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로움이라는 감정에 대하여(2022.12.13)

아줌마의 외로움에 대하여

by 소국

11월에 일을 마치고, 12월이 되었다. 나는 생각보다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았다. 이게 이해가 되지 않는 사람들은 나를 우울증 환자로 몰겠거니 싶지만, 그냥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아서 정말 아무것도 최대한 하지 않으려 했다.


11월 30일에는 내 마지막 출근이었고, 그 이후 일주일은 아가씨가 집에 와서 지냈다. 공간이 많지 않은 집에 북적북적 사람만 많았다. 다소 불편함을 버티며 일주일을 지냈는데, 어쩔 수 없이 피 튀기게 싸우기도 했다. 서로가 불편했으니까. 함께 지내는 과정 자체에도 서로의 말과 행동으로 불편했으니까. 이해도 되지 않았으니까. 싸우게 되었다.


이후, 12월 6일 화요일이 되자, 나는 온 신경을 곤두세웠던 것이 풀린 듯 맥이 풀렸다. 그럼에도 생각해보면 내가 해야 할 할 것들을 성실하게 하긴 했다. 금요일에 첫째 아이 발표회가 있던 터라 그것에 초점이 맞춰진 생활을 했던 것 같다. 발표회가 무사히 마쳐지도록 준비물들을 손수 만들고, 전달했다. 그럼에도 나는 혼자인 시간을 더 완벽하게 보내고 싶어서 일부러 암막커튼을 치고 잠을 청했다. 하루는 정말 낮 1시까지 잤다. 그 외에는 사람들을 최대한 만나지 않고 아이들 하교 전까지 그동안 보고 싶던 영화를 엄청 몰아봤다. 좋은 영화들을 더 찾아봤다.


그런데 뭔지 모르게 나는 신경이 쓰였다. 집에 있지도 않으신 어머님이 신경 쓰이고, 저녁에 들어오는 남편이 신경 쓰이고, 오후가 되면 하교할 아이들이 신경 쓰였다.


이런 망할.


이게 뭔 놈의 감정인지 모르겠지만, 이런 감정을 느끼는 내가 한심스러웠다. 가족들이 떠나서 오롯이 혼자되는 건 언제나 오는 순간이 아닌데도 충분히 그 순간을 즐기지 못했다는 것이 조금 한스럽다.


가족들과 있으면서 <내가 왜 이렇게 외롭지?>라고 생각할 때가 많았다. 내가 이런 감정을 느낀다면 아마 가족들도 그럴 수 있다. 감정이 쌍방이라고 생각하기에, 내가 이런 감정이 들면 아마 아이들이건, 어른들이건 이런 감정이 들지 않을까 싶다. 그런데 정말 어느 순간, 훅 <왜 이렇게 미치도록 외로울까> 싶은 순간이 온다. 바람도 능력이라고 피울 수도 없고, 돈이나 많아서 펑펑 쓸 수도 없는 나는 그저 영화에 내 마음을 달래 보려고 애썼던 것 같다. 곁에 분명히 사람이 있는데도 외롭고, 사람이 떠나면 그 시간을 온전히 사용하지 못하는 내가 약간 장애가 있다고 느껴질 정도였다. 혼자를 원하면서 막상 혼자가 되면 편안함을 느끼지 못하는 이런 아이러니가 어디 있나.


나의 이런 모습이 어머님께 보인다. 그냥 외로워서. 말로 표현하기는 어려운 감정 같은데, 최대한 비슷한 감정이 외로움이지 않을까 추측해본다. 외로워서 말 붙이고 행동하시는데, 사는 것도 버겁고, 말붙이자니 내 마음 알아주는 이 하나 없는 것 같아 서럽고, 그냥 나이 먹고 남는 게 서러움뿐인 어머님의 모습 속에 나의 모습이 보인다.


<괜찮아. 사랑이야>라는 드라마를 참 좋아했는데, 이유는 등장인물들이 모두 정상이 아니어서 좋았다. 정상과 평균에 목매는 현실이 나에게는 강박으로 다가와서 가끔은 숨 막힐 때도 있었다. 그런데 이 드라마의 등장인물은 조금씩 이상하다. 비정상 범주에 다들 속하다 보니 기대치도 낮다. 그리고 그들의 비정상적인 행동과 말이 받아들여지고 이해된다. 극 중 설정이 꽤 극단적이긴 하지만, 가끔 가족뿐만 아니라 사람들이 이해되지 않을 때마다, 극도로 외로울 때마다, 혼자 조용히 속삭이긴 한다. <그래도 알지? 괜찮다는 거. 사랑이라는 거.>


어머님과 남편과 아이들과 사는 거 나에게는 쉬운 일이 아닌 것 같다. 나는 내가 얼마나 이기적인지 안다. 그리고 내가 얼마나 사랑받고 싶어 하는지 안다. 모든 면에서 채워지길 원한다. 그런데 가족들을 통해 일부는 채울 수 있을지 몰라도 완벽히는 아니다. 나의 외로움의 총량을 채우기에는 역부족이고, 사실 내가 그들을 채워줘야 할 경우가 많았던 것 같다. 결국에는 나 홀로 감당해내야 할 나의 몫이라는 게 늘 있더라는 거다.


인생은 확실히 외롭다. 그런데 그 순간을 나만 견디는 게 아니라 내 인생 선배들도 다 견뎌왔다는 생각이 든다. 나의 엄마. 아빠. 아버님. 어머님. 나는 이제야 이런 외로움을 겪으니 혼란스러울 뿐이지만, 사실은 인생이 호락호락하지 않고 쉽지 않은 길을 꿋꿋이 견딜 때 오는 외로움이 있다. 그냥 그런 것 같다.


앞으로 구만리 인생길을 가야겠지만, 걱정보다 내가 서 있는 곳을 발로 꾹꾹 누르고 디디며 한 발 한 발 조금씩 조금씩 걸어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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