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살, 여직원 살펴보기

요즘 젊은 것들은 앞가림도 잘한다.

by 소국

누가 누굴 걱정하나. 내 앞가림이나 잘할 일이다.


요즘 박물관 분위기가 개떡 같아서, 나는 엊그제도 어제도 잠을 설쳤다. 희한하게 예민하지 않은 것처럼 행동하고 돌아서서 집에 오면 맥이 탁 풀린다. 연기를 하며 직장생활을 하는건지 집에 오면 한없이 박물관에서 있었던 관계. 그 순간의 느낌. 분위기가 피부에 붙어서 나를 따라온 것 같다.


새로운 직원이 들어왔다. 7월부터 새롭게 일하게 된 것 같다. 적어도 내 기억에는. 그런데 이 학예사 선생님은 우리 박물관에서 가장 어린 선생님이다. 27살. 평균연령을 깍아준 위대한 인물이다. 모든 박물관 사람들의 환대를 받으며 스타트를 끊었다. 그런데 입사한지 얼마 되지 않아 이 선생님이 원인은 아니지만 여러 업무로 인한 다른 학예 선생님과 얽히게 되면서 관계가 미묘해지는 걸 느꼈다.


다른 학예 선생님이 업무에 대한 불만을 토로하면서 사건이 시작되었고, 과도한 업무가 이 막내 선생님께 몰리고, 관장님과 막내 선생님이 함께 이야기하는 시간이 많아졌다. 또한 불만해소를 위해 실장님과 불만이 있는 학예 선생님과 막내 선생님이 얘기를 자주 했다.


오늘, 출근하자마자 사실 걱정이 앞서서 막내선생님께 <괜찮냐>고 물어봤다. 이 말에는 여러가지 의미가 내포되어 있다. 마음은 괜찮은지. 체력적으로도 괜찮은지. 그런데 생각보다 밝은 표정이다. 더군다나 우리 사무실 직원들을 준다고 먹을것까지 야무지게 싸왔다. 순간 벙쪘다.


그러면서도 아무말 대잔치를 하루 종일 한 것 같다. 하.


나이 어린 사람이 자기 앞가림한다고 사회생활 열심히 하는 중이었던 것 같다. 사회생활은 나이의 위아래가 없이 20대나 50대나 실적. 평가를 예민하게 반응하며 내 몫 챙기기 바쁘고 바른 모습도 보여야 하니 여유가 없다. 그럼에도 나는 쓸데없는 배려를 하루종일 했다. 알아서들 잘 해결할텐데 아무래도 도와줘야할 것 같은 기분이 들어 뭘 하긴 했는데, 전혀 도움이 되지 않았던 것 같다.


자기 앞가림 잘하면 다행인데, 민폐 안끼치면 다행인데,

생각보다 나는 쓸데없이 걱정하고 배려한다는 생각으로 뭘 하는데, 뭔가 접근이 잘못되었다. 도와준다.라는 말이 맞지 않구나. 도움은 요청할때만 도와주어야 진짜 도움이 되는 것이지. 앞서 나가거나 마음은 그렇지 않은데 <도와줄까요>라는 말이 불편하게 만든다는 걸 깨달았다. 지나친 열심과 관심과 열정이 부담스럽다는 것이다.


있는듯. 없는듯. 티가 나는 도움보다 티가 나지 않는 도움. 그럴때 사람은 감사함을 느낀다. 무심하게 던지는 말이 오히려 지나치게 신경써서 걱정하는 말보다 훨씬 위로가 될때가 많다.


무심하게. 다 알지만 모른척하고 내 자리를 지키며 내 할일을 하며 하루.이틀.삼일 앞으로를 계속 지켜보자. 무심하게 일하고 밥먹고 관계 맺다보면 오히려 나에게도 여유가 생기고 상대에게도 여유가 생겨서 더 깊은 관계가 될지도 모르겠다.


감정적 친밀함보다 무심하게. 한발한발 나아가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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