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싸움 포인트는 아이에 대한 내 짜증이 듣기 싫다였다. 안다. 내가 그렇게 말하는 게 잘못되었다는 걸. 안다. 내가 조금 더 빨리 움직이면 된다는 걸. 그런데 나는 오늘도 몸이 힘들다는 핑계로 느릿느릿 움직였고, 막판에 누워서 게임하는 아이를 보며 화나서 그냥 소리 질렀다.
그랬더니 그 소리가 듣기 싫어서 나한테 뭐라고 한다.
우리는 왜 대부분의 시간을 밖에서 친절하고, 안에 들어오면 맥이 빠지거나 성의 없이 말할까?
그래. 남편이 노력을 하지 않는 건 아니었다. 말 한마디에 따뜻하고 친절하게 하려고 노력했다. 그게 자기 자신이 아니니, 노력이라는 이름을 붙일 수밖에 없다. 신혼초기에는 그게 남편의 다정함이 노력이라 보이지 않았다. 그게 남편인 줄 알았다. 그런데 이제 보니 남편은 결코 다정한 사람이 아니다. 그냥 다정하고 싶은 사람에게 다정하게 대하려는 노력을 할 뿐이다. 그게 나고, 가족이었다.
결혼 10년 차쯤 되니, 싸움의 달라진 점이 있다면, 내가 그동안은 땅이 꺼져라 낙망했다면, 이제는 득도를 한 건지 나름 면역이 생겼다.
남편의 감정버튼을 알았다. 왜 폭발하는지도 알았다. 아이들에게 대하는 나의 태도가 잘못되었을 때 폭발한다. 이해한다. 그런데 폭발하고 나한테 소리 지르는 건 이해 못 한다. 이 사람이 평소 소리를 지르지 않는데, 나한테 소리를 지르거나 감정이 격분하여 어쩔 줄 몰라하는 건 뭔가 나한테 불만이 있다는 소리인데... 난 100% 우리 부부의 성관계문제에 원인을 둔다. 남편은 원하는데, 나는 완강히 거부한다. 그러다 보면 남편의 나에 대한 태도가 확실히 까칠하다.
원인파악과 분석까지 마치면, 아이들에게 미칠 부부싸움의 영향이 생각난다.
하. 그런데 싸우지 않고 어떻게 잘살지?
난 잘 모르겠다. 아무리 아동 전공자라도 전공과 관계없이 아이들은 어렵다. 그런데 아이가 불안해하는 건 알겠으나, 엄마도 인간이라 열받는다. 남편도 나에게 열받겠지. 그러면 싸우는 건데... 평생 안 맞는 부분에 대해서는 싸울 텐데 말이다. 그런데 일단 억장이 무너지지 않는 나의 모습을 보며, 혼자 생각하길 결혼 10년 헛산 게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내가 단단해졌구나 생각이 든다.
아이들이 고스란히 봤으니, 미안하긴 한데, 부부의 관계가 더 중요하니 일단 마음을 잘 정리해야겠다. 예전 같으면 아이들 눈초리에 대충 사과하고 본질을 묻어버리고 넘어가고 했다. 그런데 그게 부부관계에 너무 좋지 않다. 결국은 다른 시선은 다 배제하고 오롯이 둘만이 풀어가야 하는 것이다. 그러면 부부가 풀리고, 주변이 풀어진다.
이 정도 쓰고 보니, 아이들도 뭐가 옳고 그른지 다 알 텐데... 죄책감에 허우적거릴 필요가 없겠다 생각이 든다. 그보다 더 중요한 건 각각의 가족구성원들이 서로 더불어 잘 살 수 있는 방법을 강구하는 게 더 낫겠다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