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괜찮은 사람인지 자신이 없을 때가 있다. 오늘이었다.
난 괜찮은 축에 속한다고 스스로를 증명해보이려고 애를 썼을뿐, 사실 나 자신도 내가 부끄럽다 여겨진다.
사무실의 남자직원이 내가 차없이 다닌다는걸 알고 내 퇴근시간을 맞춰 태워준단다. 젊은 싱글남자라 늘 경계심을 가졌고, 뭐 지금도 그렇다. 괜한 소문 돌까 조심스러운게 직장생활 같아서이다. 그런데 늘 시간에 쫓기고 체력의 한계에 부딪히고 돈에 쫓겨 살다보면 소문이야 뭐, 지금 눈앞에 차를 그냥 타게 된다. 예전에 한번 태워준다고 해서 냉큼 탔다가 다신 안타리라 했는데, 저질체력에 무더위에 늦게 오는 버스 기다리려니 벌써부터 맥이 빠져 지하철역에서 날 내려달라 얘기했다. 집 가까이는 됐고 그냥 지하철역만이라도 감사했다. 참 눈이 무섭고 소문이 무섭고, 그렇다고 에어컨 빵빵 나오는 차를 탈 수 있는 기회인데 놓칠순 없고.
아줌마니 괜찮겠지. 탔다. 난 아줌마다. (더 안탔어야 했나 싶다) 혼자 온갖 잡생각하다가 타고 오는데 시원하니 좋았다. 다음번에 기회가 되면 감사히 타겠지만 일부러 절대 기회를 만들고 싶진 않다. 그냥 내 마음이 그렇다. 보수적인 직장문화인데 굳이? 그런 마음이다.
집에 오니 강아지같은 아이들이 있다. 융통성 없는 첫째아들. 뭐가 그리 급하신지 친구얘기. 포켓몬 얘기다. 더운날씨.지치는 체력.겹겹이 쌓이는 스트레스. 이 모든게 사람들과 연결되는것 같아 훌훌 털어버리고 싶은 마음. 간절히 혼자이고 싶은 마음. 그냥 아무말도 안하고 안듣고 싶은 오늘이었다.
밤 10시. 기어이 폭발. 이유는 둘째의 이유있는. 분명 이유있는 짜증이었다. 하지만 난 단호했다. 숙제의 시간은 줬고 하지않았으면 잠잘 시간엔 그냥 자는거다. 끝. 더이상의 타협은 없다.
문제는 불똥이 첫째에게 튄다. 너는 내 얘기 듣지도 않으면서 왜 내가 니 얘길 들어야하니. 거의 감정싸움에 치닫는다. 폭풍 잔소리와 감정이 쏟아져나온다. 이미 엎질러진 물. 그동안 꾹 참아왔던 것도 결국 다 쏟아져버렸다. 꾹 참는건 절대 도움이 안된다. 협조를 구해야지. 협조를 구해야 협조적인 사람으로 상대가 변하는데, 이건 혼자 꾹 참으니. 결국 내탓이다.
화를 내는 나를 돌이켜보며 <니가 화낼 자격이 있니. 그건 화낼일이 아니었다. 가만 돌이켜보면 아이말이 다 맞아. 결국 나는 내가 불안해서 아이에게 화를 냈고, 내 스스로가 내 자신에게 자신이 없어서 일일이 아이를 통제하려는거 아니었니? 아이가 문제가 아니라 너야> 이런 말들이 들린다.
<돈을 왜버니? 아이때문이라고 생각하지 말아라. 이건 이유가 될수 없다. 만약 그런 이유라면 더 화를 내지 말았어야 한다. 그건 너의 이기적인 판단이 1순위였다. 가족들을 더 온전히 믿었어야 했다. 가지고 있는 범위 내에서 행복감을 누리지 못해서 니가 나간거 아니니..> 이런 말들도 들린다.
언제나 부끄러움과 수치심은 내 몫이다. 얼마나 더 많은 날들을 부끄럽게 살아야 그나마 괜찮은 어른이 되어 있을까 싶다. 직장생활에서의 나의 태도와 행동도 나만 생각하는 이기적인 내 자신이 참 부끄럽고, 집에 와서도 결국 한다는 말과 행동이 이건가 싶을때 정말 마음이 무너질정도로 수치스럽다. <엄마>라는 위대한 역할을 맡으면 이 모든게 가능해질거라 믿었던 내 자신이 바보같다. 엄마도 이기적일수 있고, 나의 엄마처럼 모든걸 헌신하는건 나는 못하겠다. 엄마가 되었지만 엄마가 이해되지 않는다는게 정직한 것 같다.
다시 생각한다. 내일은 어떻게 살것인가.
내일은 오늘과 다른 하루가 되길 기대해본다. 새로운 사건이 있겠지만 선생님들에 대한 존중하는 마음을 잊지 않길 바란다. 우리 가족과 아이들을 보며 엄마로써의 자신감 잃지 않고 다시 마음을 맞춰갈수있길 바란다. 나의 사랑을 알겠지? 알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