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수님을 믿는데, 결과가 좋지 않는다면?_23.4.11
그럴 수 있어요. 예수님도 십자가에서 그냥 맥없이 죽었어요.
고난주간에도 열심히 살았던 내가 했던 고민이다.
모든 간증에는 <예수님을 믿었는데, 결과론적으로 잘되었다>로 간증이 끝난다. 여기서부터 나는 방어적인 마음이 든다. 나도 예수님 믿는데, 뭐지?
<아무리 생각해도 뭐 없는데... 나는? 뭐지? 그럼 내 인생의 의미는 뭘까?>
이번에 교회에서 성극을 했다. 예수님이 십자가에서 죽으신 후 무덤에 묻히셨는데, 돌무덤에서 무덤 입구를 막은 돌이 치워지고 예수의 시체가 사라진 것을 예수의 제자들이 발견한 대목부터 성극이 시작되었다.
<희망이 없다. 내일이 없다. 미래가 없다.>
예수의 죽음을 목격한 이들의 내레이션이다. 참 진솔하다. 그게 맞다. 과거나 지금이나 예수님을 찾는 사람들은 한결같다. 예수님과 방향이 다르나, 뭔가 절박해서 오긴 온다. 그러다 깨닫는 게 예수님과 내가 방향이 달랐구나를 안다.
몇십 년을 신앙생활하는 나도, 불현듯 깨닫는 게 방향성이다. 내가 방향이 달랐구나. 이미 애초부터 하나님과 내가 가려는 방향이 달랐구나. 너무 뼛속까지 욕망덩어리구나. 선을 행할 능력을 상실한 인간 같은. 모든 생각의 근본이 죄밖에 생각할 줄 모르는 게 나는구나. 이게 정말 비극이다. 삶을 해결할 능력이 내게 없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그랬다. 십자가에서 침묵으로 일관하시는 예수님이 이해가 된다. 일 저지르는 사람은 자기가 뭘 하고 있는지 모른다. 사람은 자기를 정말 모른다. 우리는 코미디언을 보고 웃으며 나는 괜찮은 줄 안다. 코미디언이 똑똑한 이유는 우리네 삶의 모습을 그렇게 희화화했을 뿐이다. 우리 사는 모양이 얼마나 어이없는지 모른다. 대부분이 굳이 드러내지 않았을 뿐, 하찮은 모습이 우리네 모습이다.
이게 신앙의 시작과 끝. 전부다.
간증. 은혜. 성공적인 스토리. 뭐 좋다. 그런데 요즘 내가 느끼는 건 결국 사람들은 십자가를 싫어했다. 지금도 싫어한다. 십자가가 그냥 개죽음. 굳이 왜 죽어야 할까? 살아서 왕이 되셨으면 좋잖아. 하는 일말의 생각의 여지가 남아 있다. 그런데 예수님이 십자가에서 꼭 죽은 이유가 뭘까? 고민해 봤다. 현실세계에서의 밑바닥을 경험하고 죽어버렸다. 수치. 희롱. 폭력. 뭐 다 당하고 결국 죽음. 왜 죽음을 택하셨을까? 혼자 가만히 생각해 보길, 사람들이 가장 두려워하는 죽음을 겪으셨구나. 그리고 예수님이 부활하신다. 죽음은 별거 아니다. 나에게는. 그러니 니 영혼이 살려면 날 보고 믿어라. 이거다.
이게 뭔 말인지 알라나?
결국, 예수님은 다른 거 관심 없고, 영혼구원이 목적이었다. 누구든지 날 보고 믿고 살아라. 이 말이 처음부터 끝까지 하고 싶은 거였다. 영혼은 아무나 살릴 수 있는 게 아니니까.
처음부터 나와의 방향성이 달랐다. 예수님과 내가 늘 평행선이었던 이유였다. 그런데, 결국 내가 예수님 손바닥에 있다는 걸 점점 인정하게 된다. 그리고 내가 원하든 원치 않든 그의 방향성대로 나는 가게 될 것도. 그게 나에게 죽음처럼 느껴질는지 몰라도 결국에는 사는 길일 것 같은 것도. 나뿐 아니라 결국 믿는 사람들의 운명이 상황과 형편은 달라도, 비슷한 모습이 되겠구나 싶었다. (각자의 역량껏 살아내시길 소망한다.)
영광은 좋은데, 고통은 싫어하는 인간의 죄성. 예수님을 통해 받아 누리고 싶은 모든 좋은 것들은 다 하고 싶고, 그에 따르는 책임과 고통의 과정은 외면하고 싶은 게 본심일 것 같다. 또한 믿었는데, 그럴싸한 결과가 없으면... 어떤가? 그 믿음은 실패인가?
망함. 죽음. 실패. 고통. 고난. 외로움. 수치심. 무안. 버려지는 것. 슬픔...... 제일 싫어하는 삶의 문제들. 외면하고 싶은 삶의 모습들. 망하지 않으려고 열심히 살고, 실패하지 않으려고 노력하고, 죽지 않으려고 열심히 살고, 고통당하지 않으려고 애써 즐겁게 산다. 내면의 잘못된 동기가 삶의 원동력이 되면, 방향도 틀어진다. 죽음을 통과한 예수의 삶에 대해 묵상하게 되는 건, 믿음이 그냥 믿음으로 그치는 게 아니라 믿을 때 그 능력이 내게 부어진다는 것이다. 삶이 나를 죽음으로 내모는 것 같은 순간도, 통과가 가능하고 그 과정을 통해 내가 아마 성장할 거다. 부정적인 삶의 모습. 감정. 생각을 두려워할 필요가 없는 건 이런 이유에서다. 모든 걸 다 사용하실 거다. 내가 아니라 그분이.
피하지만 말자. 직면하자. 여기까지가 내 생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