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어머님과의 짧은 대화(2022.12.20)
하. 정말 나도 속상하다.
점심을 먹고 도서관에 나가야 해서 어머님 점심 챙겨드리려고 방문을 열고 여쭤봤다.
<어머님 라면 드실래요?>
그랬더니 헛웃음을 지으시며, 아니 난 됐어하신다. 그리고는 <묵이나 먹으련다>하신다.
그래서 나는 묵도 준비하고, 라면도 준비했다.
그랬더니 어머님이 <아니 묵을 이렇게 넣으면 어떡해~ 솰라솰라> 사실 뭔 말인지 이해가 정확히 안 되었다. 어머님이 도마랑 칼을 식탁으로 가져오시더니, 묵을 길게 썰어 끓는 물에 넣으신다. <너무 크게 넣으면 속까지 익지 않는다> 이 말을 하시고 싶었던 것이다. 나는 어머님이 이때부터 좀 불편했다. 그러고는 방으로 들어가시는 것이다.
뭐 언제나 그랬듯 밥 차리는 게 내 일인 양 차리는 시늉을 하며, <어머님 식사하세요~>했다. (어제는 같이 준비했다가 오늘은 점심준비가 찬바람이 부는 듯하여 이런 표현을 하게 되는 것이다)
그러곤, 맛있게 밥을 먹었다. 갑자기 식사를 하시다가 어머님이 <나 방에 들어가 티브이 보면서 먹을게~> 하신다. 나는 뭐 <네~> 했다.
다 먹고 설거지를 하는데, 어머님이 거실을 서성이며 <갈 때 감자 좀 갖다 놔~ 내가 까줄게~>하신다. 난 여기서 화가 났던 것 같다.
나도 모르게 <감자? 왜요?> 그러니..
<너 나갈 때 갖다 놓으라고~>
<지금 나갈 건데.. 지금 갖다 놓을게요~>하고는 혼잣말인지 상대보고 들으라는 건지 나도 모르게 <아.. 반찬 하라고..> 하고야 말았다.
참. 사람이 뉘앙스가 중요한데, 어머님의 포인트는 늘 기분이 나쁘다. <내가 너 도와줄게>로 접근하시는데, 금방 그 의도가 들통난다. 감자가 썩고 있는데, 감자도 걱정되고, 내가 한두 번 말한 것도 아닌데 네가 움직이질 않으니 내가 하겠다. 그리고 이 말은 네가 돌아오면 반찬을 하라는 말이다.
까놓을 게만 강조하시고, 그 뒤는 말씀하지 않으시니 뭔 말인가 싶은 거다. 반찬을 하라는 건지. 반찬도 어떤 반찬이 드시고 싶으셔서 그러는 건지. 아니면 뭐 따로 생각하시는 게 있으신 건지.
입에 달고 사시는 말씀은 <나 신경 쓰지 마라>인데, 진짜 신경 안 쓰면 난리가 난다. 어떻게 자식이 부모한테 그러느냐고. 내가 과연 이 생활을 얼마나 오래 할 수 있을까?
어머님과는 하루가 멀다 하고, 냉탕과 온탕을 왔다 갔다 하는 것 같아서 <그러려니><뭔 이유가 있으시겠거니> 기법으로 마음을 다스리는 중이다. 하...
p.s: 자식 눈치보며 사는 어머님의 심정도 늘 생각했지만, 오늘은 접어둘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