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불안과 두려움의 근거지는 도대체 무엇일까? 나름 고르고 골라 직장에 지원한다. 그런데 나의 근본적인 질문에 나는 아직도 답을 못했다. 너는 왜 그토록 일을 하려고 하니. 일을 왜 하려고 하니. 왜 좋아하는 것을 도전하지 않고, 자꾸 다른 걸 하려고 애쓰니. 애는 쓰는데 맥 빠지는 이유가 말도 안 되는 이유를 자꾸 대서, 나 자신을 속이려고 하는 건 아닐까?
왜. 왜. 왜. 나의 두려움 때문이다. 그냥 두렵다. 토끼 같은 자식이 2명이나 있다 보니 늘 허덕대는 경제문제가 너무 두렵다. 앞으로도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아 뭐라도 해야겠는데, 뭐라도 할라치면 지원서 앞에 작아지는 나를 발견한다. 두 가지 이유다. 자신이 없다. 일을 하고 싶지 않다. 그런데 일을 해야 하는 이유는 분명하다. 현재의 경제적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결국 아이는 내 손을 떠나고, 나는 내 인생을 찾아가야 한다. 꼭 일의 모양이 아니더라도.
대안학교에서 연락이 왔다. 내일 학부모간담회라고. 참. 이 와중에 대안학교. 대안학교 학비 때문에 귀족학교라고도 불린단다. 그런데 사실 학원 2~3개 보내는 값이다. 학원을 일절 보내지 않고, 아이 키우겠어요 라는 배짱이 나에게는 없다. 고민 끝에 보낸 대안학교지만, 작년에 내가 일을 해보니 학비에 내가 큰 도움이 되는 건 아니다. 그냥 생활이 굴러가는 정도의 몫을 내가 할 뿐이었다. 그러니 학비 벌러 다닌단 소리는 이제 그만해야 한다.
내가 오늘 왜 이렇게 한숨이 났는지 생각해 봤다.
신경 써야 하는 갈래가 너무 많다. 찢어 쓰는 시간임에도 나에게는 너무 벅차다. 아침 7시부터 지금(10시)까지 쪼개고 또 쪼개가며 뛰어다니는데, 왜 이렇게 기운이 빠지는 거야. 아침식사 차리기, 청소, 빨래, 설거지, 도서관 출근, 성경 읽기, 아이 제자훈련 묵상, 타기관 지원서 쓰기, 치과 가기, 아이들 픽업, 아이들 병원 가기, 어머님 심부름, 저녁식사 차리기, 설거지, 주방뒷정리 등.
어느 부모가 이 모든 과정을 패스하고, 아이들을 키우겠냐마는 정말 오늘은 패스하고 싶었다. 이 와중에 학교는 여러 문자와 학교 소식, 반 소식이 올라오고, 나는 그걸 쉴 새 없이 체킹 한다. 여러 모임의 단톡방에서는 쉼 없이 카톡이 올라온다.
이 현대사회의 속도를 당최 따라갈 수가 없다. 이 조그마한 대안학교는 학부모를 가만두지 않고, 교회는 또 어떤가 아주 괴롭다. 미안하지만 이게 내 진심이다. 의무가 아니라 자발적인 마음으로 무엇이든지 하고 싶은데 점점 더 의무와 책임에 마음이 무거워진다.(싫다기보다는 빠르게 알려주셔서 좋은데, 체킹 하는 입장은 너무 뭐가 많다. 정말 사소하고 잡다한 것들이. 결국 내가 걸러야 한다)
첫째 아이가 이 심란한 형국에 아주 늘어져라 티브이를 봤다.
정확히 8시에 설거지를 마친 내가 방에 들어갔다. 너무 쉬고 싶어서, 8시 50분까지 나는 유튜브를 봤다. 그랬더니 엄마의 모습 때문인지 아이가 티브이를 끄지 않는다. 8시 50분에 나는 화가 났다. 숙제와 준비물을 체크하고 물어봤다. 아이는 눈치가 보이지만, 필통의 연필을 다 깎고, 줄넘기를 아주 잘 감아 가방에 집어넣는다. 줄넘기를 감는데만 10분. 화가 치밀어오는데 영어숙제 생략하고 자자고 했다. <승리야 9시야. 그냥 자> 최대한 욕이 나올 것 같은 마음을 억누르고, 딱 저렇게 말했다. 그랬더니 불 껐다. 난 오늘도 아이에게 말린 것 같다. 영어숙제 안 하니 좋았을까? 곧이어 드는 생각은 왜 애 숙제인데 내가 난리일까? 이런 식이면 전혀 좋지 않을 것 같은데. 오늘도 망했네.
초예민 상태. 뭔가 다 망한 것 같은 기분. 잠시 쉼이 필요할 것 같다. 숨을 돌리고, 내일 다시 시작해야 할 것 같다. 친절한 불합격 문자. 아씨 고맙고 짜증 났다. 그래. 저게 불씨였던 것 같다. 나의 이 총체적인 기분에. 내가 최근에 좋아하는 말이 생겼다. 내가 총체적 난국이지만, <다시>라는 말 참 좋아한다. 내일 다시 뭐든지 다시 해봐야겠다. 울적한 기분은 오늘 밤으로 끝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