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에서 술을 마셨다._23.6.16
낮술이 과감해졌다.
하. 정말. 어젯밤부터 설렜다. 이유인즉슨 목요일 밭일을 아주 빡세게 했으니, 금요일은 <난 무조건 집을 나간다>라는 마인드였다.
새벽까지 유투브를 줄창 봤다. 유투브는 왜 그렇게 재밌나?
그리고는 눈은 유투브에 있으면서, 머릿속은 계속 생각한다.
<내일 진짜 가까운 바다라도 나 혼자 가볼까?>
<아 씨 근데 혼자는 좀 외롭다>
<온유엄마한테 가보자고 할까? 그런데 난 또 술먹고 싶을텐데..>
경기도 일대의 1시간 근거리 바다를 검색해본다. 하. 정말 새벽 2시에 이짓을 하며, 설레다가 등이 아파온다. 자야돼. 가든 안가든 자야한다.
기어이 잠을 청하고, 오늘 아침 눈뜨자마자 바지런을 떨었다. 청소, 빨래, 아이들 픽업 나가려던 참에 어머님이 넌지시 얘기하신다.
<어멈아 오늘 내가 주차장 계약하러 가야하는데, 같이 갈래?>
계약문제는 조심스러우니, 같이 가서 들어줄 누군가가 필요하셨던 모양이다. 나는 단박에 거절했다.
<어머님 저 오늘은 안돼요>
이유는 말하지 않았다. 난 정말 쉬고 싶었다. 정말 아무것도. 아무것도 하기 싫었다. 물을 보며 멍때리고 싶어 바다를 가고 싶었는데, 막상 운전을 해보니 앞유리 썬탠이 되지 않은 차로 들어오는 햇빛이 너무 강렬했다. 바다는 무슨. 타죽겠네. 싶어 가까운 한강으로 행선지를 바꿨다.
아이들 등원 픽업이후 나는 술을 사러 이마트에 갔다. 아침에 이마트는 정말 쾌적했다. 내가 먹고 싶은 초밥과 샐러드를 바구니에 담고, 술장고에서 한참을 서성였다. 늘 먹던 맥주와 소주 외에도 술이 너무 다양했다. 이름도 모르는 외국술들이 즐비해서 뭘 골라야할지 한참 망설여졌는데, 누군가가 그 모습을 봤을 때 난감한 모습이 아니라 한껏 들떠보였을 것이다. 한참만에 이름모를 외국 맥주 2캔과 포켓용 소주를 들었다.
한강으로 출발.
한강에 갔는데 아침부터 너무 덥다 날씨가. 그늘에 앉아 바로 음식들을 깠다. 초밥과 맥주. 샐러드. 나는 쏘맥을 생각했는데, 맥주 2캔에 알딸딸하길래 멈춰야겠다는 생각에 멈췄다. 강을 보려고 했는데, 강을 보기는 무슨... 먹기만 하고, 나는 다시 동굴을 찾았다. 알딸딸하니 눕고 싶은거다. 주차한 차 운전석 시트를 눕힌채 자는 둥 마는 둥 알딸딸한 그 느낌으로 몇시간을 그냥 있었다.
그런데 한강에서 다들 열일들이다. 주차장 근처 풀을 깍는 소리가 너무 심해서, 이게 자는건가. 꿈꾸는건가. 뭐하는건가.
창을 살짝 열어놔서 바람이 살랑살랑 불고 알딸딸할때는 기분이 좋았다. 그런데 윙윙 하는 풀깍는 소리는 나를 정말 괴롭게 하는거다. 운전을 할 수 없고, 어젯밤에 잠을 못잤으니 술기운에 자는 둥 마는 둥 하는데 아주 풀 깍는 분이 내 차 근처로 왔다갔다 한다.
그렇게 정신없이 시간이 흘렀다. 그러고 어느덧 4시 30분. 이제는 픽업을 가야한다. 흑. 어쩐지 원망스럽다. 열일하시는 그분은 잘못한게 없지만, 내 소중한 <정신을 잃어버려야 할 시간>이 그냥 훅 갔다.
그래도 틈틈히 맛있는걸 먹었고, 창문 너머 바람은 기분 좋았고, 한강 근처도 안갔지만, 나무아래만 있었지만, 술이 아닌 맨정신이라면 어떨까? 또 다를까? 라는 생각도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