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부모: 비밀 없는 말이 돌고 도는 관계
H 엄마에 대하여(2022.12.20)
차라리 엄청 많이 모이던지, 애매하게 모이면 영 짜증이 난다. 특히, 어떤 엄마의 말투와 제스처 때문에 맘에 들지 않았다. 대단한 건 여기 엄마들이 그 엄마 때문에 속상한 일들이 있었음에도 아무렇지 않게 또 모인다.
내가 이상한 건지 그 엄마들이 정상인 건지.
내 새끼를 위해 엄마가 희생해야 하는 게 그렇게까지 해야 하는 일인가. 만약에 어울리지 않으면 사회성이 뒤떨어지는 것인가.
사건의 원인인 그 엄마(H엄마)는 목회자 사모님이다. 사모님이라는 타이틀을 제외하면, 그냥 보통의 아줌마다. 그야말로 팔불출이 따로 없는 아줌마인데, 내가 뭐 어떻게 일했다느니, 혹은 남편이 아이들과 어떻게 놀아준다느니, 어딜 갔는데 뭐가 좋다느니 등 다양한 얘기들을 그냥 한다. 어느 아줌마 모임에 가든지 그냥 이유 없이 다양한 주제가 얘기 나오듯 하는 것 같다.
그런데 이 엄마가 어느 부분에 영 불편했냐면, 자기 아들이 장난치고 놀다가 뭔가 맘이 상하거나, 힘으로 상대방에게 더 장난치지 못하면 무조건 소리를 지른다. 소리를 지르는 게 감정을 절제하지 못해서 애가 난리를 치는 것이다. 내가 이런 장면을 한두 번 본 게 아니다. 애가 난리를 치는 게 이상하다는 게 아니라, 엄마의 대처가 이상한 것이다. 엄마가 자기 아들에게 정황을 묻고, 상대 아이에게 정황을 묻더니 결국은 자기 아들에게 상대 아이가 사과해줬으면 좋겠다 하는 것이다. 상대 아이가 반드시 사과를 해야 한다는 것이다. 아니, 자기 아이만 아이인가. 아이에게 사과를 해야 한다는 식의 말도 나는 이해가 안 되고, 남의 아이를 데려다가 말투며 제스처가 이건 아니지 않냐는 식의 말투, 그리고 사과해줬으면 좋겠다는 말투.
집에서 어떻게 노나 들어보면 형제끼리 치고받고 싸우며 논단다. 집에서 더 하면 더 했지 친구들끼리는 그렇게 못 논다. 지켜보는 눈들도 있기 때문이다. 친구들끼리 선을 넘지 않는 선에서 장난칠 수 있다고 생각한다. 폭력은 나쁘지만, 툭툭 치는 장난들을 일일이 엄마가 개입해서 내 아이 울 때마다 상대 아이한테 <네가 사과해줬으면 좋겠어> 할 일인가 싶은 거다. 그럼 놀지를 말던가. 기어이 노는 데 껴놓고 와서는 꼭 막판에 이 아이가 이 난리가 난다. 그러면 엄마가 더 성화다.
하. 내 참. 기가 찬다.
맞는 말 딱딱할 줄 몰라서 안 하는 게 아니라, 참고 있다는 걸 이 엄마가 모르는 것 같다. 엄마의 태도가 같이 노는 엄마들까지 불편하게 한다는 사실을 왜 모를까? 편하게 얘기해도 될 만큼 우리가 친하다고, 그런 태도까지 받아줘야 하는 건가? 자기 아이 받아주고 있다는 사실은 잊는 건가?
나는 오늘 한번 더 분노했다. 계속적으로 뉘앙스가 부정적인 말을 나에게 흘리는 것이다.
우리 아이가 좋아하는 친구가 있다. 사실 이 둘이 잘 놀면 좋은데, 문제가 있다. 발달이 늦은 친구 한 명이 있는데, 얘가 계속 중간에 낀다. 그러니 우리 아이, 그 친구는 마음 놓고 둘끼리 놀 형편이 잘 만들어지지 않는다. 그래도 1년 사이 꽤 같이 놀았다고, 아무리 저희들끼리 좋다 해도, 발달이 늦는 그 아이를 친구로 생각하고 장단을 맞추는 것 같았다. 과정은 쉽지 않았다. 엄마들끼리도 눈치가 보이고, 마음 상할 일 생길라 늘 노심초사. 말조심했던 것 같았다.
특히, 발달이 늦다는 그 아이의 엄마는 내가 유독 마음을 터놓고 얘기하고 속 얘기도 많이 들었다. 엄마의 개인적인 감정. 기분에 대해 들었으므로 나 개인적으로는 가깝다 여겼고, 그럼에도 조심스러웠다.
그런데 이 철부지 H엄마는 아무렇지도 않게 자기 반 자랑을 하며, <우리 반 애들은 뭐든지 스스로 한다><애들이 워낙 똑똑하니까 알아서 잘한다><누구를 따라 하고 그런 거 없다> 이런 말들을 서슴없이 하는 거다. 이런 말을 한 뒷배경은 우리 아이와 우리 아이가 좋아하는 아이, 발달이 늦다는 아이가 나의 꿈 발표를 할 때 똑같은 걸 했다고 그런 말을 한 것이다.
하. 내가 이런 것까지 상대해야 하나.
어른인 부모가 저렇게까지 아이들을 모를까? 아이들의 마음에는 관심이 조금도 없고, 어디서 본 육아서대로 두루두루 친한 게 사회성 좋다는 둥 그런 걸 얘기하고 싶었을 거다. 자랑 같지도 않은 자랑을 해대면서 자식 자랑, 반자랑을 해대고, 돌려 깎기 식으로 남 깎아대고 있으면서 뭐 하는 건지. 너무 화가 났다. 듣기 불편한 얘기를 맞은편 엄마(발달이 늦은 아이)는 차분히 듣고 있는 모습에 더 신기했다. 지금 생각하니, 둘이서 우리 아이 얘기를 한 건가. 아님 뭐가 다른 게 있는 건가. 아님 내가 비정상인 건가.
하. 그 뒤에 내가 한 행동이 더 가관이다.
나는 아이들에게 저녁 먹을 시간이 되고, 늦지 않게 집에 들어가야 해서 일어난다는 핑계로 일어섰다. 그리고 큰아이와 작은아이를 데리고 오면서 날 따라오지 않는 둘째를 보니 너무 지쳐 그냥 차 출발하는 척을 하고 되돌아가 다시 데려왔다. 지친 마음과 생각이 엉켜서 큰아이가 친구들 얘기하길래 다짜고짜 <친구 좀 그만 따라 해라>하고 말았다. 그리고 잠시 뒤에, 차에서 내리면서 아이에게 사과했다. 미안하다고. <엄마 생각에는 친구를 따라 하는 게 잘못된 건 아닌 것 같은데, 친구가 잘못한 행동을 따라 하는 건 안될 것 같아> 그랬다.
<어. 맞아. 나도 그렇게 생각했는데!> 큰아이의 답변이다.
나야말로 학부모들은 학부모일 뿐. 그 말들을 마음에 담아두어선 안 되겠다. 멘털이 와장창 흔들릴 말들을 들을지라도, 소귀에 경읽는 사람처럼 너의 자식과 나의 자식의 경계를 분명히 두어야겠다. 괜한 말 듣고 와 우리 아이 잡을 생각 말고, 지금 너무도 씩씩하게 잘 커주고, 자기 역할 잘 해내는 이 아이를 든든히 응원해줘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