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오늘

중딩들의 세계란_23.6.17

나도 모른다.

by 소국

판 벌리는거 안좋아한다. 진 빠진다. 그런데 내가 육아를 하면서 애 때문에 친구엄마들을 너무 많이 만났다. 대안학교 특성상 학부모 모임이 많기도 하고, 우리 아이가 친구를 좋아하니까 사적으로도 자주 만났다.


주말이다. 씨. 나는 쉴새없다. 아침 청소 끝내고 들들 볶는다. 아들이. 나가자고. 친구만나러. 특별한 약속은 없지만, 일단 전화하고 나가고 본다. 외동아들 키우는 엄마도 늘 아이 놀리는거에 진심이라, 그 엄마랑 가까이 지내 오늘같은 날 편하게 연락한다.


가까운 곳에 물놀이장이 개장한단다.


10분만에 준비하고 나간다. 판을 크게 벌리고 싶지 않았는데, 1학년때 엄청 자주 만나 놀던 엄마를 여기서 딱 만났다. 이 엄마와 외동아들 엄마와 나는 주말마다 만나 놀았다. 만나니 편하고 애들도 신났다. 그냥 여전하구나 하는 느낌이었다. 판을 정말 크게 벌리고 싶지 않았는데, 같은 반 엄마가 생각났다. 주말에 같이 놀자 하던. 그엄마에게 바로 콜해서 이리로 오라고 했다. 왔다.


남자애들만 9명. 아주 신이 났다.


물놀이장이 폐장할때까지 뽕을 뺐다.


그런데 사건이 터졌다. 외동아들 엄마가 뭔 말을 하는데, 뭔말인지 지금까지 이해못했다. 대충 내가 이해한 바로는 중학생들끼리 시비가 붙었는데, 주변 어른들은 왜 가만히 있느냐. 그래서 내가 가서 니네 그러지 말아라 라고 얘기했다는 정도로 이해했다. 그런데 외동아들 엄마가 영 불만 가득한 얼굴이다. 맘에 안드는 어른들의 행동 때문인것 같다. 그러더니 나더러 쓰레기 버리러 가자한다. 알겠다고 하면서 얼른 따라나섰다.


쓰레기장 근처에 갔는데, 화장실 뒤편에 문제의 그 중딩들이 있다. 보니까 진짜 말로만 듣던. 뭔가 팽팽한 기싸움이 느껴지는 분위기다. 와. 그런데 저쪽에서 아기를 안은 한 엄마가 우리 쪽으로 오더니, <제가 핸드폰을 안들고 있어서 112에 신고를 안했는데, 좀 말려주시거나 지켜보시다가 전화해주셔야 할 것 같아요>한다. 와. 씨. 나 졸라 겁 많은데.


그래서 내가 한 행동. 겁나 째려봤다.


친구엄마들이랑 당당하게 화장실 옆에서 째려보다가, 그 패거리 애들이랑 눈이 마주치길래, 겁나 뛰는 가슴을 부어잡고 나 혼자 애들이 뭉태기로 있는 그자리까지 걸어갔다. 그리고 바로 옆에서 째려보기 시작했다. 핸드폰을 손에 꼭 잡고. (뭔 생각이 있었던 건 아니다.) 그런데 바로 옆에서 아줌마가 쳐다보니, 어떤애가 <야야 너 사과 제대로 하면 그냥 갈게 제대로 사과해라> 그러니 상대편 애가 띠껍게 <죄송합니다>한다. 그러자 사과하라던 애가 <하... 진짜 열받네..>하며 내 눈치를 보며 <너 진짜 조심해라 길가다가 마주치지 말자>하며 쓱 자리를 피한다.


(지금 생각하면 참.. 아이들이 어른흉내 냈구나 싶은데..그 순간에는 나도 쫄보라 애들 겁주기 바쁘다.)


억울해보이는 상대편 아이도 가만보니 기죽지 않고 덤벼서 이 사단이 난것 같았다. (아니. 왜 덤벼. 이해가 안됨.) 그제서야 다른 엄마들이 아이를 좋은 말로 다독이며 집으로 보낸다. 그런데 나는 그 순간에도 저렴한 말로 <그러면 안돼>한다. 어휴 나란 인간도.


훠이.훠이.하는게 최선이라고 생각했다. 무리를 흩어놔야 사단이 안날거라고 생각했다. 겁나 무서운데, 괜히 외동아들 엄마때문에 나서게 되었다. 난 관심 1도 없는 사람인데. 더 웃기는건 우리 무리 중 아빠가 1명 계셔서 부탁했더니, 이분이 쫄보다. 난 사회에 관심이 없다며, 우리를 향해 리스펙을 외친다. 아놔. 여기에도 울 남편이랑 같은 남자가 하나 더 있다.


어찌됐던 처음 만나본 중딩들. 하. 정말 내가 쫄았다만. 생각보다 중딩의 허세가 말로만 듣던 것보다 훨씬 괜찮았다. 그땐 나도 쫄았는데, 중딩들도 지고 싶지 않았구나를 알았다. 당연하지. 나도 지는건 싫으니까. 그렇다고 숙여야 할 때 안 숙이면 탈 난다 아이들아. 하. 이런말을 해줬어야 했는데. 그래도 지금 생각하니 너희 귀엽다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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