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격이 별나서 괴롭다(2023.3.9)
현실을 살아야 하는데, 나는 내가 버겁다.
결혼을 해보니, 마냥 남편이 날 다 받아주지 않는다. 마음이 복잡하고 번잡스러운 나도 내가 버거운데, 남편이라고 버겁지 않을쏘냐. 요즘 책들은 나를 사랑하라고 하는데, 사랑할 건더기라도 있어야 사랑을 하지.
꼭 스트레스받으면, 모난 생각과 모난 말을 한다. 그리고 이빨이 쑤신다. 더럽게 피곤하고 잇몸이 아프다. 통증이 가시질 않는다. 치과 가면 나을 것을, 할 일이 많다는 핑계로 또 미룬다.
내 삶에 내가 뿌리를 내리며 사는 법을 왜 학교나 가정에서 가르쳐 주지 않았는지 모르겠다. 산다는 건 결국 본인 선택인데, 나는 아직도 뿌리를 내리지 못하고 방황 중인 것 같아서 그렇다.
착각이 아무리 자유라지만, 난 늘 착각한다. 내가 괜찮은 사람인 줄 알았다가 나의 꼬락서니 보면 어이가 없다. 결국 좋게 변하고 싶으면 좋게 생각하고 행동을 해야 할 텐데 기어이 고집을 부린다. 나 자신이 나를 꺽지 않는다. 그래서 더 고통당한다. 내가 가진 능력을 이제는 감사하고 이 정도도 괜찮다 여겨야 하는데, 감사는 커녕 있는 능력도 그저 욕하기 바쁘다. 왜 나는 나를 못살게 구는지. 이만큼 괴로우면 되지 않나. 이만하면 살기 괜찮은 세상이다 싶다가 뒤통수 맞고, 이 정도면 썩 좋은 사람들이다 싶다가 뒤통수 맞는다. 그런데 가만 보면 나는 뒤통수를 맞을까 봐 겁나서 피한다 하지만, 사실은 이미 초반부터 세상과 인간을 불신했었구나를 알았다. 그리고 뒤통수를 맞을 때를 기다렸다가 그럼 그렇지라고 생각하는 나 자신을 발견했다. 뿌리내리지 못한 나의 못난 모습이다.
어렵다는 말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어떤 학부모가 맨날 입에 <어렵다>라는 말을 달고 살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게 내 나쁜 마음이 슬며시 고개들 때 밉게 들린다. 핑계 아닌가 싶어서. 하기 싫으니 핑계 대는 거 아닌가. 그런데 그 말이 맞다. 사는 게 너무 어렵다. 그래서 힘들었다.
어제는 대학교 동기한테 연락이 왔다. 동기도 경력단절 10년 차 여성이다. 아이 키우고 10년을 가정주부로 지내다가 얼마 전 지원서를 써보고, 멘털이 붕괴되어 나에게 연락한 것이다. 처지가 비슷하기도 하고, 위로도 받고 싶어 그랬을 테지. 10년의 경력단절은 남들은 상상하기 힘든 정도의 용기를 가져야 한다. 그런데 용기가 없다. 없던 용기도 끌어올려 지원서도 쓰고, 면접도 봐야 한다. 그 맘을 나는 안다.
최근에 아이들의 방학이 끝나고, 도서관으로 며칠 출근하다시피 했다. 지원서를 쓸 회사를 찾아보기도 하고, 성경통독을 마저 해야 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어쩐지 속이 답답하다. 잘 살고 있는 걸까? 지원서를 쓸 회사를 찾아봐도 자신이 없다. 가진 내 능력이 한없이 보잘것 없이 느껴진다. 내가 도대체 가면 뭘 할 수 있을까? 아무리 돈 번다고 집안일을 소홀히 할 수 없는데, 잘할 수 있을까? 그렇다고 안 할 수는 없지 않은가? 대출과 현재 경제 상태를 생각하면. 다시 또 괴로워졌다.
무슨 오뚝이처럼 누웠다가 일어났다가 누웠다가 일어났다가를 반복하는데, 말이 좋아 오뚝이지 정신이라도 말짱하면 좋겠구먼 어느 하루도 온전한 날이 없는 것 같아서 걱정이다. 이 속에서 아이들은 크고 자란다. 아이들에게 최선을 다한 것 같은 하루도 가만 뒤돌아보면 내가 엉망이었구나를 늘 늦게 깨닫는다. 괜찮을까?
삶의 과정은 이렇듯 별로 아름답지 않은 게 현실이다. 그런데 나는 이런 걸 다 스킵하고 아름다운 결과만 바랐다. 사는 것도 신앙을 지키는 것도 생각보다 그지 같은 기분과 현실에 시달리게 된다. 믿음 좋은 사람을 부러워했을 뿐, 그와 같이 살고 싶지 않았다. 결혼한 사람을 부러워했을 뿐, 내막의 알지 못하는 괴로움과 슬픔은 느끼고 싶지 않았다. 사회적으로 자리는 잡고 싶어 했지만, 녹록지 않은 과정은 정말 피하고 싶었다. 돈을 벌고 싶어 했지만, 돈이 내 수중에 들어온 만큼 내게 주어지는 책임은 피하고 싶었다. 상속을 받은 재산이 있는데, 나는 미처 그에 대한 책임이 이렇게 클 줄 몰랐다.
혼자 안달복달 하지 않아도 되는 이유는 내가 고작 이 정도라는 게 묘한 위로가 된다. 불안하지 않아도 결국 나는 내 눈앞의 바로 닥친 일 정도만을 바라볼 수밖에 없는 인간에 불과하다는 게 어쩐지 안심이 된다.
어디서 봤는데.. <내가 할 수 있는 건 많지 않다> 영화인지 드라마인지.. 명심해야겠다.
p.s: 쓰잘데기 없는 성실함으로 어제는 시편 70편까지 목표를 세웠다가 30편까지 읽었다. 오늘도 도서관 출근. 높은 목표에 늘 절망하는데, 안 세울수 없는 목표. 환장 그자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