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편한 감정(2022.06.29)
이 때 말을 조심해야한다.
그동안 나는 선생님들이 편하게 대해준다고 나도 모르게 본심을 툭툭 내뱉었었다. 그뿐아니라 나에 대한 나의 본심이면 괜찮지만(생각해보니 괜찮은게 괜찮은게 아니다. 내가 웃음거리가 되고 나를 스스로 비하한다) 상대에 대한 나의 본심도 농담이라는 막을 씌워서 툭툭 내뱉었었다. 핑계를 대자면 옆자리 선생님도 그런 농담을 잘하시는 편이시길래 나도 그랬다.
그런데 사실 그런 농담이 늘 불편했었다. 욕인지 칭찬인지 모를, 웃는데 은근히 기분나쁜, 뒤돌아서면 내가 너무 심각한건가. 하며 웃지 않으면 나만 바보가 되는것 같은 기분에 웃고 넘기자 하며 나를 다독였다.
왜 옆자리 선생님이 불편해지는줄 알겠다.
나의 말습관과 비슷해서 그랬나보다. 아슬아슬하게 선을 넘나드는 말습관. 그런데 선생님은 50대이시고 산 세월이 나보다 많다. 본인은 그렇게 살아오셨고 별 문제로 느끼지 않으셨고 이런 상황에 의연하시다는 뜻이다. 그런데 나는 그렇게 농담을 하면서 나는 불편하다는 감정을 느꼈다는 것이다. 정신 차려야지 하면서도 나도 모르게 툭툭 나온다.
즐거운 것도 좋지만 예의를 지키지 않으면 결국 관계가 멀어진다. 또 한편으로는 서로 너무 배려하거나 예의차리다가 깊은 관계가 되지 못한다.
혼자 고민이 많이 되었다.
요즘 업무적으로도 고민이 많이 된다. 이 박물관 일이 나한테 맞는건가. (왜 이런 생각을 했나. 업무가 하기 싫어서 그런가. 내 맘에 안들어서 그런가) 앞으로 계속 이렇게 하고 싶은가.(선택의 여지가 나에게 있다고 생각하니 사람이 마음이 떠난다) 참 사람이 얼마나 간사한지. 과정이 중요하지 결과가 중요한가.(말은 멋있다) 사소한 일들을 잘해내고 싶다 하면서도 잡다구리한 정말 사소한 일들을 하다 하면 <내가 이게 뭐하는짓인가> 하는 생각이 들다가 어떠한 결과물이 나오는걸 보면 참 애썼구나 싶다. 나의 노력에 대한 보상 같았다. 박물관도 결국 사업의 하나이기에 결과가 없으면 평가가 좋지 않다.내 눈치상으로는 예산에도 문제가 생기는것 같다. 그러니 알게 모르게 긴장감이나 압박감이 늘 있다. 아무리 계약직이라도 돌아가는 상황을 알고 움직여주길 바라게 되는게 윗사람들의 마음이다. 그러면 같은 마음이면 좋으련만 각자 서로 원하는게 조금씩 다르다. 잘되길 바라는 마음이야 같겠지만, 50대 선생님들은 이제 박물관 베테랑이셔서 그냥저냥 일하고 싶어하신다.(?) 이말보다는 박물관 일을 너무 잘아시고 직장생활이 넌덜머리 난 것처럼 보인다는게 더 적합하다.
나는 그런 사람들 사이에서 그분들의 마음을 따라가면 안되니, 혼자 용쓰는 중인것 같다. 실력은 미천하고 할일은 그분들에 비하면 현저히 적은데, 어떤 결과는 바라시니 나와야하고. 그러다가 생각한 것이 자잘한 일이라도 열심히 하자 싶어 열심히 하게 된 것이었다. 생각은 좋았으나 과연 이게 맞나 싶다.
업무상에도 실장님은 나의 선임보다 나이가 어리고 업무적으로도 선임이 박물관 경력이 더 많다. 그러다 보니 업무적으로 무언가를 요청드릴 때 이상하게 어려움을 느끼신다. 나도 그렇다. 나도 실장님이 사적으로나 업무적으로나 편해서 나도 모르게 편하게 대하게 된다. 그런데 선임선생님은 조금 불편한 구석이 있다. 둘 사이에서 왔다갔다 업무적으로 얘기를 드리다보면 마음이 더 무거워진다. 이게 맞는건가. 괴롭고 어렵다. 책임을 나에게 부여해도 어렵고(책임자니 어렵고) 선임이 책임의 소지를 가져간다해도 어려운것 같다. 상의 후 결정을 해야하는데 실장님과 선임 사이에 낀 기분이다.
사실 선임도 적극적 홍보를 원하는 실장님의 마음을 모르는건 아닐거다. 선임도 회의에 들어가시니 잘 아실테지. 관장님이 박물관 홍보를 적극적으로 해주길 바라는 마음을. 그런데 우리 선임은 관장님께 잘 보이기 위해 업무하시는 분이 아니다. 그저 자기업무에 최선을 다하는 만큼 업무의 선이 확실하고 내 일이 아니라 생각하면 적당히 하고 빠지는것 같다. 홍보업무 외적인 전시준비도 하셔야하고 행정도 하고 계시니 애지간한 홍보는 내가 알아서 하길 바라시는 눈치다. 참 쉽지 않다.
눈칫밥을 많이 먹어서 그런지 눈치하나는 엄청 빠른데, 영 불편하다. 각자의 입장이라는게 있으니 참 괴롭다. 다같이 잘 지내길 바라는 내 마음때문에 나만 괴로웠다. 다같이 잘 지내는건 무리고, 서로 마음 상할 일이 없으면 다행이지 싶다. 내 잇속만 차리느라고, 순간을 모면하려고 하다가 결국은 모든 걸 잃고 마는 어리석은 짓만 하지 않으면 좋겠다.
업무시작이다.
애매한 사람이 애매한 자리에서 애매한 마음으로 다시 시작한다. 이 생각 저 생각 접어두고, 다시 일에 몰입해보자. 이 일이 도대체 나에게 어떤 도움이 될지는 나중 문제인것 같다. 일단 오늘이 시작되었으니 내게 주어진 업무와 사람들과 잘 지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