프 스탈린과 마오쩌둥, 그리고 그의 후계자들과 연관된 전체주의적 기근도 더는 힘을 쓰지 못한다. 지난 수십년간 기근을 정의했고 일곱 대륙 중 가장 취약한 아프리카조차 ‘작은’ 기근만 겪었다. 2002년 세계식량계획(WFP)과 국제구호단체들의 경고에도 불구하고, 말라위의 (식량) 위기로 인한 사망자는 수천명까지는 이르지 않았고 수백명 규모에 머물렀다. 2005년 니제르의 기근은 많은 국제적 관심을 모았지만, 전문가들은 일반적인 기근 기준에는 부합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사망률이 높았던 2005년의 수치는 빈곤국가의 일반적인 사망률보다 특별히 높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기근에 대한 글을 쓰는 이유는 다가올 미래에는 기근이 덜 발생하기를 바라는 마음도 있다. 이어지는 챕터는 기근의 증상과 영향을 살펴볼 것이다. 좀더 중요한 관심사는 과거에는 많이 발생했던 기근이 왜 오늘날에는 덜 발생하는지, 같은 조건이라면 미래에는 더 감소할 것인지에 대한 이해이다. 기근의 역사에 대한 연구는 의학, 인구학, 기후학, 경제학, 경제사회학, 인류학, 식물병리학 등 많은 학문으로부터 조언을 받았다.


우리는 이제 기근을 ‘역사’로 밀어낼 수 있는 지점에 와있는가? 영양실조에 걸린 사람들의 숫자가 계속 증가하고 있다면 대답은 ‘아니다’. 세계 인구에서 영양실조 인구의 비중이 감소하고 있는 최근의 과거에 초점을 맞춘다면 대답은 ‘그렇다’. 만약 기근이 과거의 유물이라면 그것은 기근에 취약했던 국가들이 경제 발전을 이룬 덕분일까? 아니면 기근이 일상이 된 지역에 구호를 세계화시키고 더 나은 거버넌스를 구축한 덕분일까? 기근의 특징과 발생은 시간이 흐르면서 어떻게 변화할까? 거의 모든 근대 기근은 인재(man-made)일까? 과거의 기근은 미래의 기근을 예방하는 데 도울이 될까? 이 책은 그러한 질문들에 대한 답을 찾아가기 위한 한 여정이다.


기근은 언제나 사람들을 공포에 떨게 만드는 최악의 재앙 중 하나였다. 과거의 많은 관찰자들이 기근을 ‘불가피’하거나 ‘자연적인’ 것으로 간주했지만, 역사적으로 가난한 사람들은 기근의 출현에 저항해왔다. 그들은 기근이 인재라고 생각했다.



묵시록의 네 기수, 오른쪽부터 정복, 전쟁, 기근, 죽음이다. (위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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