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 첫 밥

by 채유강

중학교에 다닐 때였던 것 같아.


집에 아무도 없는데 배가 너무 고픈 거야.


엄마가 밥이 없다며 뭐를 사먹으라고

용돈을 주고 나가셨는데...

그 돈을 아끼겠다고 라면을 끓여 먹기로 했어.


라면을 끓이려고 양은 냄비를 보고 있는데

갑자기 밥을 해먹고 싶어졌어.


집에 맛있는 통조림 햄이 있었거든.

갓한 밥에 통조림 햄 한 조각.

이건 못참지.


쌀을 씻는 둥 마는 둥.

양은 냄비에

손을 넣어서 손등 높은 곳까지 물을 채웠어.

엄마가 늘 그렇게 하셨거든.


처음엔 별 거 없더라고.

라면 끓이는 거랑 똑같더라고.


뽀글뽀글 끓어서 물이 넘치길래 가스불을 조금 줄였어.


쌀이 익어서 밥 모양을 갖추길래,

불을 확 올렸지.

빨리 먹고 싶었거든.


그 다음은 잘 알 거야.


위쪽은 생쌀이고 아래는 타고.


억지로 먹었더니

밤새 배가 싸리싸리 아프면서 식은 땀이 쏟아졌어.


연애도 딱 그랬어.

썸을 타고 상대를 조금 알게 된 다음,

불꽃을 확 키웠지.

그러면 여지없이 탈이 났어.


밥도 연애도 반드시 뜸이 들 시간을 줘야 해.


사랑의 불꽃을 키우고 싶어질 때,

한 발 물러서서

상대의 마음이 은은히 익을 때를 기다려야 해.


마음의 여유를 가질 수 있도록,

생각을 잘 정리할 수 있도록,

배려하고 존중해야 돼.


상대는 시간을 갖고 싶어 하는데

조바심이 난다고 마구 들이대면

그 관계는 깨지고 말아.


끝이 아주 안 좋게 끝나게 될 거야.


기억해.

뜸이 잘 들어야 밥이 된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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