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당할 수 없는, 그런데 내일도 해가 뜨는

감당할 수가 없어서 항상 비명을 지릅니다.(2023.2.5)

by 소국

요즘 내 상태는 메롱이다. 그냥 그게 다다. 무럭무럭 자라나는 아이들을 보면 정신 차려야지 하다가 답답한 현실을 보면 목구멍이 콱 막히는 것 같다. 현실이라 함은 그냥 남들도 비슷한 양육문제, 시대문제, 먹고사는 문제 등등 뭐 굳이 이렇게 거창하지 않아도 당장 집에 구석구석 핀 곰팡이를 보면 한숨부터 나온다.


엄마라는 이름. 아내라는 역할. 며느리의 역할 다 무겁다.


평소 그렇게 잘하지도 않으니 무거울 필요도 없을 것 같은데, 내 나름은 여러모로 맘고생 중이다.


큰 애가 다니는 대안학교 아이들이 떠나고 있다. 이유는 가지각색이다. 장애아동 엄마도 떠난다. 일반아동 엄마도 떠난다. 한 엄마는 정들었던 엄마들과 아이들이 떠나니 울었다. 나는 많은 생각이 들었다. 떠나는 이유는 경제적인 이유, 학교의 불만족, 아이들과 학부모들과의 원활하지 않는 소통 등 여러 가지 이유가 있다. 신앙을 기반으로 설립된 학교다 보니 좋은 말로 문제를 해결해보려고 했던 것 같다. 좋은 말.... 체면인가? 이제 생각해 보니 그런 것도 같다. 문제를 직시하지 않고, 두루뭉술하게 한 해 한 해 사는 나의 인생처럼 이 학교도 그랬던 건가? 아님 정말 신앙으로 버틴 건가? 진실은 아무도 모른다. 어쨌든 떠나는 이든 남은 이든 책임질 일만 남았다.


<사랑의 이해>를 보며, 나를 보는 것 같았다. 지금의 시대와 그 시대에서 자란 이기적인 속물과 그럼에도 살아있는 일말의 양심 때문에 엉망진창이 되어가는 모습이 꼭 나 같았다. 그 드라마가 나는 왜 이렇게 슬펐을까?


요즘 나는 마음속으로 하나님을 향해 외친다. 내가 이렇게 순수하지 않아도 괜찮을까요? 사랑이 없는 가정을 내가 악착같이 지키는 게 무슨 의미가 있으며, 일에 대한 의미를 발견하지 못하면서 일을 하는 게 무슨 의미가 있는지. 아이를 이런 식으로 키워도 되는 건지. 경제적 풍요를 원하는 것도 하나님의 자녀니 안 되는 건지. 내가 하나님에 대해 쥐뿔도 모르고, 경외심도 없는 천박한 마음인데 이래도 괜찮나? 하나님 외에 다른 것에 더 관심이 많은데 괜찮나? 사실 나는 내 배가 부르고, 내 등이 따뜻하면 그제야 웃음꽃이 피는 그런 하찮은 사람인데.


난 순수하지 않다. 그리고 감당하기 싫다. 도망치고 싶다. 가족도 나 자신으로부터도. 정신병자라고 해도 도리가 없는 나의 진솔한 고백이다.


워크넷 사이트를 뒤져보았는데, 우연인지 필연인지 여성인권센터의 구인광고를 보았다. 기회가 되면 넣어볼 작정이다. 성매매 여성들을 돕는 기관이라더라. 내가 이런 일을 해도 될까? 자격이 될까? 넣어보지도 않고 별 고민을 다했다. 참 누가 보면 가소로운 짓은 아닌지. 뭘 돕겠다는 건지. 돈 벌려면 제대로 돈벌이가 되는 걸 해야 하는 건 아닐까. 지금도 난 무슨 체 하려는 건 아닌가. 나도 내가 뭘 하며 밥벌이를 해야 할지 모르겠는데, 그냥 그 구인광고가 눈에 들어왔을 뿐이고 뇌리에 박혔을 뿐이다.


내가 믿는 가치가 무엇인지 나도 잘 모르겠다. 그렇지만 기왕 밖에 나가는 거 좋은 일 하면 좋겠다 싶었다.(같잖은 생각일 수도 있다) 그리고 우리 아이들. 대안학교. 나도 잘 모르겠다. 그냥 건강하고 행복하면 좋겠다. 행복하기 쉽지 않은 세상인데, 오늘 하루 웃고 내일 하루 웃었으면 하는 게 내 바람이다. 그마저도 어른인 나는 어려워서 그런가. 참 아이들에게만큼은 간절하게 지켜주고 싶다. 그게 될는지도 이제는 미지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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