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안학교의 위력인가, 엄마의 위력인가_23.7.13
대한민국의 엄마 파워는 어디까지인가.
새삼 놀라게 되는 어머님들의 실행력. 나도 사실 아이들 키우면서 뭔가 이건 반드시 해야겠다고 생각한 부분에 있어서는 꼭 했었다. 아이들을 키워서라기보다 성향이 그렇다. 무서운 집념 같은 게, 꽂히는 무언가를 파고들고 묵직하게 밀고 나가게 하는데. 그게 좋을 때도 있고, 좋지 않을 때도 있다.
<학교에서 자는 날>이라는 행사를 한다. 마침 장맛비가 한창이다. 단톡방은 오늘 행사 준비로 엄마들의 소동이 한창이다. 사실 조용한 카톡방에 내가 돌을 던졌다. 자는 날이니 얼마나 난리겠는가. 1박을 할 뿐인데도 뭐 이리 챙겨야 하는 게 많은지. 수영장까지 가야 하니, 짐도 바리바리다. 아이 몸과 같은 크기의 침낭까지. 이게 뭐지 싶은 짐봇다리.
그보다 오늘 어머님들이 모여 식사준비며 뒷 설거지까지 도맡아 한다는데, 평소 장난을 주고받던 옆반 어머님이 장난스럽게 던진 말이 어째 영 거슬린다. 할 일 없으면 학교 오라고. 솔직히 안가도 되는데, 나는 갔다. (이렇게나 궁시렁거리며 또 학교를 갔고, 가서 또 얌전하게 시키는 대로 했다.)
가서 보니, 대환장파티다. 어머님들도 뭘 모르니 헤맨다. 선배어머님 한분이 진두진휘를 하시지만, 이분도 대용량 밥을 처음 해보신다니... 어이없는 표정이 나도 모르게 내 얼굴에 지어졌다. 그러다 그 어머님과 죽이 맞아 요렇게 해볼까 저렇게 해볼까 논의한다. 이러다 밥을 아이들이 생쌀을 먹을 수도 있겠네 싶다가도, 유쾌한 선배어머님이 <어쩐지 잘될 것 같아>하는 말에 기대했다. 그런데 진짜 밥이 너무 잘됐다.
아이고, 십년감수했다. 하면서 다음스텝으로 넘어간다. 유부초밥 간 맞추고, 주먹밥 간을 맞춰야 하는데, 유쾌한 선배어머님이 나에게 <어쩐지 포스가 잘하실 것 같다> 라며 옆에서 자꾸 그런 말을 한다. 못하면 안 될 것처럼. 그래서 계량도 안 하고 대용량 밥에 간 맞추기를 시작했다. 그런데 맛있다. 와. 다행이다. 싶고 무서워서 어머님들한테 간 좀 보라고 하는데 영 협조적이지 않다. 내 입에 맞으면 됐다 싶어서 그냥 넘어갔다.
조심스럽고 긴장된 분위기인데, 어쨌든 빠릿빠릿하게 내 몫을 해내야 했다. 나중에는 서로 통성명도 안한채, 내 일하기 바쁘다. 둘째 픽업 시간이 되어 중간에 빠지고, 단톡방에 올라온 사진을 보자 아이들이 배식받는 모습이 보인다. 그래. 너네들이 행복하면 됐다.
어머님들의 일사천리인 일머리들 때문에 그 많은 음식이며, 쓰레기문제, 뒷정리, 설거지, 청소가 해결되었다. 주부들의 능력치가 한껏 발휘되는 순간이다. 영향력을 발휘하고 큰소리 땅땅 치고 인정받고 싶었는데, 중간에 빠지게 되어 참 다행이다 싶었다. 이 마음이 드러나거나 말실수를 하지 않고, 내 개인적으로도 공을 나에게 돌리지 않아서였다.
참 대단한 일머리들과 실행력과 추진력이다. 어머님들의 파워가 얼마나 놀라운지. 조용하게 바삐 움직이는 그 모습들이 무림의 숨은 고수 같은 느낌이다.
생각보다 힘들었지만,
즐거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