핸드폰 멀티윈도가 주는 위로_23.7.20
별거 아닌 거에 감동한다.
오늘은 대안학교 출근 4일째. 이제는 나에게 아이 학교가 아닌 내 일터가 되었다.
아이들이 등원준비를 빨리 하지 않아 날마다 열받는다. 최근에 남편이랑 싸웠는데, 남편은 날마다 훈수 및 탐탁지 않은 듯한 말투로 옆에서 한마디 한다. 그게 열받아서 내 질렀더니, 교회를 안 간다고 그러더라. 그래서 나는 그러거나 말거나 아이들 데리고 멀쩡히 교회 다녀왔다.(나라고 뭐 기분 좋겠나. 10년 넘게 살아도 훈수 두지 말라는 내 말을 귓등으로 들었는지. 이 남편이 나이 먹어서 귀가 먹었는지 나도 대체 이해가 되지 않고, 자기 기분 상한다고 진솔함을 핑계 삼아 교회를 가지 않는 이 남편이 이해가 되지 않았다. 싸우면 진정으로 예배드리기 어렵다고 안 간다는데... 원래 진정성이 없어 보여서 나는 이 말이 이해하기 어렵다. 내가 보기엔 그냥 지 기분 나쁘니 본인의 역할도 때려치우는 것 같다.)
이러한 냉랭한 분위기가 한 3~4일째 계속되고 있다. 지난 화요일에 아이들 학부모모임이 있어서, 아이들 데리고 캠핑장에 갔다가 저녁까지 먹고 왔어야 했다. 거의 반모임 분위기라 나도 갔을 뿐이다. 모이면 뭐든 싸진다. 캠핑장 금액이 늘 부담되었는데, 아이들에게 좋은 기회다 싶어 갔는데.. 가면서도 부부관계가 좋지 않으니 마음이 불편하다. 가서 연락했다. 어머님과 남편에게. 그랬더니 전화받지 않는다. 나도 딱히 할 말이 있었던 건 아니다. 그런데 받지 않으니 그때부터 화해할 마음도 생기지 않고 용건만 말하게 된다. 정말 꼴 보기 싫었다. 쌍으로.
대안학교 출근 4일 차. 우리 돌봄반은 활기차게 시작한다. 그런데 역시 내 아들이 제일 불편하다. 집에서는 쓰지 않는 말투와 행동. 태도 때문일까. 아들이 더 까분다. 본디 엄마를 알기 때문이겠지. 아. 깊은 화남과 함께 그럼에도 이 아이를 돌봄의 한 명으로 인식하기 위해 애쓴다. 오늘은 한 친구의 생일이었다. 아침부터 아이들이 들떴다. 하루종일 놀아야 한단다. 돌봄에서라도 방학숙제해야 할 텐데... 참 계획대로 되는 게 하나 없다.
adhd 약 먹는 친구는 아침부터 부지런하다. 그냥 뒷산으로 출발이다. 그러더니 약 3시간 만에 내려와 장수말벌을 잡았고, 통에 넣어와 사육할 거란다. 나는 축하한다고 했다. 사육에 자신 있어 보였기 때문이다. 그런데 어느 학교 선생님이 장수말벌을 페트병에 넣어 들어가는 걸 괜찮다고 하겠나. 똑똑한 여자아이들은 벌써부터 무섭다고 난리다.(장수말벌은 이미 페트병 안에 들어갔고, 마개로 잘 막혀있는데..) 나는 사실 단독주택에 살기 때문에 벌, 거미, 해충(지네..) 이런 거 무섭지 않다. 그리고 그 아동이 사육법을 잘 알 것이라 믿었다. 그런데 한 선생님이 이 아동을 평소에 잘 알고 있었고, 복도에서 페트병에 든 장수말벌을 봐버렸다. 당부를 어마어마하게 하시는 것 같아, 난 그냥 아이들을 데리고 교실로 들어갔다. 참.... 생각이 다 다르다.(실제로 그 아동이 잡은 장수말벌 때문에 피해본 아동은 없었다)
생일파티를 하면서도 아수라장이 따로 없다. 아오. 내가 문제인가. 이제는 나의 역량 부족인가 싶다. 그래도 최대한 생일 맞은 친구를 진심으로 축하하기 위해 마음을 썼다. 그 아이는 짧게나마 얼굴에 웃음꽃이 핀다.
6시간의 돌봄 동안 울고 웃는 아이들을 보고 있으면, 참 내가 나쁜 사람이 된 것 같다. 좀 더 아이들이 편했으면 좋겠는데 나는 그걸 못 채워주는 교사 같다는 생각이 든다. 날마다 쉽지 않다. 뭘 해야 할지. 무슨 말을 해야 할지. 운영일지. 계획서 이런 것도 제출하지 않아도 되는데, 학부모나 교장, 교감선생님의 눈치가 참 많이 보인다. 눈치를 제외하고 내가 아이들을 제대로 보고 있는 건 맞는 건지 모르겠다.
금요일이면, 교감선생님께 다음학기에 대해 말씀드려야 하는데, 계속 고민이다. 장문의 카톡을 보내려다가 아프리카 시간 확인하고 내일 보내자 싶어 그냥.. 덮었다. 내일까지 더 신중하게 생각해야지.
그러다 맥주를 한 캔 깠는데도, 700ml 넘는 맥주를 먹어도 취하지가 않는다. 그러다 핸드폰의 유튜브를 켰는데, 노래를 들으며 글이나 써야지 했는데... 멀티윈도 방법을 몰라 인터넷에 검색했다가.. 핸드폰을 너무 오래 써서 망가져가는 이 시점에 그 방법을 알고 지금 너무 행복하다.
온갖 노래를 들으며 일기 쓰는 지금이 너무 좋다.
날마다 드는 생각: 인생 별거 없다. 그러면서 날마다 잊어버린다. 뭐 있느냐 너무 열심히 살아서 모양새가 좋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