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사랑을 주는 법도 사랑을 받는 법도 모르는 것 같다. 관계를 맺는 걸 가만 보면, 참. 서툴때가 너무 많다. 특히, 최측근들에게 야박하다. 가족들이 익숙하기 때문에 너무 야박하다. 친절하게 대하고 싶어도 참 그게 어렵다. 인생 뭐 있나. 사랑 베풀며 사는거지. 하다가도 가족들이야말로 나의 친절을 아주 아무렇지도 않게 받아먹는 사람들 같아 가끔 너무 얄밉고 어떨땐 야속해서 그냥 눈물이 날 때가 있었다.
이렇게 말하면 그들이 너무 가해자 같은데, 그들 입장에서는 나때문에 피해본것도 많을 것 같다. 이런애를 처음 봤을테니 내가 느끼는 당혹감이 그들에게 있겠지.
그런데 그러거나 말거나. 어쨌든 친밀감은 가족간에 참 중요하다 생각이 드는데, 이유는 내 아이들에게 애정표현이 쑥쓰럽지 않고 자연스러운데, 남편과 시어머님에게는 전혀 그런생각과 마음이 들지 않는다. 그런 서먹한 관계가 당연한 것처럼. 그런데 이게 더 긴장되고 어색한데 개선의 의지조차 없다.
애정공세를 아이들에게만 퍼붓고, 어른들끼리는 서먹한 가족. 이게 뭔지 싶다. 가족이라는게 본래 자연스러운 대화와 분위기가 서로에게 안정감을 주어야하는데, 그래서 그런건지 나는 늘 긴장이 되고, 요즘에는 그냥 애들을 재우고, 술을 한잔씩 해야 잠에 든다.
아이를 위한 가족이 존재하는것인가? 그런데 이게 비정상인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 무언가를 해보려해도 상대 존재에 대해 좋은 마음이 없었다. 나에겐.(미안하지만 이게 나의 솔직한 마음이다)
<레볼루션러니 로드>라는 영화가 있다. 디카프리오랑 케이트 윈슬렛이 주연한 영화다. 남부럽지 않는 부부이다. 얼마나 대화가 잘 통하고, 꿈꾸는게 비슷하고, 주변의 부러움을 사는 부부인지. 아이들 건강하고, 남편이 좋은직장을 다니나, 일상의 무료함때문에 디카프리오와 윈슬렛은 현실보다 이상(부부가 꿈꾸는 삶)을 쫓아가기로 하고, 프랑스로 떠날 결심을 한다. 그런데 그때 셋째를 임신한 윈슬렛. 직장을 떠나려던 디카프리오는 직장에서 승진 제안을 받고, 윈슬렛의 동의없이 오케이 한다. 프랑스의 삶을 그리며 잠시 좋았던 부부사이가 어긋나기 시작하더니, 윈슬렛은 가족 모두 모르게 스스로 셋째를 낙태한다. 낙태기구를 가지고, 집에서 혼자 하다가 결국 죽고 만다. 디카프리오는 충격에 빠지지만, 그럼에도 내 앞에 주어진 두 아이를 돌보아야 하는 현실에 집중하면서 영화가 끝난다.
자. 여기서 스토리는 끝나지만, 영화의 디테일을 봐야한다. 디테일을 잘 보면 부부관계가 마음적으로 멀어질때, 각각 두 사람은 다른 사람과의 외도를 한다. 아주 찰나의 바람이고 그 이후로는 없지만, 그 둘은 가정을 지키기 위한 각고의 노력을 한다는것이다. 그들의 보여지는 행복의 이면에는 이런 뼈를 깍는 정신적 경제적 육체적 노력이 쏟아부어지는 중이라는 것이다. 뭘 위해? 그놈의 이상적인 가족을 위해.
나는 이 영화가 너무 좋다. 가족 판타지에 스스로 묶여서 나에게 다그치고 내가 열심히 노력하는것들이 헛되다는 걸 이 영화가 말해주는 것 같았다. 나 조차도 내가 부족하다는 걸 안다. 관계에 영 소질이 없다. 편안한 관계를 맺을 줄 모른다. 그렇기에 가족간에 사랑을 어떻게 주고받는건지 모르고, 아이들은 책으로 배워서 사랑을 주는 법을 연습하는게 고작이다. 어른들간에는 그저 내 편한대로 행동했더니 어색해졌다.
비정상이 편한 비정상적인 인간이라서, 불편함이 익숙함에도. 정상궤도를 늘 갈망한다. 뭔가 어색하니까. 사람이라면 상대도 느낄테니까. 그런데 난 그 정상궤도가 너무 두렵다. 왜냐하면, 정상궤도를 찾는 영화 속 여주인공은 결국 죽었다. 남들이 말하는 가족 판타지가 뭔가. 5인가족 오순도순 좋은직장 다니며 남부러울것 없이 경제적으로 안락하게 행복하게 사는것?
정상궤도는 가끔은 사람을 빡치게 한다.
그렇게 살수 없는게 인간아닌가? 누가 만들어 놓은 정상궤도와 평균인지 모르겠다. 그저 나는 개인으로 제한된 가족이라는 구조 안에서 만족하고 즐겁게 살고 싶을 뿐인데, 이것을 이해할리 없는 남편과 대화가 어렵고, 시어머님은 뭐 당연하고, 아이들은 대화상대가 아직 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