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정스님 수필집 <무소유>를 읽고
버스 안에서였다. 그는 호주머니에서 주머니칼을 꺼내더니 창틀에서 빠지려는 나사못 두 개를 죄어 놓았다. 무심히 보고 있던 나는 속으로 감동했다. 그는 이렇듯 사소한 일로 나를 흔들어 놓았다. 그에게는 내 것이네 남의 것이네 하는 분별이 없는 것 같았다. 어쩌면 모든 것을 자기 것이라 생각했는지 모른다. 그렇기 때문에 사실은 하나도 자기 소유가 아니다. 그는 실로 이 세상의 주인이 될 만한 사람이었다.
76~77p.
외부의 소음으로 자기 내심의 소리를 듣지 못한다는 것은 분명 현대인의 비극이다. 설사 행동반경이 달나라에까지 확대됐다 할지라도 구심求心을 잃은 행동은 하나의 충동에 불과하다.
(...)
자기 언어와 사고를 빼앗긴 일상의 우리들은 도도히 흐르는 소음의 물결에 편승하여 어디론지 모르게 흘러가고 있다.
150p.
泉涸, 魚相與處於陸, 相呴以濕, 相濡以沫, 不如相忘於江湖。
샘이 말라붙으면 물 밖으로 나온 물고기들이 습기를 뿜어내며 서로를 거품으로 적셔준다. 하지만 그보단 넓은 강과 호수로 돌아가 서로의 존재를 잊는 것이 낫다.
<장자> 대종사 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