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보다 살다 보니 이런 경우가 허다하다. 나는 이게 중요하다고 생각했는데, 남은 아니다. 뭐 하나 추진하는 것이 어려운 순간들이 어김없이 온다. 나의 생각과 너의 생각은 같은 줄 알았는데, 어? 아니구나? 이럴 때. 사실 나는 많았다. 의사소통의 오류인 건지. 아님 내가 사람을 파악하지 못하는 건지. 관계가 끊어질까 하는 두려움 때문에 속 시원하게 말을 못 하는 건지. 당최 알 수는 없지만, 이런 상황이 자주 발생한다.
아이를 양육하는데, 아이 중심적인 삶을 살 수밖에 없고, 그것이 가끔은 어른인 부부에게도 (이런 표현이 적나라하지만) 숨 막힐 때도 있다. 무엇이든지 아이 중심적이 된다는 건 다른 말로 우리들도 어느 정도 포기와 희생이 따르는 삶을 살아야 한다는 것이다. 이것은 아무도 강요하지 않았고, 누구도 그렇게 말하지 않았지만, 그냥 자연스럽게 되어가는 과정 중 하나이다. 엄마, 아빠가 된다는 건 생각보다 어려웠다. 미성숙한 엄마, 아빠일수록 더 어렵다. 아이의 빛나는 순간을 함께하는 건 너무 기쁘고, 감사한 일이지만, 그 순간을 위해 생각보다 엄마, 아빠는 치열하게 살아야 했다. 그래서 나만 이러나 하며 억울한 마음도 잠시 들기도 했으나, 돌아보면 수많은 학부모들이 그렇게 산다. 굳이 희생이라는 숭고한 표현을 붙이지 않아도, 누군가의 수고가 있지 않으면 우리 아이들이 이렇게 클 수 없다는 생각이 매번 드는 건 어쩔 수 없다.
요즘처럼 사회나 경제가 나아지는 게 쉽지 않을 때, 싸우지 않으면 다행이련만, 이럴 때일수록 의견이 모아지지 않고, 싸우게 된다. 가정에서도 직장에서도 학교 모임에서도 갈등 상황이 늘 발생한다. 의견을 내는 사람이나 의견을 따르는 사람이나 사실 공동체가 잘 되자고 생각해서 낸 의견일 텐데, 남 탓을 하지 않고 의견을 밀어주거나 내주면 좋으련만. 꼭 남 탓이 들어가거나 책임 소지를 묻게 된다. 책임자는 있어야겠지만, 책임자 외의 사람들의 태도나 책임자의 태도나 평행선을 그리듯 팽팽하다.
영화 <인턴>의 할아버지 인턴이 요즘 계속 머릿속에 빙빙 맴돌았다. 정갈하고 세련되고 남을 피해 주지 않지만, 기꺼이 돕고, 남의 어려움에 대해 모른 척하지 않고 재치 있게 해결해주고, 모든 갈등 상황을 알지만 나서지 않고, 도움을 요청할 때 도와주는 할아버지 인턴. 나는 영화를 보면서 <아 이래서 사람들이 마음이 따뜻해진다고 했구나>를 알았다. 우리는 모두 이런 사람이 되길 원하고, 만나길 원하는데, 생각보다 현실은 '나'를 알아주기 원하고, '나'를 받아주기 원하는 사람들이 모인 공동체가 많다. '나' 중심적인 사회이다 보니, 주관은 뚜렷해졌는데 공동의 목표와 이익을 생각하며 같이 가는 게 어려워진 듯하다.
심지어 나조차도 '나' 중심적인 사고가 너무 발달하여 작은 일에 발끈할 때가 많다. 얼굴에 티가 날 때가 있고, 나지 않을 때가 있을 뿐. 그런데 교회에도, 학교에도, 직장에도, 가정에도 이런 사고가 자동적으로 돌아가는 것 같다. 나를 무시하는 건가? 나를 얕잡아 보는 건가? 나에게는 중요한 우선순위이거나 사안이라고 생각이 되는데 상대방이 그렇게 생각하지 않을 때 대부분의 사람들의 반응이 풍선의 바람이 힘없이 빠지는 것 같거나 혹은 발끈하거나, 섭섭하지만 감정을 숨긴 채 아닌 척하고 만다. (혹은 타 모임에 가서 이야기를 한다거나)
우리는 대부분 그렇게 사는 것 같다. 내가 속한 공동체와 사람들을 생각한다는 게 얼마나 그 공동체와 사람들에게 유익이 될는지 모르겠다. 내 사고도 결국 '나' 중심적 사고이기 때문이다. 아이를 키우면서 이런 것을 깨달았을 뿐이다. 가족들이 아이를 키우기 위해 함께 고생하고, 노력하는데 늘 갈등 상황이 발생할 때 왜 우리는 공동의 목표로 수고하는데, 왜 맞지 않을까? 생각했을 뿐이다. 교회도 학교도 아마 직장에서도 그런 고민을 하지 않을까? 공동의 목표로 수고하는데, 왜 생각이 일치하지 않고 늘 갈등이 일어나는지. 모든 오너들의 고민이 아닐까 싶다.
나는 오너는 아니지만, 혼자 생각하길 개인주의가 팽배해지고 개인이 중요하게 된 이 시대에는 예전과 같은 <완전한 하나, 하나의 공동의 목표>는 부담스럽겠구나 생각했다. 오히려 개인을 존중하되, 느슨한 연대야말로 살길이겠구나 싶었다. 연대와 협력 정도일 뿐, <완전한 일치와 하나>는 앞으로의 세대들이 따르기 힘든 가치겠구나 싶었다.
아마, 가정도, 학교도, 직장도 점차 그런 문화가 되지 않을까? 이미 우리가 시대의 변화를 몸소 체험한 부모이니, 그 밑에서 자라난 아이들이야말로 온몸으로 느끼지 않을까?
시대는 변하고 있는데, 나만 고집스럽게 과거의 내가 겪어 온 맞다고 생각하는 가치들을 내세우는 건 아닌지 모르겠다. 아이들이 커 갈 시대는 우리가 알던 시대와 확연히 다른 시대인데도, 아직도 부모인 내가 맞다고 생각하며 강요하고 있진 않나 싶다. 이제는 <엄마 말 들어>가 아니라 <너의 도움과 협력이 필요하다>를 가르치고, 어떻게 하면 아이들 포함 우리 가족 구성원이 무얼 서로에게 지켜야 서로 편안하게 지낼 수 있는지를 조금씩 알아가야겠다는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