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세히 보면, 늘 아쉬운 현실_23.8.9
낭만과 판타지를 갖고 싶은 이유
아무리 가리려 해도 이제는 가려지지 않는 주름.
아무리 애써서 흰머리를 염색해도 희끗해지는 머리카락.
옷의 디테일을 보고 싶지 않아도 낡고 해짐이 보여버린다.
현실이다.
앞으로 방학이 10일가량 남았다. 대안학교의 현실을 날마다 직면한다. 이게 쉬운 일이 아닌 것 같다. 현실은 늘 아름답지 않아서 힘들다. 처음보다 조금 더 여유로워졌다고 생각했지만, 그건 내 착각인양 하루가 어떻게 가는지 모르게 후딱 지나가버린다. 정신없는 하루가 지나가고 나면, 한편 마음이 휑했다. 그런데 요즘은 그냥 하루하루 산다고 사는데도, 아이들에게 한없이 잘해주고 싶다는 마음과 미안한 마음이 공존한다.
좀 더 나은 사람이었다면. 내가 그런 사람이었다면.
어른을 이해하는 아이를 만들고 싶지 않다. 어른이 아이를 이해해야지.. 관계의 묘한 긴장감을 갖고 싶지 않은데, 이상하게 공부를 시작하니.. 묘한 긴장감이 돈다.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멀리 서야 듣기 좋게 들리지, 교실 내 현실은 생각보다 참 그렇다. 비유를 하자면 낡은 청바지에 튀어나온 실오라기 같은 현실이다. 아이들이 무얼 가지고 웃었는지..
아이들은 숙제가 너무 싫어서 숙제를 그야말로 씹듯이 놀려대며, 또 선생이라는 이름을 한 나를 놀리며 웃었다.
자살한 한 초등학교 선생님처럼 스트레스받는다. 그런데 나는 아이들이 밉지 않다. 모든 잘못은 철저히 어른의 몫이라 여기는 나로서는 아이들은 잘못 없다고 굳건히 믿는다.
그냥 우리의 처한 현실이 청바지에 튀어나온 실오라기 같았다. 아등바등하는 꼴을 한 나의 모습도 참 하찮고, 아이들이 싫어하는 숙제며 뭐며 씹어대며 낄낄거리는 아이들의 모습도 참 안쓰럽다.
현실은 그냥 현실이다. 거기에 뭘 담으려 하면 이상해진다. 의미부여 없이 그냥 그게 현실이고, 정확히 파악한 사실 하나는 나도 아이였던 적이 있으면서 아이들의 마음을 전혀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이었다.
낭만과 판타지를 여기서 찾는 게 우습지만, 머리가 지끈거리는 교실꼴을 보면 낭만과 판타지가 있었으면 좋겠다. 말 한마디, 행동거지 하나 신경 쓰지 않고 얘기하고 싶다. 그런데 절대 그럴 수 없다.
그렇게 아쉬운 하루가 가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