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이 의무가 될 때 괴로워진다.
인생을 심각하게 살면 안 되는 이유(2023.1.20)
말씀을 엄청 읽고 나니, 말씀이 내 족쇄가 되었다. 진리가 너희를 자유롭게 한다고 했는데, 왜 난 자유롭지 못하지?
인생이 나에게 주어졌는데, 내 인생, 내 시간을 나 스스로 아무것도 정하지 못하는 것 같다. 더 정확히 말하면 정할 수는 있으나, 가족에게 오는 책임을 물을 때 고스란히 내 몫이다. 내가 자꾸 혼자이고 싶은 이유가 이런 잇속 때문일까. 내가 결정한 무언가가 결국 우리 가족에게 타격이 온다.
누군가는 가족이 있어서 꿈을 꿀 수 있어 감사하다.라고 말한다. 가족이 있어서 뭔가 내일의 꿈을 꿀 수 있는 것처럼. 혼자가 아니라는. 과연 우리 아이들이 그런 생각을 할까? 가족 덕분에 정말 꿈을 펼치고 있을까?
사실 나에게 가족은 무겁다. 느낌자체가 원가족도 너무 무겁고, 지금 꾸린 가족도 무겁다. 남편은 늘 나에게 말한다. 그래서 <당신이 가족을 위해 하는 게 실제로 뭔데?> 냉철하게 현실을 직시하게 하려는 말인지. 뭔지. 그런 말을 들을 때면 그동안 한다고 했던 내 모든 노력들이(나의 개인적이고 주도적으로 쓸 수 없는 돈과 시간들) 너무 허망하다.
뭐가 문제인지. 골똘히 생각에 잠기다 보면. 남편과 나는 그냥 사랑조차도 의무로 행했던 것 같다. 아마. 남편도 어머님을 나 몰라라 할 수 없어서. 나도 나 몰라라 할 수 없어서. 아이들은 자기 자식이니까. 경제적 책임이 너무 무거워도 결국 가장이니까 참는 거다. 사랑을 그렇게 의무로 행해왔던 것이다. 그런데 사람이 그렇게 단순하면 좋겠다.
단순하지 않으니 인생이 괴롭다.
사랑이 의무가 되는 순간, 사랑이 사라진다. 내 마음이 마른다. 정말 신기하다. 마음이 그렇다. 사람이고 하나님이고 누구도 억지로 하는 사람 반기는 곳 없다. 기쁘고 자원해서 주체적으로 사랑하는 사람이 결국 본인도 살고 남도 살린다. 그리고 사랑이 위대한 건 쌍방일 때 폭발적으로 에너지가 나오는 것 같다. 그런 살아있는 사랑만이 힘이 있다. 이것이야말로 죽은 사랑이 아닐 거다.
그렇담. 인격체 간의 사랑이란 소리인데, 내가 내 인생을 사랑할 수가 없다. 내 가족을 사랑할 수가 없다. 그렇담 어쩌지.
-지난 1월 일기가 저장글에 있었다. 실로 맞는 얘기 같아서 꺼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