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서 가장 무서운 것

by 채유강

어렸을 때 가장 무서웠던 것이 뭐였어?


호환?

마마?

귀신?


난 귀신보단 도둑이었어.

낮보다 밤이 훨씬 긴 겨울철이 되면

언제 도둑이 들어올지 모른다는

공포감이 극에 달했지.


호환, 마마가 뭐냐고?

내 나이 또래 사람들은

한 번씩은 다 들어본 말일 거야.


비디오테이프를 재생하면

경고부터 나오는데 호환, 마마로 시작했거든.


아무튼,

난 10살이 되자마자

방을 혼자 썼는데

내 방이 문 옆에 있었어.


도둑이 들어오면

나부터 죽일 거라고 생각했었어.


겨울밤에는 무서워서 잠이 오질 않았어.


TV는 안방에 있고,

인터넷, PC, 스마트폰이 없던 시절이라

기껏해야 만화책을 보거나

라디오를 듣다가 잠자리에 들었는데

그때마다 가상의 도둑이랑 싸워야 했지.


손발이 꽁꽁 묶여서

소리 한 번 못 지르고 비참하게 죽는 상상을 하곤 했어.


찬바람이 휭휭 부는 캄캄한 밤에

나를 구원해 준 히어로는

찹쌀떡 아저씨였어.


메밀~묵,

찹싸알~떡!


이렇게 외치면서 골목을 돌아다녔는데

그 소리를 들으면서 스르륵 잠이 들곤 했지.


저 아저씨가 돌아다니는 동안에는

도둑이 들어올 수 없겠지.

그렇게 믿었던 거야.


배달앱이 없던 시절,

겨울이 되면 밤마다 대학생들이

등록금을 벌려고 찹쌀떡을 팔았어.


메밀~묵,

찹싸알~떡!


사십 년이 지나고

어른이 됐지만,

여전히 잠들기가 어려워.


내일도 똑같은 삶이

반복될 것이라는,

이러다 죽을 거라는 두려움이

쉽게 가시지 않네.


찹쌀떡 아저씨와 같은

히어로를 찾으려 뒤척이다가

밀라노 할머니(밀라논나)의 영상을 보게 됐어.


"전 매일 설레요.

'Every day
is a new d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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