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안학교 출근 3일째_23.7.19
머리가 아프다.
나의 학급운영에 대한 계획은 사실 없다. 그냥 하루하루 무사하길 바랄 뿐이다. 너무한 걸까? 돈 받고 일하는데 너무 대충 한다고? 그런데 내 생각은 다르다. 아이들이 각양각색이다. 엄마들도 생각보다 디테일하시다. 나는 일단 아이들 보호가 나의 1차적 책임이라 여겼다. 안전사고가 나지 않도록 돌보되, 어차피 운영에 관해 아무것도 전달받지 않았으니 아이들이랑 방학을 즐겁게 보내는데 초점을 맞춰야겠다 싶었다.
장장 6시간을 아이들이 교실에서 지낸다. 1학년부터 5학년까지. 자기네들 수업 있으면 수업 갔다 오고, 내 마음대로다. 그래 그러면 학급운영은 일괄 운영이 어렵겠다 판단되어 빠르게 포기하고, 그냥 방학숙제 1:1 봐주기 정도로 오전시간을 보내기로 했다.
지금 3일째. 아이들은 언제나 예상을 빗나간다. 그게 아이들이기도 하고, 창의성이기도 하고, 한편 아이들은 생각보다 아량이 넓다. 그래서 어른들의 마음을 쉽게 알아채기도 하고, 그것에 져주기도 한다. 그게 슬픈 현실이기도 한다. 그래서 어른들이 본인이 무슨 말을 어떻게 하고 있는지를 잘 파악해야 한다. 그런데 어른들은 대부분 파악하려고 하고, 있는 그대로 수용하려고 하질 않는다. 이유는 어른인 내가 그런 경험이 없고, 어린이의 의견은 좀 어설퍼서일 것이다.
오늘은 아주 대박이었다. adhd 약을 먹고 있는 한 아동이 있다. 뭐 약을 굳이 먹지 않아도 정말 내 맘대로 행동하는 아이들이 5명쯤은 되는 것 같다. 여기서 <내 맘대로>라 함은 질서에 흡수되지 못하는 아이들? 혹은 뭔가 내 뜻대로 되어야 하는 잘되지 않아서 그게 오~~~~~래 삐져 있는 아이? 등등이다. 질서가 전혀 잡히지 않았다. 나는 멘붕의 연속이었다. 첫날은 어리바리. 둘째 날도 어리바리. 셋째 날도 어리바리. 하.
약을 먹는다는 아동은 나비를 표본 만들어야 한다며 학교에 있는 산에 올라가 내려오질 않는다. 약 2시간이 넘도록. 교실에 아이들이 있는 상황이라 창문을 열고 그 아이 이름을 부르며 내려오라고 하자, 우리 아이 왈 <아쒸 별것도 아닌 일이네~~>하며 되려 씩씩거린다. 이 아이는 말을 거칠게 하고 행동을 과장되게 하는 경향이 있는데, 그래도 나는 이 아이가 밉지 않다. 첫날에는 왜 그럴까? 생각했는데 둘째 날 어머님과 통화 후, 나의 입장과 상황보고를 하고, 함께 있는 시간 지켜보면서 내가 오히려 adhd 아동에 대한 프레임이 좀 심했나? 생각이 들었다. 그 아동은 충동적으로 말과 행동을 하지만, 곧잘 내 말에 반응을 한다. 듣는다는 얘기다. 지속적으로 선생님 얘기를 따르는 게 쉽지 않고 어렵지만 그래도 노력하는 게 보인다.
그런데 난 좀 무기력하게 느껴지는 아이들이 어렵다. 무기력한 모습이 보이는 이유는 뭔가 지금 만족스럽지 않다는 얘기인데, 고집이 센 경우는 오래간다. 그리고 예민하면 그냥 마음을 닫기도 하는 것 같다. 하. 나이가 어리면 그냥 스르륵 풀리기도 하는데, 나이가 조금 있는 여자아이의 경우는 대박이다. 이 때는 내 얘길 듣지 않고, 반응하지 않고, 따르려 하지 않는다. 그러면서 오히려 선생님한테 요구한다. 이렇게 저렇게 해달라고.
하. 너무 쉽지 않았다. 나는 대안학교에서 배운 게 있다고 아이들 한 명 한 명에게 함부로 말과 행동을 하지 않으려 애썼다. 난 그게 아이를 향한 존중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예상치 못하는 돌발상황과 반응들이 나를 당황하게 만들고, 그럼에도 나는 아이들을 끝까지 존중하고, 믿어주기 위해 애썼던 것 같다. 이유가 있지. 괜히 그러나. 하면서. 쉽지 않지만 돌봄에 오는 아이들이 오고 싶어 오는 아이들보다 엄마 등살에 떠밀려 오는 아이들이 많을 거라는 생각 때문에 이곳이 오고 싶은 곳이고, 선생님이 불편하지 않았으면 좋겠단 마음뿐이었던 것 같다.
금요일이 되면 마음의 결정을 해야 한다. 교감선생님은 나에게 하반기도 돌봄을 맡아주길 바라시는 눈치였다. 그런데 사실 이렇게 돌봄을 하다간 제명에 못 살 것 같긴 하다. 아이들이 각양각색이지만, 미운 아이 하나 없다. 저마다 다 사연 있고 이유 있는 아이들인데, 내가 선생이라고 선생님 불러주는 게 고맙고, 아이들이 나를 의지하는 게 참.. 먹먹하기도 하다. 아무튼 그건 그거고, 대책이 필요할 성싶은데, 일단 입장표명을 해야 하는데 참... 미쳐버리겠다.
선생님과 깊이 관여되는 것도 불편하고, 학부모이면서 교직원이 되는 것도 불편하고, 아이들도 모호한 경계에 어떨 땐 누구 엄마였다가 어떨 땐 선생님이라고 한다. 더 솔직히는 학부모님들과의 소통이 너무 힘들다. 버겁다.(생각과 반대로 나는 어머님들과 소통을 부지런히 발 빠르게 하고, 세심하게 얘기해 드리기 때문에 만족도가 높다.) 학부모님들은 나에게 고맙다는 말밖에 하지 않는다. 건의, 요청사항이 적지만, 은연중에 느껴지는 준교사급의 레벨? 이 부담스럽다. 육아서도 독파하시고, 내 아이에 대해 본인이 전문가라는 포스, 뭔가 나보다 학교에 대해 더 잘 아는 듯한 포스 등등. 대안학교까지 아이를 보낼 정도면 얼마나 교육에 대해 진심인 어머니들이 모였겠나. 나는 이쯤에서 빠져도 되지 않을까? 진심으로 그런 생각이 자꾸 든다.
금요일이 되면 결정하고, 말씀드려야 한다. 참 쉽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