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안학교 돌봄 쌤으로의 출근 첫날_23.7.17

멘붕의 연속

by 소국

명백하게 나는 교육전공자가 아니다. 그냥 아동학을 전공했을 뿐이었다. 경력단절 여성으로 10년 가까이 지내고, 직장다운 직장을 박물관으로 작년 한 해 다니고, 지나고 보니 알게 된 것은 나의 감정 <인정받고 싶은 욕구>이 매우 컸다는 사실이다. 그래서 열심히 했고, 몸과 마음이 닳도록 가정과 일에 매진했다. 지나고 보니 또 알게 된 것은 그런 내가 <남들도 눈치채고 있었다.>라는 사실이다. 짜내는 열심과 능력부족. 인격도 능력이라고 생각되는데, 나는 모든 게 어설프고 부족했다.


어떻게 해도 안되니, 성실만이 살아남을 길이라고 여겼던 것 같다.


2023년 상반기에 직장을 알아보면서, 점점 자신감을 잃어갔다. 한 가지 마음은 할 수만 있다면 일을 하고 싶지 않은 마음과 다른 한 가지 마음은 주어진 일도 제대로 해내지 못할까 봐 두려운 마음이었다. 어떻게 돼도 나는 자신이 없었다. 양육 자체만으로도 벅차다. 가 기본 베이스에 깔린 생각이었다.


그럼에도 실업급여는 끊길 날이 올 것이고, 나는 벌이가 필요했다. 현실적인 이유와 이면에 앞으로 무얼 업으로 삼고 살아야 할지 막막했다. 업이 즐거울 리 없지 않으냐 하는 현실적인? 생각으로 나를 달래곤 할 때마다, 마음 깊숙이는 왜 업이 즐거우면 안 되냐 하는 반감이 올라오곤 했다. 그러면서 최대한 내가 즐기면서 할 수 있는, 99%는 힘들어도 1%는 즐거울만한 일?을 찾고 싶었다. 내 눈에 모든 돈벌이, 업은 그냥 다 핑계 없이 힘들어 보이기 때문이었다.


그러다 우연찮게 아이 대안학교에 돌봄 쌤을 구한다는 모집공고를 봤다. 학부모 중에 채용하고 싶다는 학교 측의 의견이 신기하기도 하면서, 나도 계속적으로 일자리를 구하는 중이었으니 혹시나 하는 마음에 넣었다. 그런데 당장에 교감선생님께 연락이 왔고, 면담 같은 면접을 본 뒤 채용이 되었을 뿐만 아니라 학기 중에도 가능할지 물어오셨다.


나의 대답은 지극히 현실적이다. <돌봄 교실 시작하고 일주일만 생각할 시간을 달라>였다. 아무리 기독대안학교지만 믿음으로 오케이가 선뜻 되지 않는다.


오늘은 출근 첫날, 나의 아이 학교라고 마음이 참 준비가 되지 않았다. 6시에 일어나 준비를 해도 이상하게 분주하다. 끝도 없이 걱정되고, 꿈까지 꾸고 알람을 듣지 않아도 계속해서 몇 번이고 깼다. 나의 걱정됨이 드러나는 순간은 단톡방이다. 돌봄 교실을 이용하시는 어머님들께 끝도 없이 알림 사항을 공지한다. 나의 버릇이 드러나는 순간이다. 뭔가 내가 불안하니까 당부하는 버릇. 참...


교실로 입성했다. 아이들이 눈만 껌뻑껌뻑하고 날 쳐다본다. 무얼 해야 할지 뭘 어떻게 해야 할지 난감했다. 유치원생들도 아니고, 초등학생을 대해본 적이 없는데, 나부터가 릴랙스가 필요했다. 아이들은 이미 한 아이의 엄마로 인식하고 있었다. 나는 나의 이름을 생략하고, 누구의 엄마이며, 돌봄 선생님이라고 소개했다. 이것이 아이들이 인식하기에 편안하고, 나도 내 아이 친구들 혹은 동생들을 대하기가 편안했다. 호칭을 돌봄 선생님으로 얘기해 주면 그게 내가 될 것임으로.


그런데 첫날부터 쉽지 않다. 다양한 학년과 다양한 과제. 다양한 기질의 아이들. 이래도 되나 싶은 학급운영이었다. 어머님들이 교실을 보면 아무래도 걱정 태산이 될 법한 난장판의 모습. 하. 여기서도 어머님들께 나의 짜내는 열심과 능력 부족을 들키는 건 아닐까 노심초사했다. 능력 부족과 능력이 없으니 짜내는 열심. 영원히 눈치채지 못했으면 좋겠는데, 이미 들켜버린 것 같아 창피하다.


도대체 왜 뭣 때문에 한다 했을까? 시작과 동시에 딱 1시간 만에 이 생각이 들었다.


아이들과 6시간을 보내며 들었던 마음은, 아이들은 죄 없다. 늘 어른이 죄다. 능숙하지 못하고, 창의적이지 못하고, 실력이 없으면 겸손하기라도 해야 할 텐데 인격도 부족이고, 참... 선생님으로서는 몹시 부족하다. 돌봄 교실을 운영할 때 나의 목표는 즐거움도 좋지만 나의 부주의로 아이들 안전사고 나지 않도록, 적어도 이곳에서는 1:1 집중 학습 코칭이 이루어졌으면 하는 바람이었다. 아이들이 하나하나 가르쳐주고 뭘 같이 하는 게 쉽지 않지만, 그래도 적어도 방학의 오전시간만큼은 봐주고 싶고, 오후시간에는 자유놀이를 할 수 있도록 해주고 싶었다.


이상과 현실의 괴리감은 너무 갭이 크지만, 다시 힘을 내야 한다. 완벽을 바라기보다 천리길도 한걸음? 같은 기분으로 시작한다.


내일은 다시 마음을 다잡고 난장판의 교실 분위기를 다 같이 말씀보고, 기도하고, 시작하려 한다. 애들도 떨리겠지만, 나라고 떨리지 않을쏘냐. 나의 과대한 욕심으로 아이들이 눈에 들어오지 않고, 내 멋대로 하는 돌봄 교실이 되지 않았으면 좋겠다. 아이들 인격이 손상되지 않으면서 우리 서로 의미 있는 1달을 만들어갔으면 좋겠다.


그러기 위해서는 이 아이들을 보니 체력이 필수겠다.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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