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이없는 일상(6월 14일)

뭐라 표현하기 어려운 하루였다.

by 소국

요즘 잠을 못자서 괴로운 하루하루를 보냈다. 주말이면 나를 기다리는 아이들이 부담스럽고 퇴근하면 집안일이 나를 기다리고 있어서 괴롭다. 잠이라도 실컷 자면 좋으련만...피곤한데도 이상하게 잠이 안오는 요즘이었다.


화요일 오전에 실장님 개인캇톡으로 나를 불러냈다.

<나랑 산책할래요?>

나는 명랑하게 <네>라고 대답하며 실장님을 따라 나섰다.


실장님한테 그냥 물어봤다. 왜요? 업무얘기하시려는건가요? 아님 그냥 산책하시려고요? 그랬더니 두 질문에 아니요~ 라며 느긋하게 대답하셨다. 그래서 마음편히 그냥 내 얘기하면서 의자에 앉았다.


<요즘 고민있어요?힘든거 없어요?> 이런걸 물어보셨다.

<제 얼굴에 드러났어요??> 그러자,

<차사고 이후로 텐션이 많이 떨어졌어> 라고 하신다.


사실 나는 업무상에 애로사항을 엄청 느끼고, 은근한 결과 도출의 압박과 내 위치가 얼만큼 해야하는지 누구와 소통을 어느정도 해야하는지 파악이 안되어 혼자 괴로워했다. 남들은 어이없어 하겠지만 내 딴에는 선생님들과 잘 지내보겠다고 애쓰는것이 관계가 더 어려워지는 것 같아서 좀 불편했다. 나의 윗선임이 불편했고, 젊은남자직원이 불편했고, 밝아보이는 내 옆자리 선생님도 불편했고, 앞자리 선생님도 불편했고, 실장님도 어떤 면은 불편했다.


선생님들간의 관계가 있는것 같았고, 선생님들은 해도 괜찮은 드립이 내가 해서는 안될것 같았고, 업무실력은 없다고 느껴서 그냥 아무일이나 열심히 했다가 뒷탈이 난 기분이었다. 예스맨이 되었다가 이건 참 괴로웠다. 홍보에 정교함을 원하시는 실장님의 요구를 듣고 생각하다가 머리에 쥐가 날 것 같고, 일 벌이는것 싫어하는 윗 선임의 눈치보다가 하루가 다 갔다. 아무리 그래도 어른이고 직장상사라는 생각에 예의를 지키려고 했는데 참 그게 어려웠다. 업무상의 예의라는 것도 있는데 내가 그런걸 매번 실수하는 것 같았다. 그래서 늘 긴장상태였다.


업무상도 윗선임에게 보고를 하고 실장님께 보고를 해야하는데, 다이렉트로 실장님과 커뮤니케이션 할때도 많았다. 이유는 윗선임이 알아서 하라는 식이 많았기 때문이기도 하고, 결정도 웬만하면 나에게 맡겨주셨기 때문이기도 했다. 워낙 다른 업무가 많다보니 그러시겠지만 그런 의미에서 지난 2달은 업무상으로 자유롭게 내가 다 해오다가, 실장님의 홍보업무 요구가 디테일해지시면서 자연스럽게 상의를 많이 드리게 된 것이다.


실장님은 이번에도 나에게 먼저 물어봐주시고 나의 고민같은 것들을 공감하시려고 애쓰다. 그리고 업무상 어려워하는 부분도 얘기해주셨다.


뭐 나름 나는 좋았던 대화같았다. 실장님의 속마음도 알수 있었고 나도 어느정도 이해하며 고민하는 시간이 되었다.


그런데 일은 오후에 터졌다. 나의 윗선임이 내가 홍보업무를 하는 모습을 보다가, 윗선임이 어려워서 어떻게 해야할지 모르겠고, 고민은 되고, 계속적으로 번복하니 <저기.. 판단을 신중하게 하세요. 그리고 실장님 그만 귀찮게 해요..>라고 했다. 이 말이 나오기까지 윗선임과 실장님께 여러번 안건을 자잘하게 얘기드렸었다. 이유는 공공기관의 이름으로 이벤트를 하게 되는데 민원발생이며 뭐 이런것도 걱정이고, 예산도 걱정이 되니 중간과정을 계속 상의하고 싶은 마음이었다.


그런데 윗선임의 그 말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는것이다.


앞선 실장님과의 산책에서는 내가 선임을 어려워하는걸 충분히 공감받았다. 실장님은 심지어 본인도 어렵다고 토로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지금 그 선임이 나에게 실장님 그만 귀찮게 하라고 하니 벙찌는 것이다.


불편한 마음이 들었다. 결정을 선임이 해주십사 했는데 그마저도 쉽지 않았다. 그래도 선임의 말을 듣기로 하고 모든 업무상의 상의도 아닌 결과보고를 선임에게 했다. 내 마음이 불편했지만 어쩔수없다고 생각하고, 아무렇지도 않듯이 그냥 선임에게 열심히 결과보고 한다고 생각하고 틀을 만들고 말씀드릴것을 생각해서 보고했다. 상의보다는 보고하는게 맞다고 생각이 들어 그렇게 행동했다.


일은 잘 마무리가 되었지만, 내 억울한 심정은 누가 알랴.


참 각자의 입장을 지켜드리며, 업무를 진행하는건 능력자나 하는거다. 생각하며 그날도 차오르는 눈물을 집어삼켰다. 그냥 냅다 열심히 했더니 선생님들은 자기 입지 굳히는데만 자꾸 염두하시는 거 아닌가, 라는 삐딱한 시선도 생기고, 그러다보니 자꾸 맥이 빠졌다. 뭔가 업무상으로도 뭘 해보려고 해도 컷당할까봐 제안을 못하기도 하고, 한편 나의 텐션이 정말 처음과 달라서 뭐든 열심히가 잘 안되었다.


직장생활이라는게 업무가 다가 아니구나. 그렇다고 관계가 다가 아니구나. 하며 참 어려움을 느꼈다. 질서를 지키며 관계를 해야하고, 내가 잘났다고 업무를 다 펼칠것이 아니라 상의, 협동, 결재가 나야 뭘 할수가 있다. 아 쉽지 않다.

매거진의 이전글감정에 이유를 달다가 지쳐버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