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사람친구를 좋아한다는 건_23.8.13

아무것도 모르는 10살이 아니었다.

by 소국

갑자기 잠자리에 누워서 하는 대화가.... 좋아하는 여자친구에 대한 이야기였다.(안타까운 건 내가 초점이 너무 어른의 시점으로 이야기를 끌었다는 게 좀 아쉽다)


아이들은 좋아하는 감정에 대해 뭔지 정확하게 인지하지 못한 채, 표현을 서툴게 하는 것 같다. 그게 초등학생이겠지. 요즘 부쩍 아들을 괴롭히는 여자애들 무리가 있는데, 이게 좋아하는 표시처럼 보인다. 그러려니 했다. 아이들의 세계라는 게 있으니까.


그런데 문득 우리 아이들의 관심은 누구에게 가 있는지가 궁금했다.


그래서 질문을 던진 것에 아들이 낚인 것 같다.


<그럼 너네 여자애들 사이에서 인기가 가장 많은 애는 누구야?>


<조**>


나는 바로 알아차렸다. 얘가 관심 있는 여자애는 얘구나. 이유는 이 아이는 질문이 뭐든지 상관없이 그냥 답은 하나인 단순한 애다. 자기 머릿속에 온통 관심이 쏠려있는 그게 다다. 혹시나 해서 물어봤다. 돌봄반에서 인기가 제일 많은 애는 누구인 것 같냐고. 역시 교사인 내가 보는 눈과 전혀 예상을 빗나가는 애를 말한다. 이유는 아들 머릿속에 온통 그 아이가 관심이니까.


어쩌면 이리도 단순할까. 겉은 번지르르하고 속은 뭐가 없다. 너무 단순하다. 어쩌지.


담임선생님께서 벌써 남자아이들과 여자아이들의 묘한 분위기를 읽으셨는지, 학교 내에서 뽀뽀는 안된다고 했단다. 웃기다. 몰래 할 텐데. 대화의 마무리를 잘 지어야 할 것 같았다. 중요한 핵심포인트를 잘 짚어줘야 할 것 같았다.


<아들아, 좋아하는 사람이 생기면 그 마음을 잘 간직해야 해. 좋아하는 마음은 소중한 거야. 그걸 잘 상대에게 표현하라고. 편지를 쓰던지. 초콜릿을 주던지. 그리고 학교에서는 연애금지고 뽀뽀 금지면 요령껏 잘..... 암튼 마음을 잘 표현하고, 잘 간직하라고. 무슨 말인지 알겠어?>


<나도 알아. 밸런타인데이가 초콜릿 주는 거잖아>


알건 아는 10살이었다. 이놈의 자식. 언제 컸지. 뭔가를 알기는 아는 것 같다. 뭘 들은 것도 많은 것 같다. 이러다가 엄마가 뒤통수 맞는 날도 오겠구나 싶다.


<엄마, 엄마도 아빠 이전에 남자친구가 있었어?>


<있었지~ 그래도 너한테는 안 알려줘~ 왜 그런 줄 알아? 넌 이름 알려주면 계속 놀릴 거잖아>


<아~~~ 한 번만 알려줘~~>


아오 이럴 땐 잠도 안 자고 짜증 난다. 내가 10살이랑 뭐 하는 건가. 그래서 나도 모르게 애 얼굴에 <넌 장난이 지나쳐서 질려>라고 말한다. 그런데 장난치다가 진짜 질린다. 11시까지 말장난의 연속.


하나 알게 된 사실은 이놈이 음흉하게 알건 다 아는... 모르는 척하면서 사실 다 아는... 그런 남자가 되어가고 있다는 사실이다. 하 많이 컸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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