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설거지를 하다가 너무 피곤한 나머지 짜증이 확 올라온다. 별일도 아닌 것에 에너지 낭비하는거 싫다. 내 정신이 하루를 견디기에도 벅찬데, 사소한 것에 내 정신을 쏟기 싫은것이다.
<누군가는 해야하는 일을 즐겁게 해내는것>
나에게 필요한 덕목이다. 반복되는 일상이 너무 지루하고 볼품없고 나는 뭐하며 사는건가 싶을때마다 마음속으로 생각하길 <기쁘고 자원할 마음으로 할 거 아니면 안하는게 낫다> 라고 되새긴다.
설거지를 하고 있는데, 첫째 아이의 말투가 영 거슬린다.
계속 뭐가 불만스러운 것인지 <아이 씨~>를 남발한다. 들리지 않게 하면 상관없다. 그런데 다 들리게 그렇게 말한다.
혼자 생각하길 어느 부분에서 마음이 상한걸까. 내가 아까 말한 친구 만나는 부분? 내 말투가 강압적인 부분이 있었나? 나도 모르게 애한테 내 짜증을 냈나?
설거지를 하면서 숙제를 봐주는데, 아이가 말한다.
<엄마, 엄마가 말하지 말고 들어봐>
이 말을 간과하면 안되는데, 영어책 단어를 읽다가 막히니, 나는 또 얼른 알려줬다. 그랬더니 <아이씨~ 내가 들어보라고 했잖아> 한다. 기다려야 하는데, 그게 참 어렵다. 아이를 애써 달래며, 네가 해보라고 토닥였다. 그랬더니 한다.
그런데 얘가 뭐가 잘 안되는지 <아이씨~>를 남발하고, 점점 마음이 급해지는지 <엄마 이게 뭐야?>를 자꾸 물어본다. 인내심에 한계가 오기 시작하지만, 꾹 참으며 아이 옆에 아예 자리를 잡고 앉아서 하나하나 대답해줬다. 기다리라면 기다리고 대답해달라면 대답하고, 그러자 갑자기 애가 더 열심히 영어 문장을 읽기 시작한다.
신기해보였다. 그래서 사방팔방 소문을 냈다. 얘가 이런거 한다고. 그랬더니 쑥쓰러워한다.
그러더니 잘 안외워지는 단어를 끝까지 물어본다. 끝까지 대답해주다가 엄마인 나는 대답한다.<그만하면 됐어. 너무 열심히 하는거 아니야? 그리고 이것도 충분하고, 공부도 연습이니까 그냥 매일 조금씩 연습하면 돼> 집요함이 낳는 유익함과 무익함이 있는것 같다. 우리 아이가 그저 공부를 즐거울 정도로만 하면 좋겠다. 굳이 자기 자신을 괴롭혀가면서까지 그럴 필요가 있나 싶다.
설거지를 하면서, 숙제를 봐주면서 늦은 퇴근때문에 늦은 저녁을 먹는 남편에게 말했다.<사랑의 힘을 믿어야 끝까지 사랑할 수 있어. 사랑의 힘을 믿지 않으면 사랑할수가 없어>
아이를 키우는 일만이겠는가. 세상만사가 다 그런것 같아 보였다. 사랑하지 않으면 포기하기 쉽고, 끝까지 할 수 없고, 사랑의 힘을 믿지 않으면 사랑하려는 마음조차 먹기 힘든 것 같다. 조건없는 사랑의 힘을 나는 믿는다. 그 사랑을 받은 사람은 반드시 그 사랑을 돌려주리라 믿는다. 분에 넘치도록 조건 없이 사랑을 받으면 나에게는 넉넉하니 주는게 아깝지 않은것이다.
그냥 그게 다이다. 갈등을 해결할 수 있는 유일한 길도 나는 사랑이라고 믿는다.(이런 말이 이 시대에 가당치도 않는 말 같지만) 어느 시대 어느 장소이든 내가 어떤 위치에 있건 무얼 대하든 이 생각이 밑바닥에 깔려서, 모든 행위가 사랑의 동기였음 좋겠다. 아쉽게도 그런 날이 1년에 한번 될까 말까 하지만 말이다. 1번 사는 인생인데, 기왕이면 이렇게 살고 싶다는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