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 많은 계약직 아줌마가 말이 많을때
나이 어린 학예사 선생님이 피곤하다.
맞장구도 정도껏이다.
박물관에서 나는 유난히 나이 어린 학예사 선생님과 계약직 선생님들의 눈치가 보인다. 나이가 많으신 선생님들도 어떻게 대해야할지 사실 잘 모르는데, 나이가 어린 학예사 선생님 혹은 직원들을 어떻게 대해야할지는 더 모른다.
어젯밤에 글을 쓴다고 1시에 잤다. 브런치쓰고, 그냥 유투브 조금 봤는데 1시다. 내 시간아ㅜ
그래서일까. 하루종일 내 정신이 업이 되어 있었다. 태풍이 온다더니 날씨가 너무 개운하다. 실장님의 코로나 확진 소식과 함께 전직원이 자가검사를 했다. 음성을 확인하고서야 밥도 먹었다. 오전에는 새로운 업무가 툭 맡겨졌는데 담당자(적어도 나는 그분이 담당자라고 생각한다)가 나몰라라 하는 바람에 어이가 없다가 다시 마음을 추스렸다.
산책을 절대 하고 싶지 않고 기어이 자겠다는 마음으로 밥을 빨리 먹었는데, 가만보니 이 상태에서 낮잠을 자면 텐션이 지하 3층으로 내려앉을것 같았다ㅜ 그래서 무거운 몸을 끌고 선생님들을 따라 산책을 나갔는데, 신발은 아주 크고 옷은 덥고, 우리 선생님들의 보폭도 빨랐다. 궁시렁궁시렁하며 열심히 뒤를 쫓아가다가 나중에는 먼저들 가시라고 포기했는데, 씩씩한 학예사 선생님이 뒤쳐진 나를 챙긴다.
태풍이 웬말인 풍경. 한폭의 그림이다.풍경이 장관이다. 이맛에 이 박물관을 다니는데, 육신이 노인이라 그냥 박물관 문턱만 왔다갔다 하다가, 기절초풍할 산책을 하면서 순간 행복했다. 덕분에 운동도 하고, 정신이 번뜩였다. 진짜 사는게 별거 없다. 아침 내내 롤러코스터 탔던 기분이 이걸 보니 <살만하네>하는 생각이 드니 말이다.
산책을 다녀와서, 갑자기 텐션이 업이 되어 시덥잖은 농담들을 마구 던졌다. 아줌마를 맞장구쳐주는 학예사 선생님들을 보며, 참 착하다는 생각이 든다. 그런데 순간 시덥잖은 농담을 일삼는것도 한두번이지 내가 계속 이러면 피곤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요즘은 각자 책상 앞에 <나의 기분일지>같은걸 만들어서 표시해두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래야 내가 그런걸 보고 시덥잖은 말을 걸지. 기분을 표시해두면 아무래도 말 거는 사람도 조심하지 않을까.
그냥 이런저런 생각을 해볼뿐이다.
p.s: 잡담중에 소름끼치게 박물관 선생님들이 취향이 너무 비슷하다. 듣는 음악장르를 말하다가 소름끼쳤다. 역시 비슷했다. 갈등이 일어나는 이유는 여기에 있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