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물관 선생님께 연락이 왔다(23.3.15)

나는 참 한결같이 경솔하고 하찮은 것 같다.

by 소국

학예사 선생님들의 연락이 참 고맙다. 생각해 보면 누가 누굴 위해준다는 마음은 그렇게 쉽게 생기는 건 아닌 것 같다. 나 또한 아무한테나 잘해주고 퍼주는 건 아니니까. 그런데 불쑥 오는 연락이 반가울 때가 있다. 지금처럼 사회에 벽치고 혼자인 느낌이 들 때 유독 그렇다. (일자리가 되든 안되든 걱정이라고 했는데, 늘 긴장과 걱정을 동반한 삶이니 어쩔 수 없다.)


오늘의 연락은 박물관에서 계약직으로 일할 때, 옆자리 선생님이셨다. 우리나라에 손꼽히는 복식전문가시라고 한다. 늘 친근하고 아줌마 같은 말투와 행동 때문에 위아래 없이 편안하게 대한다. 그런데 사실 선생님 속은 썩는다. 역사박물관에 복식전문가로 살아남기가 과연 쉬운 일인가? 보수적 남편에 자식 2명이 아직도 독립전이다. 이게 현실이다. 전문가 타이틀은 말이 좋아 전문가이지. 괴로운 현실은 늘 눈앞에 그대로다. 하지만 선생님은 좋아하는 것을 선택했다. 그뿐이다. 옷이 좋아서 그냥 옷 만지는 일을 했을 뿐이다. 무덤에서 옷 꺼내는 게 재밌다고 표현하셨다. 남들은 기피하고 무서워하는데, 오래된 옛 옷을 만지고 탐구하는 게 좋다고 하셨다.


나를 편하게 대해주셔서 나도 편하게 했다. 그런데 또 말실수한 것 같다. 한번 꼭 박물관 가려고 했는데, 못 갔다고. 여기까지만 말하면 될 것을. 마음이.라는 말을. 굳이 왜 한 걸까? 좋은 소식을 들고 가야 할 것 같아서 못 갔다는 말을 연이어 하긴 했는데, 아차 싶어서 말 매듭이 잘 지어진 것 같지 않다. 듣는 사람은 어떤 기분일까? 경솔하다. 편하게 안부를 물어주셔서 감사하고 고맙다. 내 대답이 좀 더 천천히 차분했다면 좋았을 것을. 아쉽다.


사는 게 별거 없다 하면서 맨날 연연한다. 그리고 돌아서면 후회한다. 너무 긴장하지 말자. 모두의 마음에 꼭 맞는 사람이 되긴 어렵다.


연락이 고맙다라기보다는 마음이 고맙다. 반가운 마음이다. 안부를 물어주는 것이. 지원서 쓰고 있고, 떨어졌다고 말하는데, 웃음이 나게 할 만큼 생각보다 별일 아닌 것처럼 말해주어서 고맙다. 어제는 너무 힘든 하루 더니, 오늘은 또 반갑기도 하고 조금 힘이 나기도 한다. 신기한 인생살이다. 사람들에 연연하지 않는다 해도, 결국 사람에게 상처받은 마음이 사람으로 치유된다니 신기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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