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의 얄미운 태도_23.5.31

뭣때문에 화가 난건지도 모르겠는데, 다짜고짜 삐질때

by 소국

나도 사랑을 받고 싶다. 그런데 남편의 사랑이 사랑처럼 느껴지지 않는 시점이 왔다. 40대를 앞두고 채워지지 않는 마음인지, 아님 남편도 지쳐서 이제는 그렇게 나를 받아줄 수 없는건지. (받아준적은 있는지)아님 뭐가 그렇게 갈급해서 사랑을 갈구하는건지. 나도 알길이 없지만 사랑 받고 싶은데 남편의 방식은 사랑으로 느껴지지 않는다.


기차에서 내리니 참 힘들다. 그래서 기차역에서 잠깐 쉰다는게 40분을 쉬고 지하철을 탔다. 집에까지 와보니 9시 넘는다. 중간에 남편에게 연락이 왔는데, 아이 목소리가 들린다.(뒤에서 남편이 이렇게 말해봐 하는듯 한다. 나는 이런것도 싫다. 나는 그냥 내가 지칠땐 다 싫은가보다.)이후 핸드폰이 꺼졌다.


집에 도착해서 방에 들어가니 나랑 아이가 자는 방에 남편이 다리 펴고 앉아있다. <여기서 자려고?> 내가 물어봤다. <어!> 그런다. 평상시 남편은 늘 가족들과 함께 자길 원한다. 특히 나랑 자고 싶어하는데, 나는 아이랑은 자도 남편이랑은 못자겠다.(가만히 잠만 자면 자는데 가만히 잠만 자지도 않을 뿐만 아니라 그냥 힘들다. 나도 사랑받고 싶은데 사랑받는것 같지 않다. 그래서 나중에는 남편은 자기만족을 위해 나한테 이러나 싶다. 그리고 어느 일정부분 사실이라고 우리 부부는 인정한다.)그래서 나는 옆방으로 가겠다 하고 혼자 자겠다 했다. 그랬더니 그때부터 분위기가 쌔하다. 힘들어서 옆방에 누워 씻지도 않고 유투브 켜고 보면서 방문열고 들어오는 남편에게 톡을 늦게 본걸 사과했다.<술 사오라고 한 톡을 늦게 봤네 미안. 폰이 꺼졌어>


그랬더니 대뜸 <당신은 내 톡 알림도 안해놓잖아>한다.


뭐래니. 그래서 <나는 모든 톡 알림 안하는데?>그랬더니, 또 <그래서 내 톡 알림 되어 있어?>한다. 그래서 <아니> 했더니 찬바람이 분다. 뭐하는거지. 애정을 갈구하는게 이런거 아닌가? 나는 이해가 안된다. 이런것으로 내가 사랑받고 있다고 확인 받고 싶은게. 그리고 내가 채워줘야 한다는 게 지친다. 아이들로도 벅차는데 남편은 왜 자꾸 이러는지.


외롭겠지.


그런데 나도 외롭다. 네 사랑이 사랑같지 않아서.


그러더니 더 가관은 둘째에게 엄마랑 자라고 하며, 애를 나한테 보냈다. 이쯤되니 이 사람 왜 이러지 싶다. 자기가 화났다는 걸 온몸으로 표현하는 중인거다. 그런데 이걸 내가 왜 알아차려야 하니. 나도 피곤하다 싶어 그만 생각하려고 했다.


이후 둘째랑 누워서 이얘기 저얘기 했다. 오늘은 뭐했는지. 그랬더니 할머니랑 큰밭에 갔단다. 기어이 일을 또 한 어머님. 그런데 어머님은 아이만 밭에 데려간 게 아니라 남편이 일 끝나고 와서 또 밭일을 같이 하게 한거다. 내심 미안해하실 것 같기도 하면서 별 수없으니 그게 최선이겠구나 싶기도 했다. 그런데 내가 화가 난 포인트는 남편이 저렇게 당당하게 나에게 술 사오라고 할 만한 사람도 아닌데 뭐 가당찮은 톡알림까지 얘기하며 삐졌나 생각해보니, 그 원인이 본인이 오늘 일을 좀 많이 했다는 허세를 부렸구나 싶다.


그러고 보니, 참 이 양반은 한결 같다.


내가 시간을 어디서 어떻게 쓰는지, 돈을 어떻게 쓰는지 굳이 다 일일이 말하고 싶지 않았던 이유를 글로 적어보니 알겠다.


남편의 <생색과 허세> 때문이었다.(그 꼬라지를 보는 나는 늘 가당찮다.) 나랑 어머님은 쉬지 않고 일을 하기 때문이다. 육아에 개인 시간이 어딨나. 집안일은 하찮아 보여도 퇴근이 없다.


내가 너의 힘듦을 이해하고 내가 이렇게 너를 배려했다는 생색과 평상시 몇번 돕지도 않는 집안일을 하고 나면 허세가 나온다. 그리고 선 넘는다.


쉬엄쉬엄 올라오래서 기차역에서 40분 쉬었다 온게 미안할 일인가? 늦게 온 나를 보고, <저녁은 먹었지?>하는데 그 뉘앙스가 당연히 먹었으니 늦었겠지 하는게 깔려있는듯한 말투. 밭일 좀 했다고 당당히 술 사오라는 심부름 시켜놓고 늦게 톡 확인한게 잘못한 일인가? 그리고 술 심부름 시켜놓고 왜 마지막은 <아니다 됐다> 라고 하는건지.. 배짱도 없으면서 왜 자꾸 선은 넘는건지.


한마디 할래다가 그냥 회피했다. 이미 볼꼴 못볼꼴 다 본 10년차 부부인데, 잘못 입 열면 이혼각인데, 이혼을 할건지 살건지를 신중히 생각하고 처신해야하기 때문이다. 그래도 일단 오늘은 이렇게 넘어간다. 결혼생활과 가정생활은 계약직이지 정규직이 아니다. 언제든 서로가 짤릴 수 있는거니 피차 서로 잘해야 할 노릇이다. 아무튼 오늘은 험한 말이 나올 것 같아 다음번 기분 좋을 때 언급하기로 하고 글로만 기록해둔다.


p.s: 오늘 잠시 공원에서 한숨 돌리고, 다시 현실세계로 돌아온것 같다. 멀리서 사람들이 행복을 찾으려는 이유가 여기, 지금이 역으로 행복하지 않아서 그런건데, 행복의 정의가 쾌락이 아니라고 누가 꼬집어 얘기하던데. 여기.지금을 내가 어떻게 살아낼건가가 결국 삶의 목표가 될 것 같다. 남편. 아이들. 어머님. 오늘. 하루. 이것을. 어떻게?

그럼에도 하루를 각자가 각자 자리에서 최선을 다해 살아내 준 것은.............대단한 일이라고 본다. 수고했다.(나중에 얼굴보고 얘기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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