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부모들과의 만남

양육은 고민의 연속인가.

by 소국

우리 학교는 대안학교. 아이가 문제가 있어서 여기로 진학시킨건 아니지만 나름의 교육관으로 이곳을 선택해서 진학했다. 나름 만족스런 1년 반의 시간이 흘렀다.


1학년때 학부모들이 유독 친한 이유는 신입이고 잘 모를때, 같이 아이키우는 입장에서 나름 우정이 생긴다. 오늘도 그 엄마들의 모임이었다. 각자 가정의 어려움은 있지만, 오늘도 아이를 위한다는 마음으로 양육 열일중인 엄마들이다.


A 엄마는 아이가 adhd이다. 요즘에는 흔한 질환이다. 사실 나는 그게 그렇게 큰 문제로 보진 않았다. 대한민국 양육 현실은 특별한 아이들을 평균으로 만드는데 기가 막히는 교육관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하기에, 솔직히 이 질환이 우리 교육의 현실에 발맞춰가려면 어려움은 있겠으나 이 아이만을 생각할때는 어차피 다른거 굳이 맞출 필요 있나 생각했다.(물론 상대 엄마에게는 그렇게 말하지 않는다.)


쿨하기 가장 힘든게 내 인생 문제와 내 아이 문제이다.

그러니 함부로 입을 놀리지 않았다.


A 엄마는 이 아이 외에도 4학년의 아이를 키우고 있는데, 여간 쉽지 않다고 고민을 털어놓았다. 주양육자가 이 집은 아빠라서 아빠의 양육 태도에도 불만이 있었다. 들어보니 숙제며 준비물이며 아직도 뭐 하나 스스로 하는게 없다는 것이다. 내가 옆에서 관찰했을때 그 집 큰아이의 경우, 굉장히 세심하고 예민하다. 어른들과 함께 있었던 시간이 많은터라 아이가 눈치도 빨랐다. 아이도 성장과정에서 여러가지 어려운 점을 겪었을 것이다. 아픈 아빠. 동생의 특별한 질환. 바쁜 엄마 등등 이 아이는 주변 가족들의 모습을 보며 이것저것 삶에 대해서도 느끼는 부분이 많았을 것이다.


또다른 B엄마 자신의 아이에 대해 말한다. 내년이면 10살인데 6,7살처럼 놀고 있다는 것이다. 카메라를 색종이로 접으며 찰칵찰칵 소리내 무언가를 꺼내는 시늉하고 논다는 것이다. 민망한듯 웃으며 얘기하지만 근심이 가득하다. B엄마는 외동아들을 키우며 고군분투한다. 외동아들이 너무 작고 왜소하고 모든 발달 면에서 늦다고 생각한다. 학습적인 부분도 엄마가 곁에서 많이 도와주는데, 수학 같은 경우는 거의 질색팔색 한다고 한다. 이 아이도 내가 보는 관점은 좀 다르다. 외동아들의 특색이 있으니 어쩔수없고, 이 아이는 기질이 감성적이고 반응이 민감한 아이니 그냥 그걸 잘 키워주면 좋지 않겠나 생각이 든 것이다.


나의 고민은 거꾸로 아이가 스스로 너무 다 챙기는데, 강박같아서 힘들다 했다. 뭔가를 챙기고 또 챙기는데 장난감도 챙기고 준비물도 숙제도 혼자 알아서 한다. 나는 숙제가 있나 없나 싸인만 한다. 그리고 물건을 잘 챙기고 어리버리한 엄마 물건도 잘 챙긴다. 동생도 챙긴다. 그게 고민이다. 하니 엄마들은 하나같이 자기 밥그릇 잘 챙기면 된거란다. 욕인지 칭찬인지 모르겠지만. 나는 그정도는 할 줄 아는 우리 집 어린이가 대견스럽긴 하다.


이렇게 아이들을 나열해놓으니 정상이 하나도 없는 것 같다. 그래서 대안학교 보내냐고 욕먹을까 걱정이다. 그런데 만나보면 어느 애들보다도 순수한 우리 애들이다. 영악해봤자 아직은 속이 다 보이고 머리 굴려봤자 아직은 어른들이 훤히 보이는 귀여운 아이들이다. 포켓몬 카드 하나에 그저 행복하고, 협박성 엄마의 멘트도 대충 귓등으로 넘길정도로 친구와 노는게 제일 재밌는 아이들인 것이다.


불안하고 초조하고 언제나 흔들리는건 부모다. 그런데 나는 흔들리며 고민하며 애쓰고 또 애쓰는게 양육의 현실 같다. 기반을 닦아 놓고 아이를 낳는게 아니라면 누구나 가족의 생계와 아이의 미래, 부모의 미래를 모두들 고민하며 고군분투를 하는 중인 것이다. 쉽지 않는 대한민국 현실에서 귀하디 귀한 우리 아이들을 키우는데, 안 힘든 사람 어디있겠나. 이 정도로 버텨준 것만으로도 감사하다.


코로나로 1학년 학사일정의 변경이 많고, 학교 공지사항에 늘 촉각을 곤두세웠다. 아이의 건강이 우선이었던 엄마들이 아무리 좋은 프로그램이라고 해도 코로나때문에 쉽사리 엄두를 내지 못한 경우도 많았다. 그런걸 생각하면 우리 아이들 이만하길 정말 감사하다. 존재만으로도 늘 감사하고 싶은데 그게 꼭 하루를 못간다. 비정상만 다니는 대안학교가 아니라 특별하고 세상에 하나뿐인 우리 아이들이 다니는 대안학교이다. 이번 주일학교 주제가 <비교하지 않아요>였는데 우리 아이들은 비교하지 않는데, 어른들이 너무 비교한다.


비교하지 말고, 비교 당하지도 말고, 스스로 존귀히 여길줄 알고, 나만큼이나 다른 사람을 존귀히 여길 줄 아는 사람들로 크면 좋겠다. 세상이 잔인하지만, 그렇지만 포기하지 않아도 될 만큼 살 만한 가치있는 곳인걸, 나라는 존재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이 아이들이 발견하고 살아갔으면 좋겠다. 마음깊이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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