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소한건데 이것 좀 지켜주세요

사소함에서 느껴지는 무게감

by 소국

우리 박물관에 미화를 도와주시는 직원분이 계신다. 이분은 계약직으로 내 자리에 계셨다가 박물관 정규직(미화)에 원서를 넣고 채용되셨다.


그런데 이분이 뭔가 좀 특이하시다.


일단 웃음소리부터 과장되었다. 늘 <허허허허>하며 웃으시는데 불편감이 있다. 그저 내 눈에는 사회성이 떨어지는 느낌이 물씬 풍겼다. 내 느낌이다.


학예실에 들어와서 이 분이 한마디씩 꼭 말을 하신다.


<분리수거를 잘해주세요.햇반 그릇 같은걸 꼭 플라스틱 자리에 넣어주세요>


<선생님, 여자 화장실에 휴지를 잘 넣어주세요. 꼭 쓰레기통 옆에 떨어져 있습니다. 조금 신경써주시면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이분이 이런 말씀을 하고 나가시자, 막내 학예사 선생님이 바로 <우리 혼난거죠?> 라고 말한다. 그리고 옆자리 학예사 선생님이 <어째 앞으로도 자주 혼날 것 같다> 하신다. 그런데 내가 여기서 <그런데 자잘한거 손 많이 가요. 쌤도 혼자 살아서 분리수거 같은거 잘할테지만, 은근 손가잖아요> 이런 말을 던졌다.


미화선생님이 하신 말씀이 불편한 말인건 사실이다. 들을 때 기분 나쁘다. 사소한 것으로 지적받는 것 같고, 안 그래도 바쁜데 내가 이런 것까지 신경써야돼? 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그런데 내가 개인적으로 볼 때 미화분야는 유독 배려를 받지 못하는 분야이다. 그래도 이 정도 직장 분위기면 나름 마음 많이 써주시는거라고 생각이 들긴 하는데도, 선생님들이 미처 깨닫지 못한 사소한 부분에서 의도치 않게 배려가 안될 때가 있다. 단지 악의가 없이 정말 순수하게 생각하지 못했을 뿐이다. 나는 계약직으로 그런 경험이 많았다.


그래서 편드는게 아니라 미화선생님의 말을 마음을 다해 듣는 태도가 아마 그분 입장을 이해하는 태도일거라는 것이다.


예전에 젊은 남자직원이 커피때문에 몇번이나 주의를 주었음에도 나의 듣는 태도 때문에 화가 났다. 내 마음에 <그깟 커피가 뭐라고 내가 혼이 나야되지?> 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보다 10살이나 어린 직원한테 이말저말 듣는게 기분 나빴던 것이다. 결국, 몇번 주의를 줘도 지켜지지 않으니 아예 커피를 따로 내려마시더라. 이후에는 다시 마음을 추스렸는지 함께 마셨는데, 이게 현실이다.


그런데 두 학예사 선생님을 보아하니 딱 내꼴이다.


이미 아랫사람으로 보는 태도. 그리고 이게 내 업무는 아니다는 태도. 내가 굳이 이런것까지 신경써야하나 하는 태도. 무심결에 나온 한마디에 마음이 묻어난다. 그래서 듣기 거북했나보다.


내가 상전이 아니다. 어딜가나 함께 일하는 사람이 있을 뿐. 대접받고자 하는 마음으로 어딜가든 아무도 환영하지 않는다. 아무리 사소한 일이라도 시시하게 여길게 아니라, 말 꺼낸 사람 무안하지 않게 지켜주기만 해도 다행이다. 더한 일은 아마 말 꺼낸 사람이 할테니, 부주의를 지적할때는 그저 지켜주기만 하면 되는 것이다.


깨달은게 감사하다. 세상 만사가 잘 듣는 게 먼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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