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학교에서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자연이랑 Jul 24. 2021

버벅거리는 이유

교사의 업무

옆반 선생님이 연구실에서 울고 있었다. 엉엉 소리 내어 울었다.

 도와주지도 위로해주지도 못하고 어정쩡하게 있다가 학년부장 선생님께 상황을 알리기  위해 연구실을 나왔다. 기간제로 있는 3개월 동안 학교폭력위원회가 여러 번 열렸고, 옆반 선생님은 학교폭력업무 담당자였다.


  학교에는 아이들의 인성에 문제가 생겨 일어난 일들에 대하여 학교가 관리하여 학생들을 보호하고 처벌하는 기구가 설치되어있다. 학교폭력자치위원회라는 것인데 관련된 학생 측이 신고하면 반드시 열리게 된다. 학교폭력업무를 담당한 선생님은 그때부터 지옥을 오가는 힘든 일을 맡게 된다. 

담당자는 교사로서의 전문성과 관계없는 여러 순간들을 맛보게 된다. 자신의 학급에서 일어난 일이 아니어도 학교의 학교폭력에 대한 모든  업무를 맡아야 하기에 한번 사건이 생기면 담당 선생님은 수업을 못할 정도로 바빠진다. 반 분위기는 어수선해지고, 학급일에 최선을 다하기 어려워진다. 더욱 힘든 것은 학교폭력 당사자 부모님들을 조율하는 과정에서 정신적인 상처를 받기도 한다. 한마디로 멘털이 붕괴된다. 

결국 옆반 선생님은 폭력위원회가 열린 다음날 입원을 하고 학교에 병가를 제출하였다. 옆반 아이들은 급하게 오신 다른 선생님과 1달여 남은 기간 동안 서로를 다시 알아가며 긴장하며 공부하여야 했다. 



학교 근무연수가 적은 나는 학교의 업무에 관해서는 잘 알지도 못하고 항상 버벅거린다. 

학교 업무와 교사로서 아이들과 함께 해야 하는 것 두 가지 일을 동시에 못하는 나에게는 학교 업무가 부담스럽다.  그래서 아이들과 씨름하면서 학교 업무일도 깔끔하게 잘 처리하는 다른 선생님들의 업무수행능력이 항상 대단하게 생각된다. 


기간제 교사 면접을 할 때 나에게 무엇이 가장 힘들 것 같냐고 했을 때 나는 교사에게 주어지는 업무가 힘들 것 같다고 했다. 솔직히 말하고 내가 어려워하는 부분에 도움을 청하고 싶었다. 아이들에게 최선을 다할 테니 나에게 업무를 주지 마세요.라는 메시지였다. 일단 나는 학기 중간에 만나는 학급에서 아이들과 수업을 하며 아이들을 안전하게 살펴주며 아이들을 이해해주어야 하는 업무가 있었다. 그 일을 위해 수업연구도 해야 하고 새롭게 만나는 아이들의 요구를 살피고 생각해 보는 시간도 필요했다. 다른 행정업무를 하게 되면 나에게 주어진 중요한 일에 최선을 다 할 수 없는 나의 한계를 나는 잘 알고 있었다. 


 현실적으로 학교에서 행정업무에 능하지 못하는 교사는 반쪽 교사 같은 느낌으로 지내게 된다. 

교육과 관련이 없어도 내가 능력이 없게 느껴져서 자존감이 떨어지기도 한다. 또, 내가 안 하면 다른 교사가 대신하여야 하는 현실에서 업무를 잘 못하는 것은 민폐이며 이기적인 심보로 보이기도 한다.

 급한 업무보고가 필요한 상황이 되면  잠시 클릭 교사가 되어 아이들은 컴퓨터에게 맡기더라도 그 일을 마쳐줘야 학교가 원활하게 돌아가고 마음도 편하다. 내 할 일을 제대로 끝낸 것 같아진다. 교사의 전문성만을 가지고는 학교와 무난하게 가기는 어렵다. 업무의 전문가와 교육의 전문가가 한 몸안에서 콜라보하여 능수능란해져야 진정한 능력자이다. 그렇게 어려운 일이 아니어도 서로 다른 형태의 두 가지 일을 동시에 못하며 버벅거리는 나와 같은 교사들은 아이들의 양해를 구하고 위태롭게 가는 것이 일상이 되곤 한다.


나의 엄살 때문인지 나에게 업무는 주어지지 않았다. 내가 맡아야 할 업무들은 다른 능력자 선생님에게 갔다. 정말 미안했지만 3개월 기간제 기간 동안 업무 파악하면서 낯설어하는 아이들과 행복한 수업을 하는 일을 함께 하기는 나에게 버거웠다.      


기간제를 마칠 무렵 옆반 선생님이 담당했던 학교폭력업무는 앞으로 교육청에서 담당하기로 되었다는 소식을 들었다.  나이스와 같은 학교 업무시스템이 있고 각 지자체마다 학교 업무을 도와줄 다양한 방법을 찾으면서 학교를 도와주고 있다니 그나마 다행이라 생각된다.  

    

업무부담이 없는 학교는 교사보다 아이들이 행복한 학교가 될 수 있다.  

일이 줄어든 만큼 아이들에게 교사의 남은 에너지들이 전해질 수 있을 거라 믿으며  업무를 잘 못하는 민폐 교사였던 나의 버벅거림에 대한 변명을 마치고 싶다.                   








매거진의 이전글 15년 전 연구수업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