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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국 Apr 14. 2023

오늘 있었던 일(2023.4.13)

기록으로 남겨두고 싶었다

1. 어머님이랑 밭에 갔다. 나무 20그루 심고, 밭을 뒤엎고 왔다. 어머님은 어느 정도 흡족해 보이셨다. 내내 고민하던 일을 며느리가 선뜻 도와서 해서 좋으셨던 것 같고, 또 힘들어하는 며느리를 위해 본인이 더 힘을 내서 일하셨다. 어머님과의 관계 개선을 위해 뭔가 시답잖은 얘기를 하고 싶었으나, 머리로만 생각하다가 말았다.(mbti 같은 시시껄렁한 이야기 하려다가 말았다. 이유: 체력소진. 정신소진)


p.s: 밭에 있는데 면접보러 오라고 문자가 왔다. 반가워야 했는데 반갑기보다는 걱정이 앞섰다.


2. 실장님이랑 통화했다. 그냥 맥없이 통화버튼을 눌렀더니, 한방에 받으셔서 놀랐다. 실장님은 나에게 너무 중한 사람인데... 뭔가 오늘처럼 헛헛할 때 생각난다. 즐거울 때 생각나면 좋으련만. 꼭 이런 기분일 때 생각나서 죄송하다. 농담을 하다가도 괜찮은가 싶어서, 살짝씩 여쭤본다. 또 전화해도 되냐고. 밥 사드리러 가야 한다고 했더니 한사코 거절이다. 내가 보니 이분 성격이다. 아랫사람에게 얻어먹고 싶지 않아서 그런 것 같다. 내가 싫어서가 아니라. 그리고 전화는 기꺼이 반갑게 받아주신다. 그럼 되었다 싶었다. 담에는 꼭 같이 산책하자고 해야겠다.


3. 아는 동생이 1인 책방을 열었다. 멋지다. 진짜 멋지다.(그 말을 하면서도 내 처지가 눈에 들어왔지만) 대단하다고 생각이 든다. 과거 자살시도 여러 번 했던 동생인데, 나라고 딱히 도움 준 게 없다. 아는데... 상황도 알고... 마음도 알고.. 아픔도 아는데... 뭐 도와준 게 없어서 늘 빚진 마음이 있는 동생이다. 그런 동생이 살아보겠다고 이런 생각을 하고, 경제활동을 한다. 멋지다♥  나란 인간은 오늘 그 애 생일인지도 모르고, 전화했다. 그리고 미친 소리나 했다. 아유. 암튼 개업선물이나 들고, 밥이나 사주러 가야겠다.


-이 동생이 나에게 한 말이 있다. 언니는 자기 자신 이외에 남에게 관심이 없다. 가슴에 박혔지만, 뼈 때리게 맞는 말이라 부인할 수 없었다. 우리는 이런 사이였다.-


그래도, 오늘, 그대들, 고맙다. 이 사람들이 그동안 날 받아주고 있었구나를 느끼는 하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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