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등을 두려워하는 나에게.

두려워하는 나를 두려워하지 않기로.

by 소국

갈등을 몹시 못 견뎌한다. 상대에 대한 믿음이 없이는 싸우는 것을 시도조차 못한다. 끊어지지 않을 것이라고 믿어야 싸울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적어도 나의 상식으로는 그렇다.


미움이라는 감정도 일말의 애정이 있어야 미운 법이다. 애정이 없으면 관심이다.


인생을 극단적으로 생각할 필요가 없는 게 사람의 마음과 생각은 언제 변할지 모르는데, 상대의 반응으로 굳이 극단적으로 결론을 내릴 필요가 없더라는 것이다. 그냥 그 <상대의 오늘>만 볼 필요가 있다. <아, 오늘 네 맘은 그렇구나> <아, 오늘 네 생각은 그렇구나>


갈등이 지속될까 봐 염려하는 건 집어치우자. 상대의 마음도 내 마음도 어떻게 손쓸 수 있는 건 아니니, 시간이 지남에 따라 나도 상대도 바뀌기 마련이다. 간격이 좁아지면 감사하고, 아니어도 별 수 없는 문제라고 생각한다. 굳이 상대의 생각과 마음을 바꾸려는 노력이야말로 헛된 수고일 뿐. 그냥 인정하는 게 나로서 할 수 있는 최선 같다.


수많은 눈빛과 말과 제스처들에 피곤한 하루이다. 남들은 쉽게 뱉는 말이 나에게 소화가 안 돼서 오랫동안 남는 하루이다. 나에게 관심도 없으면서 인사치레로 하는 말들이 거북하기만 했다. 그러면 나도 모르게 이상한 승부욕이 발동해서 <두고 봐. 잘 사는 모습을 보여줄 거야>라는 생각이 슬쩍 스쳐 지나간다. 그러면 빠르게 고개를 젓는다. 요동치는 게 더 미련하다고 여기며, 그저 흘려버리기로 작정한다.


결국, 내 인생은 나의 선택으로 이루어지는데, 그 사람들 말 하나하나에 의미를 두고 괴로울 필요 있나. 흘려야 산다. 내 마음의 중심을 둘 곳은 거기가 아니기 때문이다. 싸울 줄 몰라서, 더러워서 피하는 게 아니라, 싸우는 게 싫고 에너지 소모가 커서 피한다. 과거에는 이런 내가 맹추 같고 바보 같았는데, 이런 나를 두려워하지 않겠다. 이게 나니까.


두려워하는 나를 두려워하지 않기로 생각해보니, 신기하게 마음이 편하다. 두려워하는 게 당연하다. 뭐 인생 처음 살아보는데 내 인생 누가 대신 살아주는 것도 아니니 대처법을 누가 알려줄 수도 없다. 그저 그때그때다 마음과 생각이 요동치지 않도록 붙잡으며 살아보련다. 요동치면 그냥 잠시 그걸 느낄 뿐. 요동침에 잠식되지 말아야지.


아마 나는 잘 살 거다. 이기적인 멘트 같지만 내가 잘살아야 주변이 잘 산다. 그래서 나는 바른 마음 먹고 살기 힘든 세상이어도 바른 마음 먹고 살기로 작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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