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을 들으며 느낀 점(2022.11.9)
명사 특강이 내게 주는 교훈
수원의 어느 호텔에서 워크숍을 했다. 내가 속한 재단 워크숍이었는데, 참 뻘쭘하기도 해서 참석을 피하려던 차였다. 그랬더니 같은 박물관 선생님이 우리 박물관이 협력적으로 보여야 하기 때문에 가라고 하신다. 마음이 갈팡질팡 했는데 확실한 명분이 생기니 그래 가자 하는 마음으로 참석했다.
명사가 특강을 했다. 관심분야에 끝없이 도전해라. 좋아하는 일에 미쳐봐라. 많이 실패해야 그게 성장의 거름이 된다. 불확실할수록 기회다. 등 온갖 명언은 쏟아졌다. 일에 미쳐보고 싶지도 않고 뭔가 끝없는 결핍 속의 성공신화들이 왜 이렇게 안 와닿는지 모르겠다. 이제는 그런 게 와닿지 않는 나이가 되어서 그런 건지, 지금 내 마음이 꼬여서 그런 건지. 뭔가 자꾸 나는 환경의 제약이 있다고 생각이 들고, 재정비. 배움. 도전. 나만의 길. 이런 게 막연하고 불안하고 두렵고 어려웠다. 그래. 도전을 잘하는 사람에게는 그만큼의 기회가 있겠지. 그리고 그게 꽤 이득이 될 때도 있겠지. 그런데 나 같은 사람은 어떻게 살아야 하는 걸까. 애매한 경력. 애매한 학벌. 애매한 위치. 뭐든 애매한 사람들을 위한 공감이 되거나 납득이 될만한 말씀은 없었다. 애매한데 겁도 많아서 뭘 함부로 힘들어하는 이런 사람들은 무얼 어떻게 이 사회에서 헤쳐 나가야 하는지.
심리적으로도 어렵고 사회적 위치도 애매하고 실제 업무능력도 애매한 이런 사람들.
워크숍이 전반적으로는 즐겁고 흥겨운 분위기였다. 그런데 내게 무엇이 이득이었나 생각해보면 즐거움만 남았다. 이게 뭐지. 하루를 허비했다는 생각은 들지 않지만, 누구의 말을 들으며 살기엔 너무 커버렸다. 결국 내가 판단하고 마음을 정리하고 생각해야 했다.
워크숍이 끝나고 워크숍 장소 근처에 사는 친구를 만났다. 오늘의 소득이다. 엄마가 암으로 아프신 이 친구는 사실 나보다 4살이나 어린 동생이지만, 나에게는 친구다. 이 친구는 언제 만나도 스스럼없다. 괴로움을 토로하며 차 한잔하고 밥 먹을 겨를도 없이 애 보러 갔지만, 마음은 풍요롭다. 친구 얼굴을 보아하니 괜찮아 보이고, 어머니도 생각보다 항암치료를 잘 받으신다니 다행이다. 젊을 때 사는 게 괴로워서 자살 시도하던 친구가 이제는 어엿한 엄마고, 직장인이다. 가정을 꾸리고 잘 사는 모습을 보니 보기 좋다.
우리는 성공신화를 이룬 사람들은 아니지만, 사실 우리의 과거에 비하면 꽤 책임 있게 살아가는 어른이 된 듯해 보였다. 사람 마음 알 길이 없지만, 마냥 앳된 20대의 모습을 벗어나 괴롭지만 엄마로서, 자식으로서, 아내로서, 직장인으로서의 모든 역할을 묵묵히 해내고 있었다.
이 정도의 정신으로 이 정도의 삶을 감당하고 살아간다는 게 새삼 대단하게 느껴지고, 나름 잘 살았다는 생각마저 들었다. 감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