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님이 진짜 불편하다.(2022.12.22)

뭐가 불편한지 생각해봤다.

by 소국

어머님이 아이들 통장을 만들었다. 장롱에 돈을 왕창 모아놨었다.100만원 가까이 되는 돈이었다. 아이가 받은 돈들을 그냥 안쓰고 계속 모았더니, 그렇게 되었다.


한 아이당 100만원씩, 200만원 되는 돈이었다.


그런데 어머님은 내가 그렇게 돈을 관리하는게 못마땅하셨던 것이다. 애들을 데리고 가더니 통장을 만드셨다. 그 만드는 과정도 일하고 있는 나에게 전화를 몇통씩 해서 겨우겨우 만들어낸 통장이었다. 어머님에게는 돈이 중요하다. 돈의 의미가 다양하겠지만, 내가 보니 어머님은 돈이 곧 생명줄인듯 말씀하시는것 같아서 결혼초기에는 불편했다.(지금은 나도 생각이 많이 바뀌어, 애기가 둘을 먹여살려보니, 자존심보다 돈이 먼저 인것 같은 심정이긴 하다.)


어머님이 어떻게 살아오셨는지는 귀에 박히도록 들어서 나도 어느정도 연민을 가지고 있다. 그렇지만 그 삶의 방식을 동의하긴 어렵다.


어머님은 적금통장.예금통장을 만드시더니, 그러곤 아이들이 돈을 받아오면 <통장에 넣어라>를 입에 주구장창 말씀하시기 시작했다. 나는 별로 그런 거에 개의치 않으니, 당연히 한귀로 듣고 한귀로 흘렸다. 그랬더니, 오늘 딱 걸렸다.


나한테 <저번에 받아온 돈들 어디있느냐><돈이 10만원씩 자동이체 되도록 해놨는데, 적금을 만들면 아이들에게 도움 되지 않겠냐> 등등 본인의사를 말씀하셨다. 나는 영 듣기 불편했다. 나보고 관리하라고 해놓고 왜 이렇게 간섭하시지? 생각했다. 그래. 돈이라서 그런가?- 이때부터 부정적인 생각이 들기 시작하니, 대화가 될리가 없다.


<어머님 저는 10만원씩 들어줄 형편이 안되요><어머님이 관리하시지 그러셨어요><어머님 형편도 안되면서 억지로 애들 적금 드는건 아니지 않아요?> 별별 말을 다 했는데, 이게 대화가 아니라, 서로 일방적이었다.


하. 어머님은 아마 도와주고 싶었던 마음이셨을거다.(나랑 딱 맞지는 않지만 아마 그럴것이다고 믿고 싶다)

10만원씩 본인이 넣어주겠으니, 나더러는 세뱃돈과 큰 돈을 받으면 잘 챙겨 넣어주라는 거다. 늘 자식걱정. 손주걱정. 돈걱정이니. 문제는 그게 부담스럽고 억지스럽다. 자기 마음 편한대로 대하고, 남에 대해서는 생각하지 않으시는것 같아서.


시어머님임에도 나는 내 할 말을 다 토하고 나서, 그제야 이게 맞나. 정신이 든다. 하. 내가 또 뭐 잘못했나. 어머님 심기를 불편하게 해드렸나. 내가 어떻게든 관리했어야했나. 그렇지만 부담스러운건 사실이다. 억지스러운 적금도 부담스럽고 하나하나 간섭받는 이 상황이 굉장히 부담스럽다. 그런데 이 찝찝함은 뭘까? 어머님은 한마디 했다가 내가 열마디 한 꼴이 또 발생한거다. 결론은 결국 어머님이 내셨다. 난 또 일방적이라는 생각이 든다.


어머님의 시작은 아래의 생각이었을 것 같다.


(어머님의 걱정은 아이들 입출금 통장에서 적금으로 10만원씩 떼어나가게 해놨는데, 통장의 돈이 얼마 안되니 그걸 넣어줘야 할텐데.. 였을 것이다. 딱히 뭐 방법을 생각하신게 아니라 걱정이 되어 며느리한테 운을 뗐다가 어떻게보면 며느리에게 봉변당하신거다.)


하. 내가 잘못한건가 싶어 고민이 깊어진다.


돈도 없는데, 그렇다고 애들 적금을 세금으로 허우적대시는 어머님께 맡기는게 나도 죄송스러운데. 고민이다. 일이나 시작하면 우리가 이어받아야할지. 아님. 모른척 할머니의 몫으로 남겨야할지. 어머님의 재정형편을 명확히 모르니 더 답답하다. 찬찬히 풀어보자. 오늘로 해결될 문제는 아닌것 같다. 나도 당장 손 번쩍 들고 내가 잘해보겠다 말할 형편은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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