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럴 의도가 전혀 아니었어요.(2022.9.5)

내 생각을 말했는데 뭔가 아차 싶을때.

by 소국

한 학예사 선생님과 일정 조율 중이었다. 박물관에서 사전답사를 가야하는데, 사무실 여자 학예사 선생님 두 분과 나만 못 간 상태이니 꼭 다녀오라는 관장님 지시가 있었다.


사전답사를 담당하시는 선생님께 일정과 장소를 정하자고 상의드렸다. 그러자 갑자기 옆자리 나이 많은 학예사 선생님께서 말씀하신다.


"나는 11월초는 안돼"


이 말은 우리 셋 이외에 또다른 사전답사가 있는데, 그건 박물관 직원 전체가 가야하는 답사였다. 이 선생님은 복식전문가이신데, 복식 관련해서 외부에 일정이 있으시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외부 일정을 공유하셨다. 그리고 일정 내용을 듣던 사전답사 담당선생님께서 말씀하신다.


"선생님, 대단하세요. 선생님이 그만한 능력과 실력이 있으시니 그렇게들 찾는게 아닐까요?"


복식전문가 선생님은 그 말에 수줍다는듯이 이런저런 대답을 하신다. 그런데 나도 모르게 이런저런 얘길 하다가 본심이 툭 튀어나와버렸다. 사실 나는 복식전문가 선생님이 부럽지 않았다.


"그런데 전문가는 너무 힘들지 않아요? 맨날 일만 하잖아요. 선생님 전화기가 불통이 되도록 전화가 매일 울려요."


이말저말로 끝을 맺고, 뒤돌아서니 복식전문가 선생님께서 민망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뭔가 사람을 초라하게 만든 것 같아 괜히 죄송한 마음이 든다. 정말 그럴 의도가 아니었는데, 그냥 내 마음을 얘기한다는게 그분의 커리어를 도루묵 만드는 말같아서 죄송했다.


이렇게 언제나 늘 마음에 말이 남는다. 그저 넓은 마음으로 세치 혀를 용서해주시길 바랄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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