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님 에피소드_23.6.27

같이 살고 있지만, 언제나 긴장되게 하는 그 분

by 소국

어제는 밭에 가서 남편이랑 어머님이랑 대판 싸우고, 오늘은 시엄니 앞에서 내가 정색했다.


하. 맥주를 한캔까고 써본다.


<어머님 에피소드 1>


밭일이 참 많다. 남들은 땅이 있어서 좋겠네요. 그 작물 다 캐서 누가 먹어요? 며느리가 힘들겠네요. 등등 다양한 반응들이다. 그런 건 집어치우고, 나는 개인적으로 밭일 싫다. 일 자체를 좋아하지 않는다. 밭일이든 뭐든. 그런데 몸 쓰는 일이 체력이 따라줘야 하지 그냥 이러다 쓰러질 수도 있겠구나 싶다. 여우 같으면 애교 피워가며, 일도 빠지고 그럴 텐데, 곰탱이에 어설픈? 애교가 구역질 나온다.


어머님은 남편과 나에게 장마 전에 감자를 캐야 한다 하셨다. 그 말을 들은 우리는 죽상이다. 안그래도 힘든데, 집안일이니 해야하고, 마음이 내키지 않는거다. 그래도 해야하니까 일요일 새벽 6시에 일어나 밭으로 나갔다. 남편은 밭에만 나오면 죽상이다. 나오지를 말던가. 이미 예민해질대로 예민해져서 짜증을 부린다. 어머님도 오죽 힘들면 우리를 주말에 부르실까 싶으면서도, 그러면 말이라도 곱게 하시면 좋으련만. 말이 꼭 앞선다.


감자를 캐는데 6시부터 2시간 꼬박 캐니 다캤다. 기다란 밭 3줄을 캤는데, 속도가 빨라서 놀란다. 어머님께 전화드렸더니 애들 데리고 밭으로 오신다. 문제는 여기서부터다. 보자마자 냅다 소리를 지르신다.<아니 비닐을 이렇게 하지 말라니까 다시 쓸거라니까 그래> 부터 시작이다. 쏼라쏼라. 남편은 땀을 흘리며 열받는지 바로 소리지른다. <엄마 기껏 했는데 그만 좀 하세요>


어머님은 순간 입을 닫으시더니 같이 감자캐러 오신 외삼촌이 안계실때, <야 아무리 그래도 외삼촌 보는 앞에서 소리를 지르니>하며 남편을 되려 뭐라 한다. 그러면서 남편이 감자를 나르자, 나더러 <야 어멈아 아범 허리아프다던데 얼른 따라가봐라>한다. 그러자 남편이 2차 폭발한다. <아~ 진짜 엄마 그런것 좀 하지마 그냥 내버려둬>


어머님은 또 입.닫.꾹.


나는 남편을 도와주러 따라가지 않았다. 남편의 예민함이 폭발할 지점에 교회에 갈 채비를 해야했던 아이들과 나는 어머님과 우리 차를 바꿔타고 집으로 향하려 했다. 남편의 예민함이 가라앉지 않고, 출발해버리자 바로 앞에 있던 돌덩이를 못보고 그대로 냅다 박았고 차는 기스가 어마어마하게 났다. 어머님께 실토했더니, 어머님은 아들을 나무라는 대신 땅 주인을 시원하게 욕했다.


<어머님 에피소드 2>


일요일은 감자캐느라 교회에 예배드리러 가서 설교하는 내내 졸았다. 그리고 식당에서 밥먹고 집으로 왔다. 아이들은 낮잠 좀 자려는 부모를 가만두지 않는다. 특히, 엄마를. 엄마는 친구엄마한테 연락이 가능하니, 친구들 만나 놀고 싶은거다. 기어이 연락해서 친구를 만났다.


그렇게 일요일이 지나고, 다시 월요일.


눈뜨자마자 어머님은 어머님방에서 나오시더니, <어멈아 오늘은 니 방에 책상이랑 먼지 싹 털고, 대청소 좀 해라. 일 안나갈때는 집안을 깨끗이 치워야지. 가정주부면 좀 깨끗이 하고, 저녁 반찬도 좀 해놓고, 쉬었다가 애 데리러 가면 되잖아~ 니가 맨날 그렇게 돌아다니니 피곤하지> 등등 긴 설교가 시작되길래 <가정주부..>에서 더 듣지도 않고 <어머님 그만하세요>라고 정색했다. 아닌건 아닌거다.


더 짜증이 나는건 어머님은 그렇게 잔소리 시전을 하고, 내뺀다. 특히 내가 날이 서면. 어머님은 오늘도 말하자마자 바깥으로 나가셔서 내가 아이들 픽업해야하는 시간에 맞춰 들어오셨다. 일부러 그러시는건지. 할일이 있으셔서 그런건지 아직 파악은 안되지만 가만 보면 내 눈치를 전혀 보시지 않는건 아닌것 같았다.


나는 굳이 이런 상황을 왜 만드시는지 이해가 안된다. 어제부터 오늘까지. 아들 며느리 눈치를 보시지 않아도 되지만, 어쩐지 자신도 모르게 보게 되시는건지. 우리는 생각보다 어머님께 쌓인게 많은건지 이제는 버튼처럼 눌리면 폭발한다. 어머님도 사실 우리와의 관계 속에 그런게 있을 것이다. 앞으로도 이러고 살것을 생각하면 도저히 용기가 안난다. 함께 살 자신이 없다.


이게 현실이다. 그러면서 +신앙고민 +경제고민+ 양육고민+ 친정쪽 문제 + 내 개인의 진로 등등 너무 다양하고 산재한 문제들이 많다. 뭐 하나 제대로 속시원한게 없는데, 유투브의 알고리즘 사람들이 시원하게 맥주든 소주든 먹는 모습을 보고 나도 따라봤건만, 역시 속이 풀리지 않는다.


승화든 해소든 득도든 뭐라도 하나 걸려서 인생 편하게 살고 싶다.

매거진의 이전글어머님 적금 5만원_23.6.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