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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국 Oct 18. 2023

마음이 부정당하는 것 같아 말하지 않기로 했다.

남편이랑 싸우다가 알게 된 사실_23.10.18

한참을 남편이랑 말했는데, 남편이 갑자기 그런 말을 한다.


<이렇게 알려줘야 내가 알지>


그간 나는 남편에게 내 마음을 파악해서 생각해서 정리해서 알려줬다. 그 작업이 나에게는 분석을 해야 하므로 쉽지 않다. 그런데 남편은 나보다 단순하고, 가끔은 나보다 복잡해서 자기 무슨 말을 하는지도 모르면서 나에게는 알려달라고 한다. 아이러니다.


쯧쯧. 넌 네가 무슨 마음인지 모르는 것 같은데.


남편이 뭔 말을 했는데... 머릿속에 한 가지 생각밖에 들지 않았다. 왜 그럼 나는 남편에게 더 솔직하게 마음을 말하지 못할까?


답이 아주 클리어하게 내려졌다.


<명백히 부정당해서>


이 경험이 무서운 이유는 모든 말에 자기도 모르는 한숨, 현실적이라는(?) 조언, 눈빛 등이 나에게 부정당했다는 인식을 심어주었다. 남편은 동의하지 않을 수도 있다. 그 이유는 현실적인 남편이고 냉철하게 생각해 봐야 하기 때문일 수 있다. 그런데 나는 번번이 그 현실적이라거나 아님 그 이면에 다른 나에 대한 불신 때문에 무너져 내리고 있었던 것 같다.


<부부관계가 칼로 물 베기>라고 하는데, 뭐 그렇게 되면 땡큐다. 그렇지만 이 생각이 굉장히 무서울 수 있는 이유는 정말 다른 둘이 하나라는 말인데, 내가 10년 살아보니 <부부는 하나가 아니다> 그걸 똑바로 알아야 사이좋게 살 수 있다. 칼로 물 베기 하듯 사는 부부도 있겠지만, 나의 경우는 전혀 다른 모양의 톱니바퀴가 맞물려 돌아가는 느낌이다.


생계가 놓여있는 현실세계의 부부들은 생각보다 전투적으로 산다. 뭐 하나 펑크 나면 곧 무너질 것처럼 위태로운 하루하루를 보낸다. 어느 부부나 가정이나 책임질 아이가 있고, 생계가 맞물리면 없는 힘도 짜내서 하루를 살아야 한다.


그 와중에 <마음이 부정당해서 당신한테 말을 못 하겠어>하면 어느 남편이 마음 아려할까. 오히려 황당할 수 있다.


매일이 쉽지 않지만, 그럼에도 이 관계가 부질없고 허망한 관계로 끝나진 않길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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