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있었던 일(2023.4.13)
기록으로 남겨두고 싶었다
1. 어머님이랑 밭에 갔다. 나무 20그루 심고, 밭을 뒤엎고 왔다. 어머님은 어느 정도 흡족해 보이셨다. 내내 고민하던 일을 며느리가 선뜻 도와서 해서 좋으셨던 것 같고, 또 힘들어하는 며느리를 위해 본인이 더 힘을 내서 일하셨다. 어머님과의 관계 개선을 위해 뭔가 시답잖은 얘기를 하고 싶었으나, 머리로만 생각하다가 말았다.(mbti 같은 시시껄렁한 이야기 하려다가 말았다. 이유: 체력소진. 정신소진)
p.s: 밭에 있는데 면접보러 오라고 문자가 왔다. 반가워야 했는데 반갑기보다는 걱정이 앞섰다.
2. 실장님이랑 통화했다. 그냥 맥없이 통화버튼을 눌렀더니, 한방에 받으셔서 놀랐다. 실장님은 나에게 너무 중한 사람인데... 뭔가 오늘처럼 헛헛할 때 생각난다. 즐거울 때 생각나면 좋으련만. 꼭 이런 기분일 때 생각나서 죄송하다. 농담을 하다가도 괜찮은가 싶어서, 살짝씩 여쭤본다. 또 전화해도 되냐고. 밥 사드리러 가야 한다고 했더니 한사코 거절이다. 내가 보니 이분 성격이다. 아랫사람에게 얻어먹고 싶지 않아서 그런 것 같다. 내가 싫어서가 아니라. 그리고 전화는 기꺼이 반갑게 받아주신다. 그럼 되었다 싶었다. 담에는 꼭 같이 산책하자고 해야겠다.
3. 아는 동생이 1인 책방을 열었다. 멋지다. 진짜 멋지다.(그 말을 하면서도 내 처지가 눈에 들어왔지만) 대단하다고 생각이 든다. 과거 자살시도 여러 번 했던 동생인데, 나라고 딱히 도움 준 게 없다. 아는데... 상황도 알고... 마음도 알고.. 아픔도 아는데... 뭐 도와준 게 없어서 늘 빚진 마음이 있는 동생이다. 그런 동생이 살아보겠다고 이런 생각을 하고, 경제활동을 한다. 멋지다♥ 나란 인간은 오늘 그 애 생일인지도 모르고, 전화했다. 그리고 미친 소리나 했다. 아유. 암튼 개업선물이나 들고, 밥이나 사주러 가야겠다.
-이 동생이 나에게 한 말이 있다. 언니는 자기 자신 이외에 남에게 관심이 없다. 가슴에 박혔지만, 뼈 때리게 맞는 말이라 부인할 수 없었다. 우리는 이런 사이였다.-
그래도, 오늘, 그대들, 고맙다. 이 사람들이 그동안 날 받아주고 있었구나를 느끼는 하루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