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의 서랍에 이런 글이 저장되어 있었다. 2020년 4월 어느 날 새벽, '꿈꾸다 보니' 세월은 어느 덧 흘러 반백살을 코 앞에 두고서 그 무렵에 들었던 생각들을 모바일로 끄적이고 발행하지 못하고 묵혀 두었던 글~ 이 글을 오늘 용기내어(?) - 글 발행 하나에 용기가 필요할지 모르겠지만 ^^ - 토씨 하나 안 고치고 그대로 발행해 본다!
대수롭지 않은 '긴 머리 자르기'
오랫동안 미뤄놓은 일이 있다. 처음에는 시간이 없었다. 나중에는 '이번 달은 애들 학원비다 뭐다 해서 지출이 많네', '이번 달 말고 다음 달 월급날에 하자. 그때까진 이대로도 좋아'라는 생각으로 차일피일 이 일을 미루고 또 미뤘다.
무슨 대단한 일인가 싶지만...
그건 바로 대수롭지 않은 `긴 머리 자르기'이다.
어느덧 내게 미용실 가는 일은 이제 연례행사가 되어버린 듯하다.
덕분에 머릿결 손상은 덜한 듯 하지만 항상 긴 머리에 약간의 웨이브의 고정적인 스타일이 내 취향인 양 변해버렸다.
'사실 난 버라이어티 한 걸 좋아하는데...'
엄마로 아내로 살다 보니 나를 위한 일보다 가족을 위한 삶, 가족에게 맞춰 사는 게 일상이 되어버린 지 오래다.
워킹맘으로 바삐 살아가면서 나에게 힐링을 주는 몇 가지 중엔 "미용실에서 머리 하기"가 포함되어 있다.
미용실에서 머리카락을 시원하게 '싹둑' 자르고 늘 그렇듯 내 곱슬머리를 잠재워 줄 볼륨매직과 머리끝에 자연스러운 컬을 넣어주어 나의 헤어스타일이 완성되는 3~4시간 정도는 나를 위한 선물 같은 시간이다. 헤어디자이너의 전문가의 손길과 온몸에 전율을 타고 오는 짜릿한 두피 마사지는 나에게 더할 나위 없는 휴식타임, 힐링 그 자체이다.
반 백살을 바라보는 나이
그렇기에 이번 주엔 시간 내서 꼭 미용실을 가리!! 다짐하며 굳은 결심을 하기를 반복했는데... 웬걸~
오늘 샤워 후 머리를 말리다가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내가 앞으로 살면서 이렇게 긴 머리를 언제 다시 할 수 있을까?'
미루다 보니 어느덧 머리 길이가 내 겨드랑이를 넘어 등의 중앙부를 향해가고 있음을 알아차렸다.
'나도 좀 있으면 반백살을 바라보는 나이, 앞으로 나이가 더 들면 긴 머리를 할 수 있을까?' 엄두가 안 날 거 같다는 생각이 번뜩 들었다.
감사하게도 난 아직까지 흰머리가 별로 없어 염색을 하지 않아도 된다. 그렇지만 가는 세월은 어쩔 수 없는 모양이다. 부쩍 가늘어진 모발, 손만 대면 후드득 떨어지는 머리카락들~
난 안 늙을 줄 알았나 보다.
젊은 땐 주체할 수 없는 머리숱이 귀찮아 미용실에서 항상 숱을 치곤 했는데 이젠 머리숱이 점차 줄고 가르마에 큰 길이 생길 것 같은 위험신호를 딸이 알려준 순간 많이 슬펐으니깐...
나이가 들면서 예상치 못한 몸뚱아리의 변화를 미처 준비하지도 못한 채 맞이할 때가 온다.
누가 말해 주지 않았기에, 아니 난 안 늙을 줄 알았기에 관심이 없었던 건 아닐까?
분명 내 신체는 자연스러운 노화가 진행 중이였지만 나는 '이 나이에 이 정도면 괜찮지 않아?'라는 인식과 나름의 자부심으로 착각했던 건 아닐까?
노화를 직면한 것은 순간였다. 최근 1년 사이의 내 몸뚱아리의 변화는 정신적으로 큰 충격이었다.
그런데 아직 희망을 품을 수 있는 사실이 있다. 흰머리가 내 또래보다는 적고 긴 머리의 윤기도 아직 살아있다는 사실!
평생에 딱 한번! 처음이자 마지막~
이런 일이 하고 싶어질 줄이야!
그래서일까? 평생 딱! 한번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머리카락을 허리까지 길러보고 싶다>는 도전이 생긴 것이다. 이런 도전이 하고 싶어 질 줄이야?
나이가 점차 들어감에 따라 원래 내가 아닌 새로운 나를 자주 만나게 된다.
아니, 원래 나는 새로운 걸 좋아하는 인간이였는지 모른다.
70년대 태어나 80,90년대를 살아오면서 사회적 통념 속에서 모범적인 틀 안에 나를 가둬두고 살아온 건 아닐까?
'모두 그렇게 살아','튀지 말고 평범하게 살아','공부 열심히 해야 성공하지','결혼할 나이 되면 결혼하고','애는 엄마가 키워야지' 그런 울타리가 진짜 내가 아닌 나로 살게 만든 건 아닐런지...
나를 가장 나 답게 만들어 주는 건 '도전 목표'
인간이란 쓸모있다고 느낄 때 생의 의지와 활력이 넘쳐난다.
둘째 출산 후 어쩔 수 없는 경력단절을 맞으면서 맛본 좌절감과 상실감의 시기들이 있었다.
내가 살아있다고 느낄 땐 나의 노력의 결과가 보상으로 주어질 때였다. 물질적 보상이든 감정적 보상이든 완벽하고 꼼꼼한 내 성격과 일처리는 어디든지 브레인이란 평판을 듣기에 충분했고 '내 실력이 아직 죽지 않았어' 란 자부심이 가득했다.
대체로 내 목표는 비즈니스적이거나 육아와 관련된 교육 지향적인 것들이었다. 하는 일이 기획마케팅이다 보니 직업병처럼 일과 연관된 목표에 주로 열정을 불살랐던 거 같다.
# 24시간 쉬지않는 플랫폼 비즈니스 도전
- 아이디어가 샘솟는다
# 작가로서 새로운 도전
- 브런치, 책
# 공모전에 도전하는 평범한 직장인
지식공유와 퍼스널브랜딩 그 어디쯤
- 블로그 운영
메마른 나무에 꽃이 피듯이...
일상적인 삶에서 도전 목표가 생기고 소소한 희로애락에서도 삶의 지향점을 찾는 기쁨이 생기다니~ 놀라운 변화이고 감사할 일이다.
나이 들어감이 주는 자연스러운 선물은 아닐까?
인위적으로 이루려는 목표보다 흘러가는 세월 속에서 자연스럽게 오는 도전과 성취는 또 다른 느낌의 안정감을 주는 거 같다.
오늘 나의 새로운 도전과 목표가 시간을 거꾸로 돌리게 하는 시계를 선물해 줄 것 같다.
삶에서 찾게 되는 소소한 도전 속에서 새로운 나를 발견하고 성취해 나가는 나를
설레고 기대하는 마음으로 날마다 나를 가꾸고 건강하고 삶을 살기를 다짐해 본다.
오늘부터 1일!! 숫자에 불과한 나이를 새로운 젊음으로 초대해 줄 것을 기대하며 오늘도 파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