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홍색 칫솔_23.6.17

깊은 빡침의 세계

by 소국

둘째는 칫솔을 새걸로 바꾸고 싶었다. 집에 있는 칫솔을 다 보여주었다. 보고 고르라고. 그런데 맘에 드는게 없다. 형꺼랑 같은 걸 하고 싶단다. 그런데 엄마는 헷갈리니까 그냥 다른거 하라고 한다. 이때부터 둘째는 이 상황 자체가 맘에 안든다.


엄마는 막무가내로 형꺼랑 같은 모양이지만, 다른 색깔인 분홍색 칫솔에 치약을 묻혀서 그냥 둔다. 아이 아빠에게 칫솔질을 시켰으나, 아이가 나에게 가져온다. 식탁에 두면서 <나 칫솔질 안해> 한다.(엄마가 내 말을 들어주지 않았다. 혹은 엄마 마음대로 해서 난 안한다.는 뜻을 내포하는 행동이다.)


분홍색 칫솔이 싫다한다. 그러더니 형꺼랑 같은 걸 하면, 이름스티커를 붙이면 헷갈리지 않지 않냐 한다. 엄마가 <그 생각 못했네>하며 <그럼 그렇게 해>하니 <아니 안해>한다. 둘째가 보통이 아니다. <그럼 다른 칫솔 줘?>하니 <아니 안해>한다. 둘째 말을 들어보니 약간 장난끼가 섞였다. 오호라 그래? 라는 마음으로 무력을 썼다. 팔과 다리로 온몸을 꽉잡고 그냥 닦았다.


그러자 난리가 났다. 엄마한테 져서 더 화가 나고 더 심통을 내고 싶은데, 뭔가 억울한가보다.


내가 괜히 무력을 써서 미안한 마음에 다가가자, <엄마 가까이 오지마> 라며 소리를 지르고 방에 들어가 잔다.


결론은 7살짜리가 온갖 짜증을 내며, 엄마에게 진 것이 성질이 난다는 걸 온몸으로 표현하고 잠투정하다가 잠들었다는 얘기다.


하. 그냥 그런 하루다. 세심할 새가 없는 양육의 찐 현실이다. 좀 바쁘다 싶은 하루는 나도 그냥 막무가내 엄마가 되고, 엄마는 들어주지 않아서 아이는 짜증 맥스 투정 맥스의 아이가 된다.


<니 말이 다 맞다. 그래. 니 말이 다 맞아.>


++ 아니 근데 첫째는 더럽게 말도 안듣는다. 지네 아빠가 말 안듣는 벌로 <밥 먹지 말고 방에 들어가>했더니, 방에 들어가서 리코더를 한참 불다가 잤다. 그러더니 집안일 끝내고 방에 들어온 내가 깜짝놀라게 방불을 켜고 눈뜨고 있다. 지금 이시각에. 그래서 <시리얼에 우유 줄게 먹고 잘래?>그러니까 갑자기 삼계탕에 밥주란다. 밤 10시에? 밥을 먹는다는게 나는 좀 이해가 안되서 <그냥 자라> 그랬더니... 잠이 안온단다. 그래서 <이를 닦고 자라> 그랬더니 잠들었다. 이게 빡치는 평소 일상이다. 육아가 빡치는 이유. 충분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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