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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엉군 Feb 21. 2020

비영리가 말하는 변화란 무엇일까 (feat. 드러커)

평가 기준


우리 단체는 연초에 목표설정을 위해 PDR(Performance Development Review)을 작성한다.


성과 지표는 기업과 별반 다를게 없는데, 낯선 것은 역량 지표 중 '변화 Change'다. 올해로 4년째 매년 그 의미를 물었지만 누구도 명확한 답을 주진 못했다. 비영리나 NGO 사람들이 가장 많이 쓰는 단어지만 아이러니하게도 가장 모호한 개념. 오랜 의문에 피터 드러커와 한스 로슬링 교수가 답을 주었다.




01. 변화는 성과다


"비영리조직의 제품이 있다면 그것은 '변화된 한 인간'이다." - 피터 드러커 Peter Drucker


드러커 교수의 '비영리단체의 경영'에 나오는 글귀다. 드러커는 비영리단체를 사람을 바뀌게 하는 전문 직업단체로 정의내린다. 여기서 말하는 사람은 수혜자뿐만 아니라 후원자를 포함한다. 참여라는 측면에서 바라본다면 오히려 자원봉사자를 포함한 후원자들이 더 중요한 '사람'이다.


"비영리단체의 성과는 항상 사람의 변화에서 찾아야 한다. 그들의 행동에서, 그들의 환경에서, 그들의 비전에서, 그들의 건강에서, 그들의 희망에서 바람직한 변화가 있었는지를 먼저 찾아야 한다. ... 더 높은 가치관과 더 단단한 각오와 결심을 고취시켰는가? 인간의 위엄과 인격과 능력을 증진시켰는가?" (p.214, 같은 책)


드러커는 가치관에 주목한다. 가치관이란 옛부터 전해내려온 금과옥조가 아니다. 그에 따르면 가치관이란 교육, 돌봄, 환경, 정의 등 그것이 무엇이든 이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결핍되어 있지만 필요한 그 무엇이다. 이를 위해 단체는 기존의 활동경계를 넘어서 사람들(시장)을 살펴보고, 그 필요를 제공하기 위해 사명을 재조명하고 개정하는 것에서 다시 출발해야 한다고 말한다.


한 걸음 더 들어가면 가치관이란 결국 비영리조직이 가진 '인간상'으로 직결되는 듯 하다. 지향하는 인간상이 무엇인가에 따라 그에 비추어 결핍된 것들도 발견될 수 있기 때문이다. 드러커는 인간상을 구체적으로 제시하지 않지만 그의 저서에 녹아있는 키워드들을 종합해보면 '참여하는 인간'으로 요약될 수 있다. 지식과 전문성에 기반에 성장하며 사회에 봉사하고 참여하는 인간인 셈이다.



02. 변화는 점진적 개선이다


"점진적 개선을 추적하라. 매년 일어나는 작은 변화가 수십년 쌓이면 거대한 변화가 될 수 있다." - 한스 로슬링 Hans Rosling


작년말에 로슬링 교수의 '팩트풀니스 Factfulness'가 선풍적인 주목을 받았다. 나도 그가 낸 문제들을 풀어봤는데 결과는 처참했다. 오히려 빈곤문제에 큰 관심이 없는 아내가 나보다 높은 점수가 나왔다. 심지어 나는 한국 평균값보다 낮았다. ㅠㅠ


로슬링 교수는 세계가 우리 생각보다 좋아졌다고 말한다. 그리고 세계에 대한 우리의 지식이 얼마나 낡고 편향된 것인지 조목조목 들춘다. 전문가일수록 활동가일수록 그 편향은 심하다. 때문에 한정된 재원으로 세계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세계에 대한 지식을 업데이트하는 것이 최우선순위라고 강조한다.


로슬링은 변화를 읽는 문법으로 통계와 시스템을 추천한다. 특히 소득을 기본값으로 바라볼 것을 제안한다. 그에 따르면 세계를 개발도상국과 선진국으로 구분하는 것은 20년전의 유물이다. 통계는 언론 뉴스가 결코 전하지 않은 긍정적인 소식들을 축적해 명확하게 보여준다. 그리고 점진적 개선들을 만들어가는 건 시스템이기 때문에 공로도 책임도 시스템으로 돌려야한다고 말한다.


그는 우리가 변화된 세계, 변화가능한 세계를 받아들이기 위해서는 '겸손과 호기심'이 필수 덕목이라고 말한다. 결국 밖에서 일어난 변화를 찾아내고 받아들이는 안의 변화도 동반되어야 하는 셈이다. 만약 10년이나 20년을 주기로 세계관을 업데이트한다면 아마도 우리는 엄청난 낙천주의자가 될지도 모른다.


로슬링 교수가 설립한 갭마인더재단 https://www.gapminder.org/



03. 변화를 위해 밖으로 나가라


"비영리조직체에 몸담고 있는 분들은 자기의 세계가 좁고 작은 세계라는 것에 대하여 더욱 각별하게 인식해야 합니다" - 피터 드러커


비영리단체가 말하는 변화의 종점은 '가치관의 변화'에 가깝다. 내가 소속된 해외원조(인도주의, 국제구호, 개발협력) NGO들에게는 '세계관의 변화'도 수반되어야 한다. 두 개의 바퀴가 결국 단체를 나아가게 하고 진정한 성과로 이어지게 하는 셈이다.


이를 위해서는 그 성과가 한 단체나 개인의 역량만으로 할 수 없다는 겸손 또한 필요한 것 같다. 모금 논리로는 각자의 입장과 생존 굴레 속에서 영원히 제자리 걸음일 수 밖에 없다. 우리가 진정으로 변화시키고자하는 가치관과 세계관이 있다면 각자의 둥지에서 벗어나야 한다. 그것이 진정한 해외원조의 출발점이자 도달점이 아닐까 싶다.




** Reference


피터 드러커 Peter Drucker, 비영리단체의 경영, 1990, 1995, 한국경제신문, 현영하


한스 로슬링 Hans Rosling, 팩트풀니스, 2018, 2019, 김영사, 이창신


로슬링 교수의 TED 명강의와 칼삼키기 서커스

https://www.ted.com/talks/hans_rosling_new_insights_on_poverty?utm_campaign=tedspread&utm_medium=referral&utm_source=tedcomsha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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