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간 나의 뇌의 회로는 나의 직장문제까지 관여하시려 하나. 생각하다가. 다시 생각해본다. 아니다. 어머님이 괜히 걱정되시는거구나. 앞으로 애 볼것도 걱정되고.
<면접만 보는거예요. 될거란 보장 없고요. 일단 면접은 봐봐야 할것 같아요>
연습삼아 본다는 말을 괜히 붙여본다.
그런데 예전의 나같으면, 와 또 어머니 간섭하시네 했을텐데 위기의 순간을 넘겼다. 그럼에도 어머님의 걱정이 마음을 무겁게 한다. 내가 누굴 걱정시키려고 사는건 아닌데 말이다.
면접 이후, 어머님 심부름을 하려고 농협을 갔더니 포인트 카드가 되질 않는다. 그냥 내 돈으로 사고, 나중에 얘기하면 될껄. 득달같이 또 전화한다.
<어머님 포인트카드가 안되요~>
<그게 왜 안되냐.. 거 이상하네~ 그안에 얼마 있니?>
<9400원이요~>
<어머 잘못가져갔나보다 일단 사지마라 나중에 내가 볼일 있을때 가서 살게>
다다다다 얘기 하시곤 끊었는데, 나중에 농협을 나서니 다시 전화가 와서 말씀하신다.
<예~>
<나왔니? 아니 당장 먹을게 없으니 사야할것 같애>
<진작에 말씀하시지~>나의 이 한마디에 발끈이다.
버럭 !<아니 내가 전화 끊자마자 바로 전화했는데 전화 안받드만..>
<예~>
나는 순종적인 며느리가 아니라, 그냥 눈치밥 엄청 먹은 며느리. 혹은 기싸움 하다가 밀린 며느리쯤 된다. 눈치 안보고 싶다. 그건 어머님도 마찬가지일거다. 남편도 마찬가지이고. 그런데 이상한 기류가 있다. 정말 이상한. 뭐라 형용하기 어려운 기류. 상대가 뭘 싫어하는지 아니까 말을 섣부르게도 못하겠는데, 그렇다고 안하자니 내 속이 터져 죽을것 같아 한마디 하면 영 관계 이상해지는. 날마다 반복 연속이다.
물건을 사고, 나와서 차분히 전화를 드린다. 내 용건때문에.
<어머님, 면접은 잘봤어요~ 그런데 제가 지원서를 2군데 정도 더 써야할 것 같아서 도서관 갔다가 아이들 픽업해서 늦게 들어갈것 같아요>
<아니 집이 난장판인데 살림은 어떡하고... 맨날 돌아다니냐..>
타격감이 1도 없었다면, 이런 글도 안쓰겠지.
순간 정적이 흘렀다. 대꾸를 1도 하기 싫었다. 억울했다. 내가 놀러다니는 것도 아닌데 다 아시면서 살림을 말씀하시니, 살림은 꼭 여자가 정리해야하나? 그리고 어머님도 같이 사시는데 같이 해주실수도 있지. 맨날 훈수만 두시면서 그러면 알아서 하게 내버려두시던지. 이생각 저생각하다가 면접보러 운전하러 왔다갔다 하느라 뒷골이 너무 땡겨서 그냥 커피집으로 직행한다. 라떼 한잔 거하게 들이키고 동기부여가 엄청되는 유투브 하나 보고 다시 일어섰다. 이력서 꼭 쓰고 들어가리라.
우리 어머님의 얄미운 구석을 내가 포용할 수 있는 날이 오면 좋겠다. 뻔히 보이는 속셈과 그분의 사고방식을 그냥 날것 그대로 받아들일 수 있는 날이 오면 좋겠다. 60대 어르신들이 살아오신 날들을 나보고 살라고 하면 엄두가 안난다. 솔직히 대단한 부분이 있기는 하다. 그게 너무 굳어져서 다른 인생 경로를 선택하기 어려워졌지만, 나는 그분들이 행복했으면 좋겠다. 자식들도 본인들 뜻대로 되지 않아 속상한 마음 내려놓고, 그냥 행복하게 지내셨으면 좋겠다. 그러려면 나는 그분들을 그냥 받아들여야 한다. 그럴수 있다.(근데 표현방식이 좀 아프다. 많이 아프다. 그리고 억울하기도 한데, 그분은 이해가 어려울수 있다. 이해바라지 않는다. 그렇다고 어른들께 말하지 말라 고 말 못한다.ㅋ)
아무튼 난 오늘도 시어머님께 졌다. 어차피 반복일 일상이다.
p.s: 우리 어머님은 이 날 늦게 들어오셨다. 이유는 모임때문에. 나는 살림을 운운한 어머님 덕분에 부리나케 청소를 하고, 아이 숙제때문에 자전거 타러 나가야 하는데 결국 기다리다 지쳐 전화해보니... 낮과 사뭇 다른 목소리톤으로.. <어멈아~ 모임왔어~♬(전화기 너머로 느껴지는 느낌)> 하신다. 어머님은 전혀 개의치 않았다. 늘 어머님의 말에 연연하는 내가 문제였다 하하하... 끌려다니고 싶지 않았는데.... 질질질 끌려다닌..... 시어머님의 승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