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건에 맞추어 살면 내 삶은 의미가 없는 걸까?
조건에 맞추어 살아보니 다 핑계 같다. 는 생각에.(23.4.14)
사람이 무슨 선택을 할 때, 조건을 꼭 따진다. 그게 가장 합리적이고 이성적인 것 같으니까. 그래서 가격도 따지고, 품질도 따져서 물건을 고르고, 하다 못해 배우자를 고를 때도, 직업을 고를 때도, 요즘 세상은 친구도 가려서 사귄다.
그래 중요한 문제라고 생각한다. 인생을 결정지을 수도 있으니까. 조건이 참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이기적 이게도 나는 본능적으로 계산이 빠르고, 눈치가 빠르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나는 사람에 대해 맺고 끊음이 분명치 못하다. 사람을 가려가며 사귀어야 한다는 얘기는 옛말에도 많은데도, 그렇지 못하다. 그리고 생각보다 나를 닮은 사람, 특히 부정적인 부분을 닮은 사람이거나 비슷한 생각을 가진 사람들을 자꾸 만나게 됨을 느꼈다. 그런데 여기서 내가 한 행동은 요즘 잘 나가는 명사들이 하는 말과는 반대로 행동했다.
끊어내지 않기로 마음먹은 것이다. 끊어내는 것이 과연 답인가 싶어서였다. 세상 조건에 부합하지 않고, 내게 유익이 되지 않는다고 관계를 끊어내는 게 과연 답인가. 폭력적이고 비상식적이지 않다면 일단 관계를 유지했다. 나는 최대한 받아들일 수 있는 만큼 사람을 수용한 것 같다. 어느 정도의 정신병이 있는지 나도 나 자신을 모르지만, 폭력적인 아버지, 통제와 간섭이 심한 시어머니, 삶의 방향을 잘 못 잡는 남편등 요즘 사람들은 똑똑해서 사실 드러나는 폭력보다는 회유와 같은 방법을 쓰는데, 뭐 그냥 걸러 듣거나 필터링을 해서 빠져나갔다.
조건에 부합하는 삶을 계속적으로 산다는 것이 얼마나 피곤한 일인지 모른다. 조건이 많아질수록 더 힘들어지고 마음의 무게도 더 가중되는 것을 느꼈다. 오히려 조건 없이 그냥 내 마음을 존중하고 감정을 존중하고 생각을 존중하며 사는 것이 더 자유롭게 느껴졌다.
하지만 고민이 되는 지점은, 그럼 대다수의 사람들이 조건에 맞추어 사는데, 그 삶이 의미가 없는 것이냐는 거다. 정말 대다수의 사람들이 열정보다는 괴로움 속에 살고, 이혼하기 두려워 마지못해 가정생활을 하고, 재미없는 직장생활, 재미없는 공부를 꾸역꾸역 해내며 산다. 이게 현실이다. 만약에 이러한 일반적인 현실에 <행복한> 결혼생활, <행복한> 직장생활, <행복한> 학생이 되라고 한다면 정말 마음이 어려울 것 같다. 조건에 내가 맞지 않으니까.
나는 생각하기를 꾸역꾸역 살아가는 국민들의 대다수에게 응원과 격려가 필요하다고 본다. 암울한 시대를 어떻게든 살아보겠다고 버티고 용쓰는 것이야말로 의미 있는 노력 같아서이다.
p.s: 과거에 써놓고 저장글로 저장해 뒀는데, 꺼냈다.
예나 지금이나 내 삶에 의미 부여하고 싶었나 보다. 자유의지로 살지 못하는 지금의 현실, 조건에 맞추어 사는 지금의 현실이 참으로 갑갑했나 보다. 최근 며칠 전까지만 해도, 분명 <뒤돌아 내 인생 생각해 보니, 와 어떻게 이렇게까지 살았지.> 새삼 대단하고 감사했고 경이로웠던 지점이 있었는데. 이 글을 보니, 지금도 갑갑한 현실은 여전하구나를 깨닫는다. 나중에 10년 뒤에나 뒤돌아봐서 <와 엄청나네... 나의 저력이.. 그리고 난 사실 엉망진창인데 이 정도면 잘 살았다. 진짜 감사하네> 그런 멘트가 자연히 흘러나오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