쉬운 맘 되어라(2022.9.6)
상처를 주거니 받거니, 흠집나는게 인생이다.
뭐지. 이 기분. 찝찝하다. 나는 내가 하이텐션이 될 때 조심해야 함을 안다. 술 마신 사람처럼 경계가 풀리고 내 얘기가 줄줄 나올 때 말이다. 사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나에게 관심이 없다. 이게 진실이고 진리다.
그럼에도 나는 지나치게 내 얘기를 막 할 때가 있다.(도대체 왜 하는건지.내 심리가 궁금하다. 미쳤나)
오늘 내 입이 쉬지 않고 말했고, 나의 웃음소리가 사무실에 가득했다. 경직된 분위기가 싫어 이말저말하는 것이다. 상대에 대한 애정이 담긴 말이라기보다는 그냥 무심코 하는 말들이 많았다.
흠집없이 늘 밝은 모습이면 얼마나 좋겠나. 그런데 그런 인생 없다.
"선생님 피곤하시죠?" 이 한마디에도 나는 솔직하지 못했다. <아 피곤해서 커피 먹는게 아니라 습관적으로 먹는거 같아요>라고 어쭙잖게 둘러대고 만다. 말이야 방구야. 직장생활의 솔직함도 수위가 있는 것 같은데, 그런 걸 모른다. 그래서 뭐가 다 어설프다.
하. 정말 오늘도 쪽팔리고 쪽팔리고 쪽팔리고 쪽팔리는 하루이다. 직원들과 편하게 얘기하는 <잠시>는 정말 귀하다.의식하지 않는 대화는 남이나 나에게 힐링이 된다. 그런데 뭔지 모르게 다들 다른 사람들의 눈을 의식하고 귀를 의식하는게 느껴진다. 남이 어떻게 생각할지 몰라 조심스러운 것이다.
내가 존경하는 학예사 선생님 한 분이 계시는데, 늘 한량의 모습으로 세상만사 귀찮다는 표정으로 일하신다. 어찌나 솔직하신지 상대에 대한 디스는 앞에서도 잘하시고, (나에게는 김이나 작가라고 놀리신다. 외모가 닮지도 않았고, 뭐 조금 글을 썼다고 그런 말을 하셨다. 듣자마자 이건 디스임을 명백히 깨달았으나 내 마음이 그 농담을 허용했다. 선생님 고소해야겠다고 받아치며 논다.)업무를 얘기하실때는 세상 선한 표정으로 다가오신다. 부탁을 해야하니까.
이런 분을 왜 존경하느냐. 직장생활이라는게 잘 지내고 싶은 마음은 모두가 같다. 대화도 겉만 번지르르한 대화가 대부분인 것 같다. 그래도 뭐 그정도는 서로가 예의를 차리기 때문에 이해할 수 있다. 문제는 업무가 딱 들어오면 갑자기 다들 자기 밥그릇 챙기기 바쁘고, 좋던 관계도 망가지기 일쑤이다. 이상하게 그렇게 된다. 일을 하면서 친해지기보다는 점점 사이가 멀어진다. 과중한 업무를 나누어서 잘하면 될 일이겠지만, 그 누구도 박물관 업무때문에 희생할 마음이 없고, 리더인 관장님은 속이 타니 한번씩 엄포 아닌 엄포를 놓을 따름인 것이다. 그러면 직원들 마음이 무거워진다. 이건 신입이나 그렇고, 우리 한량 학예사 선생님도 다 알고 느끼지만 타격받지 않으려 그냥 넘겨버린다. 회의가 끝나면 적당히 친한 직원들 사이에서 내가 듣던 말던 관장님에 대한 온갖 불평과 불만을 쏟아놓으시고, 가벼운 마음으로 본인자리로 가신다.
난 솔직히 이 학예사 선생님을 존경한다. 우리 박물관에서 급수가 가장 높아 뭐 한량처럼 일하셔도 무슨 말을 못한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나는 이분이 한량같아도 할 일은 다 하신다고 생각한다.
하루의 무게를 그렇게 덜어내는 법을 터득하신 것 같아 보였기 때문에 존경하는 것이다. 아무리 자잘한 업무라도 신경쓰이는 법이다. 그걸 알기에 간단하게 최소한의 노력으로 해결하신다.
다양한 사람들이 모인 곳에는 정말 쉽디 쉬운 마음이 필요하다. 뇌는 멈추고, 마음은 달래야 하는 것이다.
<쉬운맘 되어라> 시간이 더디 흘러가는것 같지만, 지나고나면 결국 별거 아니다. <쉬운맘 되어라>
오지랖도 적당껏. 배려도 거추장스러울 때가 있다.
이것이 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